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칼로 인해 평민의원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말을 돌리는 제로델의 모습 ^^
앞서 썼듯 나의 만화인생을 열어준 첫번째 만화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인데, 여기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한눈에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위의 인물이다.
꼬불꼬불 미역머리에 투명 동공을 가진...^^;; 미남자 제로델 소령. 본명은 빅토르 클레망 드 제로델 (Victor Clement de Gerodelle)이다.
사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흠잡을데 없는 1등 신랑감이다.오스칼 아버지의 말을 빌리면 "다행스럽게도 장남도 아니어서" 집안 대 잇느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맏며느리 노릇할 것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촉망받는 엘리트 장교에 얼굴 돼. 몸매 돼. 한가지 역사의식이 좀 떨어지는 귀족도련님이라는것만 뺀다면야..
하지만 워낙 사람의 심리를 잘 알고 주변 상황 돌아가는 것에 민감하며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니. 조금만 학습시키면 어느정도 쓸만할듯도 한데말야. 암만봐도 오스칼이 실수한게지..쩝..
사실 느끼하기로 따지자면 베르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보다도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대사를 구사하면서 여자 깨나 후렸음직한 내공을 과시하던 인물이었으나. 왠지 그냥 무시할수없는 묘한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은 인물이시다.
제로델은 베르에서 딱 네번 나온다.
3권에서 로자리의 의붓언니 잔느와 야반도주를 한 니콜라스의 후임으로 근위연대 부대장으로 임명될때 아주 쬐그맣게 한번(이때는 클립으로 세팅을 하셨는지 헤어스타일이 더더욱 구불구불하셨음),
그리고 5권에서 오스칼이 흑기사 베르나르가 근위대장인 자신을 왕가의 허수아비라고 비난하던 것을 떠올리면서 제로델에게 본인의 용모에 자신이 있냐고 묻자, 아주 당연하게...문무겸비해야 근위대 근무가 가능하니 그런 자부심쯤은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는..자뻑왕자 초기증상의 대답을 하던때.
그리고..아아. 역사적인 6권에서, 오스칼에게 당당히 나타나 청혼하던 순간. (이때는 꽤 비중이 컸다. 거의 6권의 1/3정도를 차지하심)
7권은 위의 장면처럼. 삼부회의 평민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오스칼의 카리스마에 감복하여 면책을 각오하고 스스로 말을 돌리던 장면,
이렇게 많은 장면은 아니었으나 나름대로 큰 임팩트를 주면서, 베르에 없어서는 안될 비중있는 조연으로 당당히 오늘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계신다 ㅎㅎㅎ
사실 제로델이 나타남으로써 오스칼은 여자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면서 늘 곁에 있는 앙드레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되었고, 제로델은 그것을 찔러줌으로써 둘 사이를 오히려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에게서 멋진 것은, 물러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의 정표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남자답고 호쾌한 모습이다.(물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내마음을 무척이나 아프고 안타깝게 했지만서도 ㅠㅠ)
그 마음은 오스칼 곁을 떠나서도 계속 이어져, 평민의원들의 진압 체포작전을 과감히 포기하고 말을 돌리면서..."그대가 피로 물들여지느니 차라리 반역자가 되어 단두대에 서겠다.."하는 불멸의 명대사로 날려주신다. (물론 군인이 명령을 따라야지 사사로운 애정에 치우쳐서 무슨 헛짓이냐 하면 할말없지만 -_-;)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가슴앓다 질투와 광기로 자신과 남을 파괴해버리는 경우는 많지만,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깨끗하고 쿨하게 물러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남자가 좋다. 비록 주목받는 주연은 아닐지라도. 베르의 어떤 미남보다도 내가 첫손에 꼽고싶은 멋진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