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6-07-14 기선민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 전성시대다. 국내 만화 단행본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진 '파페포포 메모리즈'가 애초 다음 카페에 연재됐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인터넷 특성상 촌철살인과 유머러스한 대사가 유난히 빛을 발하는 웹툰. 휴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밀렸던 웹툰을 읽을 절호의 기회다.
회사원에게 영원한 애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회사. 빨간 가분수 캐릭터 '감자도리'가 등장하는 '회사가기 시러'(김영주 지음, 행복한 만화가게, 2006년)도 회사 생활에 대한 샐러리맨의 심리를 핀셋으로 콕 집어낸 듯한 만화다. 감자도리는 지난해 MSN 메신저 공개사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캐릭터. 작가의 예사롭지 않은 감각은 첫 장에 실린 '직장인의 뇌 구조'(사진)만 읽어도 충분히 짐작된다.
비가 오면 이상하게 일하기 싫고 날씨가 화창해도 일이 하기 싫으며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낙엽이 져도 일하기 싫은 감자도리는 20~30대 직장인의 딱 떨어지는 자화상이다. 감자도리의 다른 이야기는 감자도리닷컴(www.gamzadori.com)에서도 만날 수 있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저자의 블로그(http://neverwhere.egloos.com) 연재물을 모은 '게임회사 이야기'(이수인 지음, 에이콘, 2005년)는 게임업계의 특성을 알면 더 재미있지만 몰라도 큰 무리 없이 술술 읽히는 만화다. 게임 개발이 걸리면 밤샘을 밥 먹듯 하는 게임회사의 현실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초딩 때 생각이 짧아 자원해 컴퓨터부에 들어갔다 반듯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이 모양이 됐다"는 넋두리 등을 읽다 보면 '어느 회사를 다닌들 사정은 엇비슷하구나'하는, 일종의 위안마저 든다.
'휴가 가서도 회사 얘기를 읽느냐'는 불만이 있다면 천방지축 아줌마의 밉지 않은 좌충우돌을 그린 '카키의 그림일기'(이효정 지음, 전나무숲, 2006년)는 어떨까. 4년간 네이버와 엠파스 등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과 그림을 묶었다. 긴 머리에 귀를 뚫고 담배 피우는 남자면 무조건 넋을 잃는 철없는 아줌마 카키. 목공예에 조예가 깊은 남편과의 연애담부터 시작해 두 아이를 데리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자신의 얘기가 진솔하고 귀엽다. 웹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순정만화', '일쌍다반사'(이상 2004년), '바보'(2005년)등 '강풀 만화'도 이 김에 개척해보자.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