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Derailed (2003)  제임스 시겔 장편소설|최필원 옮김|비채

 

책소개
스릴러 기획자인 모중석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모던 스릴러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한 번 책을 펼치면 빠져나올 수 없는 흡입력 때문에 미국에서 ‘롤러코스터 소설’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매력.

“엄청난 페이스와 충격적인 반전이 『탈선』을 다이너마이트로 만들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살아 있는 캐릭터들과 독창적인 구조,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 『탈선』을 강력히 추천한다.”
- 라이브러리 저널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달리는 미칠 듯한 스피드. 이 급행열차를 놓치지 마라.”
- 피플

 “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탈선』을 반드시 챙겨라. 그리고 절대 책에서 눈을 떼지 마라.”
- USA 투데이

 “거침없이 몰아붙인다. 수많은 독자들이 열광할 것이다.”
- 워싱턴 포스트

 “굉장히 재미있고, 엄청난 페이스가 있고, 비비 꼬인 플롯이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결말은 이 소설의 압권이다.”
- 뉴스데이

 “오싹하고, 섬뜩하고, 강렬하다.”
- 뉴욕 데일리 뉴스

 “이틀 밤이나 나를 탈선하게 한 소설. 깔끔하고, 매혹적인 스릴러다.”
- 제임스 패터슨

 “매력적이고, 냉혹하고, 매우 현실적이다. 첫 장부터 눈을 뗄 수가 없다.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극적인 순간들로 넘쳐나는 소설이다.”
- 제임스 W. 홀

 “격렬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최고 수준의 스릴러. 반전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스토리는 충격적이고, 만족스럽다. 『탈선』은 고품격 엔터테인먼트다.”
- 넬슨 드밀
...................................................................................................
야심찬 기획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장점은 오래된 작품들은 출간하지 않고 최근 몇 년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화제작이나 베스트샐러 위주로 라인업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모든 타이틀이 스릴러 중심이라는 점이다. 타 몇 몇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시리즈는 작품성 위주이거나 애초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부적합한 작품을 동일한 컨셉의 시리즈로 묶는 실수를 저질렀다.부디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애초의 컨셉을 유지하는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발간했으면 좋겠다.

첫 타이틀이 나오기전에 신비마케팅 스타일로 시작해서 차츰 브랜드를 알리는 순서로 신문지면 광고나 온라인 광고를 사전에 좀 시행을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부분이 없다는게 아쉬움이다. (모중석은 누구인가?/ 영화에만 블록버스터 대작을 찾지마라. 같은 것으로 시작해서 출간시점에 작가 사진과 프로필, 혹은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저자의 메세지 등..) 첫 타이틀의 성공에 따라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다음 타이틀이 실망스럽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완성도를 믿고 또 구매하게 될텐데...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 화제작이고 재미있어도 초반 몇 몇 출시작이 어느정도의 흐응을 얻지 못하면 다음 기대작들은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번역 출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디 이 작품의 호응도가 좋기를 바란다. 어렵겠지만 가끔은 저자들을 국내에 섭외 초청해서 싸인회를 한다던가 하는 행사도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모중석 스릴러 클럽을 펴내며

추리소설계의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총잡이를 등장시켜라. 독자들로 하여금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도록 만들려면 우선 첫 페이지부터 화끈하게 시작하라. 대립이든, 분쟁이든, 공포든, 폭력이든 뭐든 써넣어라.

스릴러는 바로 그런 문학이다. 시작은 액션으로, 설명은 나중에. 생사가 오가는 위기의 순간에도 주인공에겐 손쉬운 해결책이 주어지지 않는다. 소생 불가능한 난관을 차례로 헤쳐 나가는 주인공에겐 항상 한정된 시간이 주어지고, 그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만다. 팽팽한 긴장감, 불꽃 튀는 액션, 그리고 읽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충격적인 반전. 마음껏 즐기는 독서를 원한다면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는가?

스릴러 문학은 다양한 세계를 아우르는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법정, 첩보, 액션, 의학, 범죄, 로맨스, 역사, 정치, 과학, 그리고 종교까지. 스릴러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릴러로서의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바로 ‘제 구실’을 다하는 프리미엄급 스릴러 소설만을 엄선해 독자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치열한 삶이 담긴 작품들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그들의 본능이 일으킨 다양한 사건들이 곧 이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새롭고 참신한 작품을 꾸준히 소개할 것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풍성한 스릴러의 세계를 맘껏 창조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약속하는 바이다.


2006년 5월 기획자 모중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김성희] 결혼, 달콤하고도 씁쓸한 유혹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예문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달뜬 탓인가요? 책상 위로 툭툭 던져지는 청첩장이 늘었습니다. 문득 지난해 가을 무렵 나온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의 원제는 '결혼이 무서워'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여성, 결혼을 앞둔 신부, 남편 곁에서도 외로운 주부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니 원제가 책 내용에 충실한 듯합니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케케묵은 말을 들출 것도 없이, 결혼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큰 일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TV 드라마의 대부분이 결혼을 둘러싼 줄다리기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워낙 큰 일이다 보니 결혼이란 것이 마냥 설레고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혼수며 예단을 둘러싼 신경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잘한 선택인지'에서 '해야 하는 건지'까지 온갖 생각으로 심란했던 경험을 한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특히 여성들은요.

이 책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에 관한 심리학.사회학적인 분석서입니다. 지은이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며 결혼을 지지하거나 '결혼은 미친 짓'이라며 만류하지 않습니다. 대신 독신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은 물론 결혼 기피증이나 결혼 불감증, 결혼하지 않은 후회, 결혼하고도 외로움을 호소하는 심리들을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흔히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안정된 직장이나 고액 연봉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만큼 어려운 조건이 없답니다. 부모처럼 무조건적인, 그런 이해와 사랑이 쉽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이 조건을 포기한 채 넉넉함이나 외모, 시부모를 모시지 않는다는 등의 현실적 조건에 혹해 결혼한 사람들의 이후 인생 또한 행복하지는 않은 데 독신 여성들의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 부부들을 대상으로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지 조사한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1위는 물론 '홀로 있을 때'였지만 2위는 남편들은 '직장에 있을 때'인 반면 아내들은 '남편과 있을 때'였답니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무신경한 남편 곁에 있을 때 아내는 더 외로움을 탄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전문 연구서, 사례 조사에 지은이의 상담경험이 더해져 꽤 유용합니다. 결혼과 관련해 언젠가 부닥칠 장애와 그에 대처할 제안을 담았기에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든 주부에게든 상당한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그런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사랑에 적기(適期)는 없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개인의 선택이다'라네요.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중앙일보 2006-04-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김성희] 뿌리들의 이야기

강화고등학교 엮음

어르신들이 "내가 살아온 이야기만 엮어도 소설 하나는 거뜬할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걸 종종 듣습니다. 사실 그럴 만합니다. 환갑을 넘게 살았다면 가슴이 고동 치던 기쁨, 애끊는 듯한 슬픔, 주먹이 부르르 떨리던 분노 등 곡진한 사연 한 자락 없는 분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일제 치하, 해방 정국, 한국 전쟁, 혁명 등 굵직한 사건을 몸으로 겪고, 압축성장이라 일컬어지는 근대화의 흐름을 숨가쁘게 헤쳐온 세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이 책은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그런 사연들을 묶은 것입니다. 일종의 전기(傳記)집입니다. 지난해 초 인천시 강화군의 강화고등학교(교장 이일섭)에선 학생들 인성교육을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전기를 써오라는 과제를 냈답니다. 연말이 되니 200여 편의 글이 모였는데 그냥 묵히기가 아까워 그중 32편을 고르고 추려 묶은 것이 이 책입니다.

작가나 기자 등 글쟁이들이 쓴 것이 아닌 만큼 글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디자인 역시 전문 출판사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어서 투박합니다. 그러나 이 책엔 그런 모자람을 뛰어넘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진솔합니다. 생활에서 우러난 지혜나 인간의 도리가 꾸미지 않은 채 담겼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남들 보라고 쓴 것도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아, 나도…"할 구절,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대목이 여럿 있습니다.

강원도 최연소 교장을 지낸 외할아버지 김진태 옹의 이야기를 정리한 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교원평가 때 민원에 시달리던 김 옹은 "사람은 정도(正道)를 벗어나면 그때부터는 사람이 아닌 거다"란 집안의 가르침이 떠올라 여관을 전전하며 공정한 평가를 했답니다. 그런 외할아버지는 퇴임 후 외손자에게 "인간은 겸손해야 하는 거다. 최(最)나 장(長)이 붙은 자리에 있으면 거기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나는 평생 이 두 글자에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라고 일러줍니다.

글을 쓰기 위해 한 구절을 집어냈지만 이 책은 생활사로도 읽히고,'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오늘날 생생한 교재 구실도 할 수 있습니다. 대화는커녕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 뵙기도 썩 내켜하지 않는 세태입니다. 이런 식으로 집안 어르신의 전기를 직접 만들어본다면 가족 두루두루 잊지 못할 가정의 달 선물이 되지 싶습니다. 굳이 일반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비매품'을 소개한 까닭입니다. 참, 책을 엮은 강화고등학교로 연락하면 여분의 책을 보내줄 수도 있답니다. 아니면 학교 홈페이지(www.ganghwa.hs.kr)에 책 내용을 압축파일 형태로 올려놓을 예정이라니 읽어 보실 수는 있을 겁니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중앙일보 2006-05-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중앙일보 김성희] 워커홀릭 1, 2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황금부엉이



한창 TV 야구중계에 빠져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하더군요. 여성들의 86%가 요즘 우울증을 앓는다나요? 그러면서 만사가 귀찮고, 거울 속에 자기 얼굴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고, 뭔가 저지르고 싶고, 주위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짜증이 나고 등등 줄줄이 증세를 읊더군요. 사설이 길어지다 협박으로 변할 것 같기에 스윽 이 책을 내밀었습니다.

29살 난 사만타 스위팅. 영국 최고 법률회사의 잘나가는 변호사입니다. 열두 살 이후 자기 시간을 가져 본 적이 없고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일을 하는 일 중독자죠. 승진을 코앞에 둔 그녀는 자기가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을 알게 됩니다. 감당이 안 된 그녀는 회사를 뛰쳐나와 기차를 타고 정처없이 떠납니다. 그리고 이름 모를 시골에서 얼떨결에 가정부로 취직합니다. 여기서 젊은 정원사를 만납니다. 지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여유 있는 이 청년과 그의 어머니가 사만타를 돕습니다. 그러면서 사랑이 싹틉니다.

자, 이 정도면 그림이 그려지나요? 밝고 재능 있는 주인공, 속물적인 집주인 부부, 출세에 눈먼 변호사 동료, 그와 정반대인 정원사와 그의 정다운 시골 친구들이 빚는 이야기는 어쩌면 상투적입니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디즈니 식 동화나 어릴 적 읽은 할리 퀸 시리즈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톡톡 튀는 문체에 담긴 천연덕스러운 유머, 간혹 번득이는 성찰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단추 하나 못 달고 샌드위치 한 번 만든 적 없는 사만타가 살림을 하며 벌이는 소동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계란을 삶는다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세탁기를 쓸 줄 몰라 빨랫감을 온통 분홍색으로 만들어 버리고…. 샌드위치를 전문점에서 배달시키는가 하면 표백제를 잘못 써 자기 머리 색깔을 바꾸는 등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정원사 나다니엘의 어머니는 이런 사만타에게 "모든 답을 다 알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닦달하지 마. 항상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라고 충고합니다. 사만타는 차츰 생활의 여유에 눈뜹니다. 그래서 회유하러 온 동료에게 "졸업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번드르르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인생을 낭비하는 거야?"라고 항변할 정도로 생각이 바뀝니다. 결국 "창밖도 쳐다볼 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라며 런던행 기차에서 내리죠. 자기가 원하는 삶을 택한 겁니다.

여권주의자들은 혹 '아편'같은 소설이라 비난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효과도 좋았습니다. 야구 중계를 끝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요.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중앙일보 2006-04-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김성희] 바보들


야콥 아르주니 지음

안소현 옮김, 이레




어렸을 적에 천사나 요정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들을 더러 읽었을 겁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피엔딩하는 그런 달콤한 이야기 말입니다. 이제 세상이 어떤 건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된 요즈음,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아니 만일 전능한 존재를 만난다면 뭘 빌까요?

독일 신진작가의 이 소설은 잠시라도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해줍니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장과 불편한 관계인 광고회사 직원, 자신감을 잃어버린 유망 영화감독, 유명 가수가 된 아들과의 사랑을 되찾고 싶은 노모, 걸작을 남기고 싶은 삼류 대중소설 작가, 유명 피아니스트 아내와 천재 아들 곁에서 홀로 서고 싶은 전업남편이 각각의 주인공입니다.

삶의 무게에 시달리는 이들 앞에 요정이 나타납니다. 서양 동화에 등장하는 그 귀엽고 깜찍하며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 요정입니다. 여기서는 맨발에 팔랑거리는 하늘색 옷차림의 소녀 모습으로 등장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요정은 지극히 현대적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매여 있고, 부서간 전근도 하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장 요정에게 시달리기도 하니 샐러리맨과 다름없습니다.

능력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영생(永生).건강.금전.사랑에 관한 소원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엉뚱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북한 주민을 위해 고기를 보내주라고 빌자 유럽에 병든 소가 생기면 그 고기를 보낼 거라며 광우병이 돌게 한 적도 있다는군요.

그래서 책은 '환상 동화'라 자처하지만 풍자의 냄새를 짙게 풍깁니다. 가장 많은 소원이 '유명해지기'라서 TV 토크쇼가 범람하게 했답니다. 식기세척기가 세 번째인가 네 번째로 많은 소원이라고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섯 주인공들은 소원이 이뤄진 다음에도 진정 행복한 듯 보이지는 않습니다. 소원에 따른 변화의 폭이 넓고 다양해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의도는 우리의 평소 소원이 이뤄지든 못 이뤄지든 삶은 여전히 쓸쓸하거나 우스꽝스럽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것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냉담한 요정과 삶에 지친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서글픈 농담을 통해서 말입니다.

자, 이런 요정이 찾아오면 어떤 소원을 빌겠습니까? 소원을 떠올리기 전에 책 속의 요정이 전하는 이야기를 새겨 둘 것을 권합니다.

"소원에 관한 일은 흡사 삶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아요. 더 높은 데 있는 것을 잡으려 하면 그만큼 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날씨나 기분에 따라 혹 달콤 쌉싸래한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중앙일보 2006-04-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