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출판 시장을 움직이는 독자가 20대에서 40대로 바뀌고 있다. 대학생이나 20대 여성처럼 젊은 독자들은 이탈하는 반면 마흔이 넘은 독자들이 출판의 ‘블루오션’을 만들고 있다. 일본의 단카이(團塊)세대와 비교될 만큼 ‘책의 세대’라 불린 386세대 독자가 어느새 마흔 문턱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출판계에서 ‘마흔 이후의 삶을 다룬 책’이라는 미개척지가 발견된 것은 2000년 무렵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독자는 젊은층이 대부분이었고 반응도 일시적이었다. 당시 출간된 ‘불량노인이 되자’는 40, 50대를 겨냥하고 만들었지만 독자의 60% 이상이 30대였다.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역시 20, 30대 독자가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 이르면 사정은 달라진다. 마흔 이후 중년의 성장이 청년기의 성장만큼이나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이 책의 구매자는 40대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마흔 이후를 다룬 책의 유형은 조금씩 변해 왔다. 처음 등장한 유형은 나이 든다는 사실을 긍정하는 책들이다. ‘나이듦에 대하여’가 대표적인 책으로 특히 여성들에게 사랑받았고,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중년 남자의 심금을 울렸다. 물론 이전에도 ‘남자의 후반생’류의 책이 있었지만 이런 책들은 남자의 후반생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해석했다. 반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중년 남자의 애환을 담아내면서 이제는 뒤를 돌아보며 천천히 살라고 권유하는 등 중년 남자의 감성에 호소했다.

 

 

 

 


최근 출간되는 책은 주로 ‘노(老)테크’ 책들이다. 노후를 위한 재테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돈이 없는 노후는 재앙에 가깝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은 노테크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간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며 준비되지 않은 노년의 절박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20년 벌어 50년 먹고사는 인생설계’는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노년을 준비해야 함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노테크 방법론보다는 노테크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마인드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동아일보 200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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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운(63·사진)은 우리말 분야의 강준만이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쓴 작품이라도 잘못된 곳이 있으면 거침없이 지적한다. 2000년 ‘알만한 사람들이 잘못 쓰는 우리말 1234가지’로 시작된 그의 실명비판은 ‘우리말 지르잡기’에 이은 세 번째 책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문학수첩)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늘 빨간 펜을 챙긴다. 읽다가 ‘옥에 티’를 발견하면 바로 빨간 줄을 그어버린다. 소설집이든 장편소설이든 한 권에 평균 20∼30군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삼국지’ 얘기를 먼저 꺼냈다.

“‘삼국지’를 쓴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이 공히 쓰는 말이 있어요. ‘죽임을 당했다’는 말입니다. ‘죽임을 당했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죽임’에 이미 ‘당했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왜 삼국지의 병사들은 꼭 죽임을 당해야 합니까? ‘죽었다’ 그러면 그만이죠. 이렇게 졸렬한 문장을 그대로 두고 수능 필독서라고 광고하면 안됩니다.”

그는 출판사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수십 쇄를 찍으면서도 틀린 말을 바로잡지 않아요. 잘 팔린다고 해서 내처 찍기만 하는 것 같아요. 저자들도 보통 2쇄를 찍을 때는 교정을 합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는 수없이 재판을 찍으면서도 제대로 교정을 안해요.”

권오운이 이번에 펴낸 ‘작가들이…’는 공지영 김영하 윤대녕 이만교 구효서 이문열 황석영 등 유명 소설가 50여명의 작품에서 찾아낸 오류를 수록하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신예작가 정이현의 ‘홈드라마’에는 “담배 대신 달달한 커피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구멍에 털어넣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권오운은 여기서 ‘달달한’을 문제 삼는다. ‘달달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라는 것.

신경숙의 ‘달의 물에서’에는 “기분이 상하면 속세말로 열불이 나서 견딜 재간이 없었다”는 대목이 있다. ‘속세말’에 빨간 줄을 긋는다. 이 역시 없는 말.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은 속어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시대의 유행어’라는 뜻인 ‘시쳇말’이 제격이다.

작가들에게 미움을 받게 마련인 작품 속 옥에 티 찾기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권오운은 “우리말을 갈고 닦을 책임이 바로 그들에게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젊은 작가들 중에는 김경욱이나 이응준 김연수 등이 비교적 틀린 곳이 적고 중진 중에는 김훈과 이윤기의 글이 정확한 편이라고 했다. 학생잡지 ‘학원’,KBS 출판부 등에서 30여년간 취재와 편집 일에 종사했던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국민일보 200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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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마지막 역사소설이 될 겁니다.”

 

 

 

 

작가 최인호(61) 씨가 가야의 역사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 ‘제4의 제국’(전3권·여백)을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 백제와 일본의 유대를 다룬 ‘잃어버린 왕국’으로부터 시작해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영광을 그린 ‘제왕의 문’, 통일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의 생애가 담긴 ‘해신’ 같은 역사소설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14일 만난 최 씨는 “‘제4의 제국’으로 조상에게 진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더는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화자가 경남 김해시 대성동 고분에서 발견된 파형동기(巴形銅器)에 있는 조개 문양의 원류를 추적하면서 가야의 역사를 좇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이 국내 여러 박물관과 일본의 왕릉, 오키나와, 인도 등을 돌아다니며 조개 문양의 원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지적인 흥미도 북돋운다.

최 씨는 “수수께끼의 왕국 가야가 북방 기마민족이었던 김수로왕의 대륙문화와 인도에서 건너온 왕비 허황옥의 해양문화의 합작국임이 밝혀지기까지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식으로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료가 희박해 고생했지만, 가야가 우리 역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기초라는 확신을 갖고 창작에 임했다”면서 “일본과 오키나와, 인도를 답사하면서 고된 작업을 했지만 그만큼 열정을 쏟아 부어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역사물을 마친 최 씨의 계획은 예수의 생애를 그린 소설을 쓰는 것.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예수의 생애를 작품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밑그림을 그려 왔다는 최 씨는 “2, 3년에 걸쳐 성지순례와 자료조사를 한 뒤 창작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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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는 23일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5년 세계인, 특히 청소년들의 독서 증진을 위해 이 날을 만들었습니다. 4월 23일은 1616년 영국과 스페인의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입니다. 또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는 ‘조지 성인(聖人)의 날’로, 이곳에서는 이날 책을 사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으로 열 두 번째를 맞는 ‘세계 책의 날’에는 해마다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개최되고, 영국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한 달 동안 부모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준다고 합니다. 올해엔 ‘2006년 세계 책의 수도(首都)’인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튜린에서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이집트의 카이로에서는 지적 재산권에 관한 국제회의도 개최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국 18개 대형서점들과 함께 서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책 한 권과 장미 한 송이를 주는 ‘책과 장미의 축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올해 한국출판인회의가 만든 공식포스터의 주제는 ‘책에 날개를 달자’입니다. 이는 책을 여러 사람들이 돌려보는 ‘북 크로싱(Book Crossing)’을 적극 권장하는 내용입니다. 지난 2001년 한 미국인이 시작한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전파돼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 집에는 다시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책들이 몇 권씩 꽂혀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기회에 이들 책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조선일보 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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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4-08

제가 출판인들을 알게 된 지는 10년이 넘습니다. 90년대 초 문화부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책 페이지 만드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출판계 인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판팀 소속은 아니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출판인들이 어떤 분위기인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60대 출판인들은 “책이 좋아서” 또는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어서” 출판계에 뛰어든 경우가 많습니다. 50대 출판인들은 선배들보다 사업에 대한 관심이 좀 더 강하지만 그들 역시 책과 문화에 대한 집착은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좋은 책’을 만드는데 힘쓰고, 어쩌다 ‘베스트셀러’가 나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지난 1월 출판팀장을 맡고 나서 출판계 인사들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만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이제 시장과 경영 마인드로 무장한 새로운 출판인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한 출판사들을 이끄는 ‘신(新) 출판인’들은 출판계에 새로운 조직과 경영 방법,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들에게 책은 이제 자동차나 휴대전화, 냉장고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상품입니다. 이들은 독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거기에 맞춰 책을 만들어 낸 후, 첨단 매체를 이용해서 다가갑니다. 이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좋은 책’보다는 ‘잘 팔리는 책’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느 한 쪽이 옳고 다른 쪽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장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상황에서 출판만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 만난 한 중진 출판인은 “출판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후배들을 개탄했지만, 그들이 출판시장의 규모를 크게 키우고 기업으로서 출판사를 강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한가지, 이들이 양적 성장을 질적 심화로 연결시키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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