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이찰스.. 앉아있기만해도 후광이 번쩍번쩍..
지난주 일요일 저녁 EBS에서 방영한 음악다큐 [피아노 블루스] .
저녁먹으라는 엄니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엉덩이를 TV앞에서 뗄수가 없었다(그러면서도 먹을건 다먹었다 -_-;;)
레이 찰스에서 시작해 레이 찰스로 마무리한 수미쌍관의 기가막힌 구성(말되나? ^^:).
데이브 브루벡, 파인탑 퍼킨스, 마르시아 볼 같은 신화적 뮤지션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육성들이 감동의 쓰나미가 되어 마구마구 밀려왔다..ㅠㅠ
이스트우드 감독님 본인 역시 둘째가라면 서운한 피아노 뮤지션 아니신가.
결코 "나 잘해. 나 대단해" 하는 티 안내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번쩍번쩍 나신다. 어쩌면 그렇게 대가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한 시대를 유려하게 조명하시는지 원...
지극히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왕년을 회상하는 노 대가들의 모습만 봐도 ..이거 무릎꿇고 봐야하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존경스럽고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천당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맘껏 노래부르고 피아노를 치고계실 레이 찰스 어르신.
옆집에 살던 사람이 피아노치는 걸 보고 그냥 좋아 보였다면서 빙긋이 수줍게 웃으시더만.
난 엄니가 피아노책 물에 빠뜨린다고 위협하길래 징징 울면서 간신히 배운 피아노를, 이분들은 정말 음악이 아름다워서, 그 소리에 매료되어 험난하고 고독하지만 즐거운 예술의 길로 빠져드신 것이다.
나에게도 누가 하논이나 체르니 말고 어깨춤나는 음악의 세계를 열어줬으면 딴세상이 기다렸을지도 모르는데.
어쨌거나. 이런 음악 대가들의 엄청난 종합선물세트를 받아서 귀와 눈이 한꺼번에 호강을 누린, 잊지못할 밤이었다.
거장들의 화려하고 노련한, 구수한 연주에 귀먹고, 그들의 오래된 고목처럼 크나크며 푸근하고 멋진 연륜에 눈멀었다!
이거 DVD로 안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