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스스로 ‘양심껏’ 책값을 내도록 한 무인도서 판매대가 시민들의 ‘비양심’으로 운영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7월부터 성동구 뚝섬 서울숲 방문자안내센터 1층에 ‘양심 책꽂이’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책값을 받는 관리인 없이 시민들이 책을 고른 뒤 스스로 책값을 치르도록 한 무인 도서판매대다.

이는 1000∼7000원대 공원 관련 서적과 엽서를 시민들로 하여금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인건비 부담 없이 책을 판매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무인 도서판매대에는 가격표와 이용 방법, 판매된 물품 금액 대비 수입액을 나타내는 ‘양심지수’도 함께 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9개월 간의 평균 수입은 실제 판매된 책값의 66.5%에 그쳤다. 책값을 내지 않고 가져가는 비율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것이다.

처음 석달 간은 판매액 대비 수입액이 69%에서 71%, 85%로 꾸준히 올랐지만,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12월에는 45%까지 떨어지는 등 9개월 간의 평균 ‘양심지수’는 60%대에 머물렀다. 결손 처리된 금액은 총 82만7000원. 처음 석달 간 양심지수가 꾸준히 올라 무인 도서 판매의 성공을 기대했던 시 공무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돈을 잘 내고 없을 때는 그냥 가져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나 시는 이 양심책꽂이를 계속해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신정훈 기자 세계일보 200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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