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도서 전집시대
절판 위기에 몰렸다가 세트에 포함되며 성공적으로 부활











최근(발간일 2월26일) 출판사 열린책들은 ‘세계문학’ 30권 세트를 서점에 풀었다. 리스트에는 이탈로 칼비노의 <우주만화>, 미치너의 <소설> 등 절판된 책과 함께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미의 이름>과 <개미> <뉴욕 삼부작>이 있다. 최근(2005년 12월)에 나온 E. M. 포스터 전집 중 한 종(<전망 좋은 방>)과 2005년 8월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줄리언 반즈 시리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도 포함됐다. 공상과학소설(SF)인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추리소설인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도 있다. 성격이 각기 다른 이 책들의 공통점이라곤 ‘열린책들이 판권을 보유한 책’이라는 점 외에는 없어 보인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안톤 체호프, 프로이트 등 저자 중심의 ‘전집’만 있던 열린책들로서는 의외의 행보다.











이렇게 전집을 구성하는 것은 출판시장에서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책세상은 유동은 없지만 포장에 따라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역작을 모아 메피스토 시리즈를 구성했고(2002년), 민음사도 칼비노의 <나무 위의 남작>,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등 유통기한이 다한 듯했던 책을 ‘세계문학전집’에 끼워넣어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절판됐거나 절판 위기에 몰린 책들이 세트에 포함되면, 견인차가 될 만한(책의 수요가 높은) 책이 응결핵이 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 한국문학에도 전집 붐이 일었다. 창비는 2005년 7월 22권 세트로 구성된 ‘20세기 한국소설’ 을 냈으며, 2005년 11월 여기에 14권을 보태 2차분을 구성했다. 문학과지성사도 2004년 12월 ‘한국문학전집’ 8권을 1차분으로 내고, 2월 23권의 황순원 소설선 <카인의 후예>까지 꾸준히 시리즈 책을 펴내고 있다. 민음사도 ‘오늘의 작가총서’ 를 2005년 10월 22권을 한꺼번에 펴낸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26권을 펴냈다.


 

 

 




굵직한 출판사 중 맨 처음 한국문학 전집을 선보인 문학과지성사는 ‘기획의 말’에서 “한국 문학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최근에 우리는 깊이 반성”했고 이 때늦은 반성을 전집을 “기획하는 힘으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집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원동력이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시장)에도 있었음이 분명하다.

각종 한국문학전집의 주요 ‘초대손님’은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작가들이다. ‘수능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책 말미의 ‘참고서식 덧붙임’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은 어려운 단어에는 주를 달아 해설하고, 작품의 의미를 짚는다(작품 해설). 그리고 작가 연보를 정리해 덧붙인다. 창비의 20세기 한국소설도 비슷하게 책 끝에 낱말풀이를 실었다. 그리고 현직 교사와 전문연구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붙였다. 여기에 전집과 홈쇼핑의 친화성도 무시 못할 요소다.

한겨레21 2006-03-21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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