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손잡이를 만지는 여자][미래에서 온 사나이] 등 기생충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을 집필, 우리 나라에서는 로빈 쿡보다 더 저명한 의학스릴러의 대명사로 필명을 드높이고 있는(정말?) 저자가, 의사라는 본인의 본업에 충실한 본격 건강에세이집을 발간했다. 이름하여 [헬리코박터의 변명].

헬리코박터는 위염 위암을 일으킨다는 원인균으로, 1년마다 한번씩 있는 우리 회사의 직원대상 건강진단에까지 버젓이 개별종목으로 떡하니 버티게 될 정도로 요즘 아주 유명세를 단단히 타고 있는 녀석이다.
내 옆자리에 앉아계신 팀장님도 헬리코박터 보균자로, 아침마다 꼬박꼬박 헬리코박터 퇴치에 좋다는 [윌]을 드실 정도니깐.
사실 [윌]은 좀 비싸서 그렇지 맛이 좋긴 좋다.. 팀장님 휴가가신날 빈자리에 있던 [윌]한개 슬쩍 마셔봤는데 먹을만 하더군.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순간 갈등이 생겼다. 헬리코박터 때문에 그 비싼 [윌]을 팀장님께 계속 드시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이 책에는 헬리코박터나 콜레스테롤을 비롯하여 우리가 그동안 언론이나 기타 대중매체에서 무비판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건강에 나쁘다' '건강에 좋다' 고 하는 대상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일반인 수준의 눈높이에 맞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여러 전문서에서 인용한 내용들이 있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하나도 어렵지 않고 아주 쉬운 말로 풀어주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의학상식의 대중화에 일단은 성공한 책이라고 본다.

게다가 저자 특유의 입담과 위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스운 대목은 키득키득 웃음을 터지게 하여, 버스에서 이 책 읽다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통에 민망해서 혼났다.
일부 오타나 탈자가 간간히 발견된다는 점은 옥의 티이며, 가끔 웃길려다 보니 진짜 인용문인지 실제 인물인지, 저자의 주장이 맞다는 건지 틀리다는건지 긴가민가한 대목이 등장하는 것은 이 책이 그래도 전문의가 쓴 건강지침서라는 이름을 달았다는 점에서 볼때, 조금은 지양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서문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명의 마태수라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확실히 없다 ㅡㅡ; 아마 저자의 필명인 '마태우스'에서 나온 유머성 애교로 넘어가 주어야 할듯.)

한가지 더 바라고 싶은 것은, 변명을 하고 싶은 대상들은 아마 이 한권에 언급된 대상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과대하게 평가되거나 너무나 오해를 받아 오히려 우리들의 건강에 피해를 주고 있는 대상들을 찾아, 진정한 모습을 앞으로도 시리즈로 속속들이 파헤쳐주심이 어떨지?

고3때 다녔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중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 하나가 '진짜 지식인은 농부하고도 막힘없이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흔히 조금 알고, 배웠다는 사람들이 잘 하는 짓이 어떤 권위나 저명한 서양의 원서 이름 좔좔 인용하면서 잔뜩 어려운 말 늘어놓으며 일반인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

그렇게 따져본다면 이 책의 지은이인 서민 박사야말로 영어학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참 지식인의 모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흰가운 입고 알콜냄새 풍기면서 잔뜩 권위를 잡은채로, 꼬부랑말 써가며 환자를 주눅들게 하는 어려운 의사선생님이 아니라, "그건 이런데 말이죠"...하면서 조근조근 도란도란 얘기해주는 다정한 동네 아저씨의 모습이 연상되는건 비록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무릇 진짜 의사는,지식인의 모습은 이래야 하리라.

앞으로도 계속 쉽고 재미있는 의학서를 많이 쓰셔서 이땅에 올바른 건강상식의 보급과 질서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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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2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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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4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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