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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이영미의 참하고 소박한 우리 밥상 이야기
이영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5월
평점 :
가요, 연극 등 다양한 문화평론을 쓰시는 이영미님의 글은 평론이긴 하지만 쉽게 읽히고 말맛이 나서 즐겨 읽곤 한다.
예전에 노상 먹곤 하던 우리네 소박한 밥상의 이야기를 맛있게도 쓰셨더만.
이영미님 본인도 쉽게, 즐겁게 쓴 글이라지만 읽는 이도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음식 에세이다.
본인은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였고 맛있는 재료들이 눈에 삼삼했다지만, 나도 읽어내려가면서 마치 혀끝에 그 생생한 맛들이 느껴지는 듯 하여 즐거웠다 ^^
이영미님도 대학졸업전까지는 MT용 음식 외에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다행히 서울에서 3대를 내려오면서 물려받은 음식에 대한 감각, 또 절대미각을 가진 남편분을 만나 음식솜씨가 일취월장하셔서 지금은 김치는 물론 술, 된장, 고추장까지 직접 담가드시는 수준에 이르렀댄다. 하긴 이렇게 직접 모든 음식들을 직접 조달해드시는 데에는 텃밭과 널찍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전원생활을 하시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자연속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나물이야기와 돌판에 구워먹는 싱싱한 고기구이의 낭만, 무채밖에 못만들던 초보 주부가 김치 한포기, 메주 한개에서 된장을 만들어보는 등 성공과 실패를 겪어가면서 급기야는 아파트 생활을 하시는 어머니께 된장을 해다드리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과정도 생생하다. 서로 다른 지역적 배경을 가진 부부가 만나 함께 살면서 느끼는 맛에 대한 견해차와 이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흥미진진하다. 추억의 어릴적 간식 떡볶이와 냉면, 옛날 시장 이야기는 덤이고 ^^
서울에서 계속 살아왔고 아파트 생활을 한지도 거의 20년이 다돼가지만 여전히 된장과 고추장, 김치를 담그시는데 소홀하지 않는 엄마덕분에 그래도 나름대로 웰빙식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요즘 때때로 걱정이 된다. 이렇게 맛깔스런 엄마표 음식을 나중에 엄마가 기운없어지실때면 어디서 얻어먹나 하고...이 책을 참고삼아 나도 엄마 솜씨까지는 안되더라도 내스스로 진짜 우리의 맛을 만들어 보고 싶다.
소박한 밥상이라지만 요즘의 인스턴트,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 판치는 세태와 비하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먹을거리들은 정말 웰빙 그 자체다. 꼭 웰빙이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달지 않더라도. 이런 음식들이 정말 우리네 밥상의 주역들일 것이다.
가마솥에서 갓 퍼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 위에 곰삭은 멸치젓이나 새우젓 척 걸쳐 먹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