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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실 읽은지 한 3년 됐는데, 차마 리뷰를 올릴 생각을 못하고 걍 모셔만 뒀었다.
내가 읽으면서 시종일관 든 생각은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 하는 기막힘이다.
너무 기가 막히고 슬퍼서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는데...픽션도 아니고 정말 사실로 일어난 일들이라니.
표지에도 있지만, 짐보따리를 메고 피난 떠나는 보스니아 난민 아줌마의 눈길이 꼭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아 한동안 잠을 설쳤다.
그 아줌마도 나처럼 어느 회사에서 평범하게 일하던 회사원이었을 수도 있고, 애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가던 가정주부였을지도 모른다. 강간이나 폭력, 전쟁이라는 이름은 그저 책이나 TV에서만 나오던 막연한 대상으로 알던...
그런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전쟁으로 인해 무참히 파괴된 모습이 이 책에서는 너무나 무덤덤히 잘 묘사되고 있다.
보스니아 내전이 있던게 거의 10년이 넘었는데, 적어도 이 책에서만은 그 참상이 현재형이다. 아주 영원히.
그래도 인간일진대, 최소한 신을 믿으며 도덕과 윤리에 기반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조그만 이익을 위해, 아니 차라리 이익을 위해서라면 낫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이 책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바탕에는 강대국들의 잇권놀음이라든지, 사상과 문화, 종교의 차이로 인한 여러 모순들이 구조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비평은 하지 않는다. 단지 있는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인지,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정말 이전 시대에 살던 사람들보다 이성적으로 깨이고 도덕적인 존재인지, 다시 되묻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