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05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의 작가이자 국내에서도 초판만 무려 100만 부 발행하는 초특급 작가 조앤 롤링. 그녀도 처음엔 <해리포터> 원고를 들고 수십 군데의 출판사를 전전한 끝에 책을 냈다.

월급쟁이에게 미래는 없다고 외쳐 전 세계적 인기를 모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그보다 더 처절했다. 자신의 원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책으로 내줄 출판사를 도저히 구하지 못해서 자비로 아주 조악한 책을 만들었다. 형편없는 책이라서 서점엔 올려 놓지도 못하고 주유소 가판대에서 판매했다. 마침 주유하던 출판사 직원이 이 조악한 책을 발견해 자신의 출판사에서 내게 되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억척이 일궈낸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드라마틱한 탄생 스토리다.

소박한 사례를 찾아보자. 대학 갈 준비 때문에 여념이 없었을 고교생이 책을 낸 경우가 있다. 영어책 <짱글리쉬>로 유명한 박주현(19)양은 재미없는 교과서와 영어를 못하는 친구들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1 때부터 줄거리를 써서 고교 3년 때 12권의 영어 학습 만화로 냈다. 물론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낸 관계로 책을 내 줄 출판사 찾는 수고로움은 없었지만 그 나이에 12권의 책을 기획하고 저술했다니 보통 부모들 같았으면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 문제 하나 더 풀지."

그럼 이 경우는 어떤가. 출판 경험이 전무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한 36일간의 일본 여행 체험서를 내기 위해 출판사를 직접 세웠다면? 더군다나 이 책의 저자는 초등학교 5학년 딸. 출판사들의 계속되는 거절 덕택(?)에 출판사 사장의 명함을 쥐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

하지만 이런 억척과 저돌성은 그녀의 이력서를 보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민귀영(41) 비타브레인 출판사 대표가 그 주인공. 그녀는 신의 경지인 주산 10단의 실력으로 서울여상을 나와 코리안리재보험 기획실 과장까지 오르고, 주경야독으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억척 모녀는 일본 여행 중에 만난 일본의 주산 교실 선생이자 삽화가인 지코를 만나 책의 삽화를 얻기까지 했다. 책 제목은 <모녀 탐험대, 일본으로 떠나다>. 그럼 단순히 딸에게 책 선물을 안기기 위해 출판비 3000만여원을 들였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어린이들의 경제 교육 사업을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일 뿐이란다. 기획실 과장 출신답다. 또 자기처럼 원고가 있으면서 출판사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들의 생생한 해외 체험서를 본격적으로 출판하겠다고 한다. 틈새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그 성과가 자못 궁금하다.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