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기저귀가 친환경적인 게 아니다?
몸매 가꾸는 체조가 오히려 척추측만 원인
환경 건강 관련 상식 뒤집는 2권의 책
“천 기저귀가 1회용 기저귀보다 더 환경친화적이지 않다.”
“살충제 DDT의 사용 금지로 인해 인류는 더 위험에 빠졌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 더 있다.
“체조를 하면 여성미가 오히려 떨어진다.”
전반적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웰빙바람도 부족해서 로하스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대인들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방법을 찾아 책을 뒤적이고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때때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면서 가슴을 끓인다.
그런데 건강 전문가들의 조언이 맞기는 맞는 거야? 환경론자들이 목소리 높이는 지구의 위기는 정말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강과 환경 관련 상식이 맞지 않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란히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 <오해와 오류의 환경 신화>: 신화의 파괴인가. 선동인가
“살충제 DDT의 금지가 인간의 삶을 구원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저자들은 DDT가 농약으로서 금지된 것은 옳았다고 하면서도 말라리아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봤냐고 반문하고 있다. DDT는 말라리아의 전염을 막는 가장 효과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말라리아에 걸린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DDT 사용 금지라는 결정에 대해 그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DDT의 무작정 포기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DDT 포기는 인간의 생명을 구했다기보다는 그것을 대가로 치렀다는 주장이다.
또 천 기저귀와 1회용 기저귀 중 어느 것도 원료 수요·쓰레기·오수·공기 오염·에너지 소비와 같은 전체 환경 관점을 고려해 볼 때 명백한 장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또 흔히 “할머니의 요리가 몸에 더 좋았다”라고 한다. 저자들은 “과연 그럴까” 반문한다. 현대의 방부제와 위생 규정 때문에 옛날 그 시절에 비해 질병과 중독의 위험이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1943~1947년 러시아에서는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곰팡이독 중독으로 사망했다. 전기자동차가 환경적이라는 데도 이의를 제기한다. 전기자동차 자체야 가스 배출을 하지 않지만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화석 연료를 태워야 하는가.
독일의 유명 언론인이자 저자인 디르크 막사이너와 미하엘 미에르시는 에너지·유전공학·건강 등 15개 분야에 걸쳐 우리가 제대로 인식해야 할 환경 신화 150여 개를 수치적 근거와 함께 제시한 다음 그 속에 숨어 있는 오류와 맹점들을 지적하고 다른 시각을 보여 준다.
■ <건강 상식 오류사전>: 게으름뱅이들이여. 주눅 들지 말라
“오래 살고 싶으면 적게 먹어라.” 미국의 전문 학술 단체들까지 이 구호를 대중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활기차게 오래 살려면 이보다 더 쉽고 확실한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못 먹고 헐벗은 사람들이 넘치는 제3세계에는 호호백발 노인들이 넘쳐나야 한다. 정말 그런가. 한 교수의 이론에 의하면 노인 인구수는 국민 총생산과 비례한다고 한다. 잘 사는 나라의 국민일수록 장수한다는 얘기이다. 뚱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일수록 평균 수명이 높다면 역설일까.
또 체조를 하면 여성미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냘픈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발레 교습소를 향한다. 하지만 부모의 바람처럼 될까. 저자들(군터 프랑크 외 2인)은 권위 있는 의학 교과서를 펼쳐 보이며 체조 선수의 71%는 심각한 생리 불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체조 선수 100명 중 16명에게 척추측만이 있다는 연구를 제시한다. 이는 일반 소녀들의 10배가 넘는 수치이다.
이 책은 냉소적 유머. 뒤집기식 글쓰기. 비판적 시선을 통해 독자적 건강 철학을 제시한다. 또 스포츠와 육체 지상주의 건강 염려증을 둘러싸고 있는 전설들에 정면으로 도전. 스포츠업계가 펼치는 온갖 캠페인의 실상을 연구해 무수히 많은 다른 ‘진실’들을 캐내고 있다.
강인형 기자 <yhkang@ilgan.co.kr> 2006-03-31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