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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ㅣ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0년 11월
평점 :
어제 어떤 한 분을 만났다.
자동차 뒤 꽁무니가 빨갛게 울던 어두운 아침이 '사회 생활'로 무르익어 깊은 밤이 될 때까지 어제는 하루종일 많은 일이 있었다. 평소처럼 걷고, 평소처럼 웃었고, 하루치 복용해야 할 음악도 삼켰지만 어쩐지 수어개의 내가 이런저런 곳에서 분산되어 있다가 한꺼번에 '합체'라도 해야 할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묘한 공간. 빈 자리는 하얀 백지로 채워진다. 나는 말해야할 때 하지 못했고, 웃어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그 때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중얼중얼중얼중얼.
그러던 날의 어떤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된 분의 목소리가 귀에 참 좋았는데 느린듯 어눌한 듯 겸손한 웃음과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가 번잡한 하루의 소란스러움을 떨치게 해 주었다.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되면 그림책의 한 인물에게 그 목소리를 얹어주고 싶어지는데 어제는 주인공을 발견한게다. 요즘은 겸손이라는 단어가 별로 인기가 없겠지만 자신에 대한 튼튼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만이 단호함을 겸비한 겸손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니, 단호하지 않는 것은 거짓 겸손이겠다.
오늘 만난 이 행복한 청소부에게 어제의 그 겸손한 목소리를 선물해주고싶고, 어서 이 주저리 서평도 마무리짓고 싶다. 그가 만난 음악과 글의 세계는 얼마나 알콩달콩했을까. 나도 또 어서 책 읽고 싶다, 어서!
-소리를 지배하는 사람이 권력자라는 생각은 오류일까? 여튼, 목소리는 그 사람의 소리이고 나는 그것만큼 정직한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라는 산만한 이야기로 마무리짓는다.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