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04-01

‘2006 젊은 소설’펴낸 신예작가들
“이념이나 애국심으로 묶이지 않고 그냥 우리 방식으로 쓰고 느낄 뿐
사회문제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아”

[조선일보 박해현기자]

“선배 작가들이 어떤 공통의 목표, 질서, 관념으로 묶여졌다면, 우리 세대 작가들은 각개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등단 1년 경력의 소설가 김태용은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지난해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지만 벌써 4편의 단편을 부지런히 발표했다. “우리 세대 작가에게 공통된 목표라는 것은 새로운 글을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쓰고자 하는 열망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놀기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등단 3년을 맞은 소설가 임정연은 ‘배낭 여행 세대’를 자처한다. “이데올로기나, 애국심, 가족의 구속력이 앞세대보다 약하다. 앞세대에 비해 여행을 많이 한 것이 강점에 속한다면 속한다. 젊을 때 배낭 하나 메고 외국을 떠돌아다닌 것은 그 어떤 재산보다 값진 경험이다. 그것을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또한 대단한 존재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등단 3년을 넘기지 않은 신예 소설가 10명이 공동 작품집 ‘2006 젊은 소설’(문학나무)을 펴냈다. 김민효 김애란 김유진 김주희 김태용 류은경 안보윤 임정연 정운균 조해진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30대 문학평론가 김종욱 최성실 이수형이 지난해 문예지들에 발표된 신인 작가들의 단편 중에서 엄선했다.

수록 작가 중 김민효의 ‘스타킹’은 스타킹으로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현실을 그렸고, 김애란의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무대로 재수생의 세계를 묘사했다. 임정연의 ‘달빛’은 도시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청소년들의 살기어린 반항을 담았고, 류은경의 ‘배꼽’은 기형적 배꼽을 가진 한 여인을 통해 사회에 대한 병리학적 해부 의식을 보여준다.

70~80년대 문학의 사회성 중시에 대한 반동으로 90년대 작가들이 개인의 내면 탐구에 몰두했다면, 2000년대 작가들은 다시 사회적 상상력을 복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과거의 리얼리즘과 다르다고 한다. “제 또래의 젊은 작가들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되 그것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고 인물의 일상과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고 작가 류은경은 말했다.

이 작가들에게 당신은 왜 쓰는가라고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그것을 늘 궁금해하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로 올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올라있는 김애란의 대답이다.

(박해현 기자 [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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