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출판팀장으로 반년 가까이 일하면서 우리 출판계의 흐름을 어느 정도 감(感)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자기계발서 열풍입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비슷비슷해 보이는 책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가 요즘 출판사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노다지 시장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별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올 상반기의 베스트셀러도 대부분 자기계발서라고 합니다. 20주가 넘게 계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80만부 가까이 팔려나간 ‘마시멜로 이야기’를 비롯해서 ‘핑!’ ’배려’ 등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획회의’ 최근호(177호)는 이들 주목 받는 자기계발서를 만든 편집자들이 직접 털어놓는 뒷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자기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보다 밝은 미래와 경제적 풍요를 이룩하는 길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1980년대 불황기에,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에 자기계발서가 붐을 이뤘습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개인이 더 이상 조직(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자기계발서가 급격히 관심을 끌게 됐습니다.

이렇듯 그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최근의 자기계발서 열풍은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습니다.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치고, 광고·마케팅·행사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특정 독자층을 너무 겨냥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더구나 조금 진지하게 만들만한 책도 출판사가 자기계발서로 방향을 돌리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이 출간됐을 때 주요 언론에서 별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 답을 얻으려는 저희 출판팀의 고민은 당분간 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선민 출판팀장 [ smlee.chosun.com])조선일보 200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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