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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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은 책이다. 성장소설 혹은 풍자소설이라는 책소개와는 다르게 나는 이 책을 코미디 소설로서의 비중과 재미를 높이 사고 싶다. 

어릴때부터 말썽을 피우고 부모님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주인공 도련님의 좌충우돌 성장일기다.  대충대충 학교에 들어가서 신통치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주 저조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골 어느 학교의 선생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처진다. 읽은지가 꽤 되었는데도 아직 이 책 속에 도련님이 선생으로 근무하게 되는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교사들에게 붙여준 별명들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단순무식하지만 솔직하고 일단 일을 저지르는 주인공 도련님과 도련님의 표현을 빌리자만 검은 얼굴에 듬성듬성 수염이 나 있고 커다란 눈에 마치 너구리 같은 인상의 교장 선생, 건강에 좋다고 빨강셔츠를 일년내내 입는 교감, 끝물만 먹고 사는지 퉁 퉁 부은 얼굴에 안색이 좋지 않은 영어선생, 도련님과 같은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나중에 도련님과 의기투합하는 맷돼지 수학선생, 밥맛없는 아무쟁이 알랑쇠 미술선생 등 도련님이 별명지어준 다양한 캐릭터들, 거기다가 도련님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늙은 할매 하녀 기요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애피소드들과 함께 이 소설이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매일같이 방에 들어와서 골동품 강매에 나서는 하숙집 주인장이 못마땅한 도련님,  도련님이 숙직을 하고 있는데 메뚜기떼가 방안에 들어와 잠도 못자게 되자 화가 머릿끝까지 나서 성질을 참지 못하는 사건, 덴푸라 국수를 먹은 다음날 덴푸라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는 이야기, 재미의 절정에 발생하는 마돈나 사건까지..수없이 많은 자질구래한 사건과 에피소드들이 책속에 펼처진다. 

불평불만도 많고 욱 하는 성미가 있지만 정직하고 정의로면 도련님 이야기를 나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아래 다른 리뷰 쓴 분이 말한 것 처럼 이 책 속의 주인공 도련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호밀밭의 파수꾼> 의 이야기가 연상이 된다. 물론 그 책속의 주인공인 콜필드도 연상시킨다. 하지만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콜필드는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책을 읽는 독자로서 주인공에 동화되지도 않아 책 자체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지만 이 책속의 도련님은 같은 편이 되어서 응원해 주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꽤 오래전에 출간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힘인지  번역의 힘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경쾌한 문체와  술 술 읽히는  흡입력은 최고라고 할만하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일반 대중 독자들이 어려워하고 잘 읽지 않는, 소위 잠오는 책들만 추천하는 서울대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고전 200선의 한 작품으로 추천 선정했다는 점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인용:

인사한 사람중에 모(某) 씨라고 하는 교감이 있었다. 그는 문학가라고 한다. 문학가라고 한다면,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일 것이다. 그는 여자같이 가늘고 이상한 목소리를 냈다. 더욱 놀란 것은 이렇게 더운 날씨에모직 셔츠를 입고 있었다. 천이 얇고 털이 없다고 지라도 분명 더울 것이다. 문학가다운 고뇌의 차림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빨간색 셔츠, 사람들의 이목을 무시한 옷차림이다.
나중에 들으니 이 남자는  일년 내내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고 한다.묘한 병도 다 있구나 싶었다.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빨간색은 몸에 좋아서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맞춰 입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참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기모노도 빨간색으로 할 것이지.

p.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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