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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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평점 :
(알라딘 서평단 당첨으로 받은 책입니다 ^^)
박재동이라는 만화가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것은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셔였다.
동글동글하고 정감있는 그림체, 그러면서도 정치 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고 유머스럽게 짚어내던 그분의 만화가 좋아서,(특히 92년 대선을 앞둔 시기의 그림판은 정말 절정이었다) 꼬박꼬박 신문을 사서 스크랩까지 해서 모으곤 했다.
이번에 내신 [인생만화]란 책은 한겨레에 연재하시던 칼럼을 모은 책 같은데...그림판 시절의 신랄함과 냉철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삶과 주변의 이웃들, 둘러싼 환경과 사물 전체를 좀더 여유있고 관조적으로, 따뜻하게 바라보시는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화가답게 주변의 사물이나 스쳐지나가는 장면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묘사하되, 나름의 정감어린 코멘트까지 덧붙여 놓으셨으니 이는 마치 생크림 케익 위의 예쁜 딸기 한 개 같다.
매일매일 정성껏 폐지를 주워 모으시는 할머니, 회사가 중국으로 도망쳐서 갈곳이 없어진 인도청년 하산, 뜨거운 땡볕아래서 길바닥을 기어다니는 구걸인에 이르기까지 박화백님의 따뜻한 시선이 미치는 사람들은 많기도 하다.
지하철에서 입을 벌리고 정신없이 자고 있는 중년 사내를 통해, 저 입을 채워넣기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일진대...하는 철학까지 전해주시고, 의자에서 졸고있는 여중(고)생을 보고는 현 교육제도의 모순에 휘말려 무엇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어린학생들의 아픔까지 읽어내신다.
그뿐인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일듯한 싱싱한 횟감. 입맛돌게 하는 꽃게장. 돼지고기 숭숭 썰어서 끓인 김치찌개, 곧 터져버릴듯한 홍시까지, 만화나 애니메이션보다 먹는거 많이 그린 화가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고 당신도 써놨지만 정말 그 뛰어난 그림솜씨로 인해 보는사람 군침을 다 돌게 하신다. (무슨 그림인지는 직접 사서 읽어보시길 ^^)
박재동 화백께는 참 좋은 분들도 많다.
어린시절 자신을 귀여워해주시던 사촌 숙모, 포장마차의 마음좋은 주인아줌마, 우산을 서로 씌워주면서 그림을 그리는 동료 만화가님들, 고등학교 시절의 고운 친구들, 담배꽁초탑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아들, 수능을 대충 찍었어도 자신이 뭔가 될 아이라고 생각하는 낙천적이고 씩씩한 딸내미 등등. 아니, 일단 박화백님이 그분들께 좋은 분이기에 그런 분들을 만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시는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꾸는 것도 많은 박화백님. 반백을 넘기셨지만 아직도 소년의 마음을 가진 박화백님.
앞으로도 하고싶으신 것 맘껏 해보시고, 늘 모든 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더더욱 멋진 작품 만들어 주시길.
아울러, 오돌또기 좀 빨리 만들어 주세요~~ 목빠지게 기다린지 10년입니다.
-오돌또기 관련 뱀발 이야기-
97년에 박화백님이 제주도 4.3항쟁을 소재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만드신다고 선언을 하시고, 제작 투자회원을 모집하신 적이 있다.
아니 투자회원이라기엔 좀 그렇고...얼마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추후 작품 완성뒤 원화의 셀그림을 골라서 가질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기억함.
평소 박화백님의 팬이었던지라, 거금을 주고 셀그림 두어장을 미리 찜해놨다.
그때 예상으로는 아무리 늦어도 2-3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오들또기>는 완성됐다는 소식이 없구나.
작업실에서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작업에 몰두하면서 고생하신다는 오돌또기 제작팀들 이야기를 이 책 중간에서 잠시 보자, 문득 잊고 있었던 그 셀그림 쿠폰이 생각난다.
내 셀그림도 갖고싶기도 하거니와. 정말정말 제대로 된 우리 만화영화를 어서 만났으면 좋겠다.
2001년 일민미술관에서 한국만화 전시회를 할때 키가 훌쩍 크시고 그레이색 머리를 하신 박화백님을 한번 뵈었는데, 그때 오돌또기 언제 나와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었는데, 그 얌전하신 분이 얼마나 당황해하실까 생각하니 차마 입 밖으로는 못튀어나오더라구.
그나저나...얼마나 더 기다려야 될까? ^^; 설마 앞으로도 10년 더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