이웃집 CEO - ‘보통 사람’을 세계 일류 리더로 성장시키는 4가지 행동
엘레나 보텔로 외 지음, 안기순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보다 더 전략적이고 공격적이고 현실적인 자기경영서가 또 있을까?

첫 챕터부터 대놓고 '강해져라!' 라고 강렬하게 종용하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도 친근한 <이웃집 ceo>다.

이웃집 외계인도, 이웃집 연예인도, 이웃집 재벌도 이보다 신선하고 이보다 역설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첫 챕터부터 사람들이 최고경영자의 모습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는다.

과단성, 영향력, 신뢰성, 적응성. 이 네 가지는 최고경영자가 가져야 하는, 다른 말로 죄고경영자의 자리를 꿈꾸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면모다.

신중함보다는 과감하고 빠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리더야 말로 최고 경영자에 적합한 성격이라는 내용부터, 이 책이 평범하지 않게 읽힌다.

'좋은 사람'의 모습을 버릴 것, 성과나 업무 태도가 균일하도록 즉 다른 말로 항상 잘하도록 관리할 것을 이야기하고 난 후 저자들은 적응성에 대하여 언급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적응성인데, 이 책의 저자들은 적응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될 것을 경계하고 오히려 변동과 변화로 스스로 주어 적응성을 키우도록 독려한다.

 

그러나 이런 흥미로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챕터1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내용으로 읽히기도 한다. 출세하고 잘나가는 사람이 되려면 이렇게  커리어를 관리하고 자기를 만들어가라~는 뭐 그런 것.

 

이 책이 별난 부분은 2와 3챕터다.

이 부분은 자기계발서나 관리서... 라고 보기엔 너무 약하다. 이 부분의 내용은 대단히 전략적이고 공격적이다. 정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연줄을 만들고 어떤 전략을 사용하여 어디를 혹은 누군가를 공략해야하는지를 아주 노골적이고 진솔하게 담은 내용이다.

성공적이고 성숙한 인생으로 살기 위한, 좋은 말만 하는 책이 아니라 본격! ceo가 되기 위한 전략서!!라고 하면 맞겠다.

와, 이런 내용을 책으로 읽게 되다니.... 얼마나 신선했는지.

 

​그렇다고 이 책이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너도나도 무한한 경쟁을 펼치라는 그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성과를 올려야 하는 일에 있어서는 당연히 좋은 사람의 허울을 벗고 냉철한 리더로 일해야 하겠지만

면접을 보거나 사람을 대할 때 결국 그에게 긍정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따듯한 마음의 사람이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결론은, 가슴은 따듯하게, 머리는 차갑게, 발은 신속하게, 선택은 과감하게.

 

 궁극적으로는 진심을 다해 따뜻한 마음을 품고 맹렬하게 역량을 펼치며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채용된다. 인터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후보자는 걸어 들어가자마자 회의실 분위기를 읽고 그곳의 에너지 수위를 반영한다. 자신의 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면접관의 몸짓언어를 주의깊게 살핀다.

당신은 채용 여부를 결정할 면접관과 비슷한 점이 전혀 없을 수 있다. 같은 학교를 나오지도 않았고, 같은 스포츠를 즐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관을 인터뷰 전보다 더 안전하고 활력에 넘치도록 느끼게 만들 수 있으면 채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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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만 아는 인간과 나를 아끼는 인간,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둘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 아마 이 책의 저자 모리 마리씨가 아닐까 한다.

 

 나는 사실, 이 작가가 쓴 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홍차와 장미의 나날]을 소설가가 쓴 요리와 미식의 삶에 대한 산문이라기 보다, 일본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는, 아주 유복하고 부유한 미각과 취향을 가진 아주머니의 글로 읽었다. 


 제목이 아주 호사스럽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 어느 수정 만화의 제목으로 써도 어울릴 법한 사치스럽고 야들야들한 소녀감성이다. 본문은 더욱 사치스럽다. 나는 도저히 맛도 상상이 가지 않는 요리들을 저자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청주와 된장에 생선을 재웠다가 쪄 먹는 요리라든가, 일본 황실 연회에서 나오는 단과자 같은 것들은 일생에 한 번은 먹어볼만 하겠구나 싶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화려한 미감味感의 세계를 살아온 저자이기에 오므라이스 계란이 케첩 벨트를 두르고 나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발산하는 일이 이해가 된다.

 

 그런가하면 자기 자신을 충분히 가치 있게, 스스로 여기고 있는 태도는 대단히 흥미롭다. 책 어딘가에서 ‘얼굴은 미인이 되려다 말아서 미인의 이목구비를 일단 떼어낸 다음 커다란 숟가락 속에 비친듯한 형태의 얼굴위에 흩뿌려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본인을 이야기한다. 일단 적어도 스스로를 추녀라고는 절대 생각하거나 인식하지 않는 저 태도,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결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는 쿨함. 아마 이것이 이 산문집의 매력이리라. 


 저자는 그동안 그가 살아온 인생 속의 수많은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것이 쓴 맛이든 신 맛이든 단 맛이든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칭찬일색으로 혹은 과장과 치장으로 점철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육식동물이라 이르며 걸신들린 아이처럼 탐을 낸다고 쓰는 부분이나 자기만 아는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저자 본인이 여전히 어딘가 곤란하고 거슬리는 인간이라는 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러면서도 저자를 사랑해준 이들과의 추억에 서린 맛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저자가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본인을 아끼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저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저자의 다소 유난스러운 취향과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는 아마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발현되나보다. 저자는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버금가는 관능미와 섬세함을 갖춘 작가로 소개하는 다른 작가들의 말에 솔깃하여 저자가 쓴 소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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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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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마흔이 안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마치 저자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읽혔다.

 

 마흔이 뭐 대단한 나이라고 이렇게 책 제목까지야, 라고 속으로 핀잔을 주었지만. 실은 내가 29살이었을 때 나에게 30은 아주 부담스럽고 무거운 미지의 세계였다. 제발 오지 말았으면 싶었던 30살이 와버렸을 때 나는 몸도 마음도 정말 크게 아팠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슬슬 마흔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그 경각심 때문에 읽게 된 것은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 전혀 문외한인 내가, 저자의 전작 [미움 받을 용기]도 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책 표지에 ‘다시 살아갈 용기’에 이끌리고 말았다. 마흔이 무슨 당장 숨이 끊어지는 나이도 아닌데 다시 살아갈 용기라니,라고 생각하며 책을 폈다가 중반쯤 넘어가면서 나에게도 곧 다가올 마흔이라는 나이를 다시 느끼게 된다.

 

 우리 어머니가 언젠가 그러셨다. 나이 앞자리게 5에서 6으로 바뀌니까 사람이 순식간에 늙는 것 같다고. 앞자리가 5일때만 해도 자기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여전히 청춘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자리가 6으로 바뀌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들어버린다고 하셨다.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것도 그런 것일까. 그래서 ‘다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해지는 나이’가 마흔인건가.

 

 굳이 마흔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서른이든 스물이든 오십이든 누구든, 이 책 읽으면 좋겠다 아니, 읽어볼만하다고 느낀다. 과거나 장래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라는 조언,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주해야 하는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불완전한 용기를 가지라는 조언 등등 저자의 말은 다정하고 섬세하고 배려심 깊다. 가끔 어떤 부분(인간은 자신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다고 그러니까 영원한 삶을 믿기 때문에 지금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한 부분이나 이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행복을 실감할 수 있다거나 한 부분)에서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갸웃거려야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퍽 온건하게 ‘불완전한 용기’를 갖게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받을 수는 없다. 내 행복은 내가 느껴야 하는 법, 그뿐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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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3
헨리크 입센 지음, 신승미 옮김 / 별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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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귀염둥이를 자처하며 남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가 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하여 법을 어긴 그녀는 ‘남편의 목숨을 구하려 했던 자신의 동기’를 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에 코웃음을 치며 아주 멍청한 법이라고 응수한다.
 만약 멍청한 것이 법 하나 뿐이었다면 그녀는 여전히 지금도 인형의 집에서 살고 있을까? 동기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그녀는 결국 그녀의 편이 되어줄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남편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민낯을 생생하게 목격하고야 만다.


 다행히 멍청하지 않았던 그녀는 지금까지 그녀의 둥지가 되었던 모든 것이 실은 인형놀이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집을 나온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읽을 때마다 놀랍다. 먼저는 극 초반의 노라가 얼마나 유치하고 미성숙한 인물인가에 놀라고 중반에는 노라와 나의 교집합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후반에는 노라가 받아들이는 그 충격적인 현실 인식과 그에 기반한 그녀의 냉철한 선택에 놀란다.

 

 헨리크 입센이 [인형의 집]을 발표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이지만 작품 속의 노라와 헬메르가 대변하는 여성과 남성 혹은 종속된 자와 구속하는 자 그리고 미성숙한 인간과 기만적 인간의 관계는 옛날의 어떤 것이 아닌 지금의 문제로 인식된다. 최근에는 배두나, 차태현 주연의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차태현이 맡은 조석무라는 인물에게서 짙은 헬메르의 향기를 느끼며, 심지어 조석무와 아내 강휘루가 대화를 나누고는 있어도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을 시청하다 휘루가 ‘당신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과 노라가 ‘당신은 사랑에 빠져 있는 기분을 즐긴 것’이라는 일침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되는 기묘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헬메르  그렇지만 가정을, 남편과 아이들을 다 두고 떠나다니.... 대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노라  그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내가 아는 건 이게 나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라는 것뿐이에요.
헬메르  하지만 수치스러운 짓이야. 당신의 가장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려는 거 아닌가?
노라  나의 가장 신성한 의무가 뭔데요?
헬메르  그걸 꼭 이야기해야 알겠어?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를 말하는 거잖아.
노라  나에게는 그것 못지않게 신성한 다른 의무도 있어요.
헬메르  그런 건 없어. 대체 무슨 의무를 말하는 거야?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요.
헬메르  무엇보다도 당신은 아내이자 어머니야.
노라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나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사람이에요....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할 거예요. 토르발, 대부분의 사람이 당신의 생각과 같으리라는 것을 알아요. 책에도 그렇게 쓰여 있을 거고요. 그렇지만 더 이상 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말과 책에 쓰여 있는 말로 만족할 수가 없어요. 이제 나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180-181쪽

 

 브라보! 가장 신성한 의무는 나 자신에 대한 의무라는 노라의 말은 지금 우리가 다시 한 번, 누구라도 이 작품을 읽어봐야 할 가치를 증명한다. 내가 나를 홀대하지 말아야 할 의무, 내가 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그 가치대로 삶을 경영해나가야 할 의무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인인가 아이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오늘 당장이라도, 누구라도 나 자신에 대한 의무를 떠올려봐야 하지 않을까. 나 자신에 대한 의무를 스스로가 소흘히 혹은 가볍게 여겼기에 오늘 우리는 여러 면에서 우울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지친 상태로 꾸역꾸역 살아가게 된 것 아닌가 한다. (단,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삶이 자기 멋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자기 욕망대로 사는 삶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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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 - 우리 문명을 살찌운 거의 모든 발효의 역사
생각정거장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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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발효와 부패, 이 두 가지가 참으로 신기하다. [날 것도 아니고 익힌 것도 아닌]의 저자인 마리클레르 프레데리크도 이 책에 썼다시피, 부패란 종국적으로 파괴되는 것, 발효란 보존을 돕는 것인데 두 가지 다 궁극적으로는 이로운 과정이다. 죽은 곤충의 몸체가, 흙 위에 떨어진 낙엽이 부패되어 흙으로 돌아가야 토지가 비옥해지니 마련이다. 부패는 죽음 뒤에 이어지는 것이라면 발효는 죽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기에 저자는 책에서 ‘생명 없이는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썼다. 유기체를 해체 혹은 변형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발효와 부패 모두 아주 신기하고 기이하게 느껴진다.

 

 음식 전문기자인 저자에게는 아무래도 부패보다는 발효가 더 흥미로웠으리라 추측한다.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술만 해도 종류가 대단히 많은데, 각국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발효 음식들을 한 가지씩만 연구해도 취재할 만한 량이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기자 혹은 평론가라는 직함을 달려면 이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려는 듯, 저자는 현존하는 각국의 발효 식품의 취재에 그치지 않고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또한 서구와 동양권을 아울러,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망라한 발효 음식의 역사로 독자를 이끈다.

 

 이 책에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한 역사서 그러니까, 이런 이런 전통이 있어요~ 하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 인체에 발효 음식이 이로우며, 우리가 발효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저자는 꼼꼼하게 서술해 간다.

 


 전통 발효 식품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놀라운 문화유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음식의 문화적 측면이 무관심의 어둠 속에 돌이킬 수 없이 묻혀버린다. 그런 측면이 없다면 먹는 행위를 쾌감이나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한다는 개념 없이 순수한 생리적 욕구로만 이해해야 한다. 수천 년의 노하우가 사라지고 그와 함께 전통, 전설, 민속, 의미, 기억도 사라질 것이다. 이 모든 유익이 사라진다니 안타깝지 않은가. 음식에서 유익을 구하지 못하면 합성 화학약품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약품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없으란 법은 없다. 산업은 돈 되는 것이라면 다 판다. 그래서 처음에는 우리에게 멸균 식품을 팔았고 그다음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이로운 박테리아를 대체한답시고 각종 건강 보조제를 팔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몸과 영혼을 잃어갔다. 우리는 먹거리를 존중하지 않으면서부터, 어디서 나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음식을 함부로 먹으면서부터 점점 더 뚱뚱해지고 아픈 데가 많아졌다.
본문 381-382쪽

 

 

 식품 산업은 겨우 100년밖에 안 됐다. 반면, 인간은 잘 알지도 못했던 미생물들을 수천 년 전부터 길들였다. 발효 식품은 인류가 식량 공급과 위생이 열악한 상황에서, 심지어 매우 빈곤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도록 도움을 주었다.
본문 382쪽

 


 [날 것도 아닌 익힌 것도 아닌]은 음식 문화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심지어 여행을 가도 현지의 맛있는 음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이가 드니 미각이 둔해지는가...) 목석 같은 독자마저도 재미있게 그리고 끈기 있게 이 책을 붙들고 읽게 만드는 맛있는 역사서다. 나도 꿀물술을 집에서 해볼까 싶은 도전의식마저 부르는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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