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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나는 아직 마흔이 안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마치 저자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읽혔다.
마흔이 뭐 대단한 나이라고 이렇게 책 제목까지야, 라고 속으로 핀잔을 주었지만. 실은 내가 29살이었을 때 나에게 30은 아주 부담스럽고 무거운 미지의 세계였다. 제발 오지 말았으면 싶었던 30살이 와버렸을 때 나는 몸도 마음도 정말 크게 아팠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슬슬 마흔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가 경각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을 그 경각심 때문에 읽게 된 것은 아니다. 아들러 심리학에 전혀 문외한인 내가, 저자의 전작 [미움 받을 용기]도 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책 표지에 ‘다시 살아갈 용기’에 이끌리고 말았다. 마흔이 무슨 당장 숨이 끊어지는 나이도 아닌데 다시 살아갈 용기라니,라고 생각하며 책을 폈다가 중반쯤 넘어가면서 나에게도 곧 다가올 마흔이라는 나이를 다시 느끼게 된다.
우리 어머니가 언젠가 그러셨다. 나이 앞자리게 5에서 6으로 바뀌니까 사람이 순식간에 늙는 것 같다고. 앞자리가 5일때만 해도 자기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여전히 청춘이라고 생각했는데, 앞자리가 6으로 바뀌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들어버린다고 하셨다.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는 것도 그런 것일까. 그래서 ‘다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해지는 나이’가 마흔인건가.
굳이 마흔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서른이든 스물이든 오십이든 누구든, 이 책 읽으면 좋겠다 아니, 읽어볼만하다고 느낀다. 과거나 장래를 살지 말고 현재를 살라는 조언,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주해야 하는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불완전한 용기를 가지라는 조언 등등 저자의 말은 다정하고 섬세하고 배려심 깊다. 가끔 어떤 부분(인간은 자신에게 무한한 시간이 있다고 그러니까 영원한 삶을 믿기 때문에 지금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한 부분이나 이 세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행복을 실감할 수 있다거나 한 부분)에서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갸웃거려야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퍽 온건하게 ‘불완전한 용기’를 갖게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받을 수는 없다. 내 행복은 내가 느껴야 하는 법, 그뿐이다.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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