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2006-04-21
김영관 대교베텔스만 대표(54)는 요즘 부쩍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버스도 타고 또 걷기도 하면서 출퇴근하고 약속장소에도 나간다. 이유는 하나다. 사람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밤낮없이 지하철·버스 좌석에만 앉으면 눈을 감거나 휴대전화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저 사람들에게 책을 읽도록 만들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심각한 고민 수준이다.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이 반기는 ‘살아 있는’ 학급문고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기업에선 CEO들과 함께 직원들에게 책을 읽힐 방법을 고민한다.


고민은 지난 2005년 1월 대교베텔스만 대표로 취임한 이후부터 계속돼 왔다. 하지만 정작 김대표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책을 더 많이 더 자주 읽으려면 책과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사람들 가까이 책을 놓아두는 여러 캠페인을 계획 중이다. “이 과정은 마치 상대가 미처 모르는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고 뿌듯해한다. 대교베텔스만은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 미디어그룹 베텔스만이 대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98년 설립된 옛 베텔스만코리아가 그 모체다. 현재 회원제 북클럽과 출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04~2005년 최고의 베스트셀러 〈다빈치코드〉도 대교베텔스만에서 펴냈다.
그는 ‘독서운동가’다. 가정, 직장, 군대, 학교 등에서 모든 사람들이 많은 책을 읽도록 일종의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른바 ‘전국민 독서열풍’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학교, 군대, 지방군청 등을 가리지 않고 누비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북클럽’(Book Club)의 태동이다. 물론 취임 당시엔 자신조차 ‘북클럽’이란 개념이 생소했었다. 하지만 북클럽이 유럽 내에서는 50년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유럽이 독서강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뒤 독서운동에 자진해 뛰어들었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까닭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접하고 또 읽는다. 주제 역시 아주 다양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읽다 보니 정독과 속독법이 누구보다 발달했다고. 우스갯소리지만 사실상 공짜만화에 심취해 있던 어린 시절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만화를 읽기 위해 저절로 터득했다고 회고한다. 한국문학, 세계문학, 무협지, 철학서적, 이념서적 등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사회진출 후에는 관심분야가 기업 관련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로 옮아갔다. 윌리엄 월튼이 쓴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은 그가 아직까지도 꺼내 읽곤 하는 애독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식히고 상상력·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선 〈다빈치코드〉와 같은 소설도 옆에 두고 자주 읽는다. 최근에 읽은 교수의 〈경제, 경영, 그리고 인생〉도 글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며 읽었다.
올해 그는 누구보다 할일이 많다. 일단 ‘북스캔 생활독서운동본부’를 설립해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함께 그가 고민해 온 독서운동 방안을 하나씩 실천해 옮길 계획이다. 또 학급마다 내무반마다 학급문고와 작은 서가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직장과 가정 독서운동도 하나씩 진행해 나갈 작정이다. 현재 회원수 45만명의 북클럽 ‘북스캔’은 연내 100만 회원 유치를 향해 힘껏 달리고 있다. 제2의 〈다빈치코드〉가 될 만한 책을 내 본업에도 충실할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책을 직접 한 번 내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분야의 책일까. “남녀관계에 관한 지침서”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남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색다른 지침서를 내고 싶다는 얘기다. 오롯한 인간관계는 바로 남자와 여자의 올바른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의 색다른 인생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