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숨은 경제학을 찾아 - <경제학 콘서트> 저자 팀 하포드 이메일 인터뷰

출처-인터넷 서점 리브로

하워드 진, 박노자에 이은 해외 저자 이메일 인터뷰 3탄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최근 국내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입니다. 팀 하포드가 말하는 ‘일상의 경제학’은 무엇인지, 그것이 주는 유용함과 즐거움은 무엇인지 함께 들어볼까요?


2006.03.10 <박수호 psh4039@libro.co.kr >

사회과학의 여러 학문 중에서 우리 일상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무엇일까요? 여러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경제학’이라고 답을 할 사람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양극화, 한-미 FTA 문제, 국민연금 개혁, 비정규직 문제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이슈들도 대부분 경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에 관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경제학은 쉽게 다가설 수 없거나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이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작년에 출간된 <괴짜경제학>이나 올해 출간되어 화제를 낳은 <경제학 콘서트>는 추천할 만한 경제 교양서입니다. 특히 <경제학 콘서트>는 지금까지 나온 주요 경제학 이론들을 모두 반영하면서도 그것들을 이론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세계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큰 미덕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루어졌습니다. 팀 하포드의 답변은 최대한 직역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혹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다시 한 번 이메일 인터뷰에 선뜻 응해준 팀 하포드에게 감사 드립니다.




경제학의 법칙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이메일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팀 하포드 씨는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경제관련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안녕 경제학자(Dear Economist)’란 코너를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사연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 ‘안녕 경제학자(Dear Economist)’는 독자들이 경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상담해 주는 코너였습니다. 한 번은 어떤 독자가 양말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 서랍 장에는 항상 짝이 틀린 양말들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물은 것이었죠. 저는 산업혁명에서 답을 구해 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산업혁명은 기계들이 상호 대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들어 지면서 가능해졌거든요. 저는 그 독자에게 한 짝을 잃어버려도 다른 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모두 같은 색깔의 양말을 구입할 것을 권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가 첫 저서로 알고 있는데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책을 쓰면서 가장 주안점을 줬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 경제학은 커피 마시기, 쇼핑하기, 교통 체증 등 매일 일어나는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어요. 저는 이렇게 일상에 숨어 있는 경제학의 법칙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는 우리의 일상과 경제학의 이론이 잘 접목되어 있는 책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경제학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건이나 현상에서 경제학의 이론과 숨은 법칙을 찾아내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냅니다. 단 항상 그 속에서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계속 하다 보면 경제적 사고가 어느 순간 길러지게 됩니다.


작년에 출간된 <괴짜경제학>은 한국에서 빠른 시간 내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지금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이 <경제학 콘서트>를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괴짜경제학>과 <경제학 콘서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괴짜경제학>은 이 책을 쓴 스티븐 레빗만의 독특한 경제학을 담고 있고 그것은 매우 훌륭한 내용들입니다. <경제학 콘서트>의 경우는 기존 경제학의 이론 중에서 특별히 우리에게 유용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 책입니다. 물론 두 책 모두 ‘경제학은 매우 재미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죠.


주식투자의 관건은 빠른 정보와 판단

가격차별 정책’의 사례로 든 스타벅스에 대한 분석은 매우 설득력 있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스타벅스의 사례 분석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 충돌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제가 보여주고자 한 건 어떻게 스타벅스가 각각의 상품에 다른 가격을 매김으로써 일반 고객들로 하여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커피에 비해 비싼 스타벅스의 커피를 기꺼이 사 먹는 사람들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분들일 것입니다. 결국 고객들이 기만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하면서도 이익을 많이 남긴 스타벅스가 ‘영리’하다고 할 수 있겠죠.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도 잘 알려진 게임이론은 매우 흥미롭고 유용하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 어려운 이론이기도 합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한 독자들이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들이 게임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게임의 결말을 미리 예측해 보고,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체크한 다음, 결말로부터 전(前) 과정을 거꾸로 복기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게임이론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게임이론이 쉽다면, 우리는 모두 포커판에서 승리자가 될 수 있겠죠.


현재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주식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이 있는데요, 독자들이 특히 유의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간단한 원리 하나 말씀드릴께요. 어떤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가지고 주식 투자에 임하고 그 결과 더 빠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정보 획득에 느린 사람들은 당연히 정보에 빠른 사람들보다 좋은 결과를 갖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곧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보획득과 그에 따른 판단이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에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나 ‘역선택’ 문제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정보의 비대칭’이나 ‘역선택’이 실업이나 건강, 보험 등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중요한 문제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좋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우리의 경제생활은 좋은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일상의 경제학에 주목하시길

언론에서 경제관련 논설도 쓰고 책도 내셨는데,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특별히 ‘이 사람이다’라고 할 만한 경제학자는 없습니다. 저는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경제이론이라도 수용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경제학자들은 200년 전 사람인 데이비드 리카도부터 폴 클렘퍼러, 로버트 실러 등 현대 경제학자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경제학 도서와 한국의 독자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경제학 도서가 있다면 추천 부탁 드립니다.

- 옥스퍼드 출신의 경제학자 겸 칼럼니스트 존 케이(John Kay)의 「Culture And Prosperity」(국내 미출간)란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 책은 국제경제를 다룬 것으로 시장에 관한 정확한 진실과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을 어려워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간단한 조언을 해 주세요.

- 일단 미디어에 등장하는 경제 관련 통계나 숫자들을 무시하십시오. 그 대신 여러분들이 매일 매일 하는 여러 선택들에 관해 ‘경제학적 사고’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이 경제학에 대한 이해와 활용의 첫걸음입니다. 물론 <경제학 콘서트>를 읽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겠죠^^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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