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사마천, 궁형의 치욕 속에서 역사를 성찰하다, 서해클래식 6
책소개
조선일보 2006-01-23 유재석 기자
장려(壯麗)할지어다,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큰 흐름 속에 뼈를 묻은 비범한 인물들의 자취여. 혹자는 농담조로 ‘사기꾼들의 열전’이라 불렀으니, 큰 뜻을 품고서 풍찬노숙과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으며 흥망과 성쇠를 거듭한 그들의 흔적은 결코 범상치 않았음인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위(衛)에서 서쪽 변방 진(秦)으로 망명한 상앙(商?)은 그때까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개혁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새 법’을 믿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어쩐다…?”
고민 끝에 세 길짜리 나무막대를 남문에 세웠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10금을 준다.” 남문에 모인 사람들은 웅성거리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나무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상금을 50금으로 올렸다. 한 사람이 나서 그것을 옮기고 상금을 탔다.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법이 제 자리를 찾게 됐다.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 중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속이는 자는 개혁을 할 수 없다.
동양 역사학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사기’ 중에서도 생동감 넘치는 천태만상의 인물 이야기를 적은 부분이 열전(列傳)이다. 청소년 독자들이 그렇게도 접근하기 어려웠을 이 해묵은 고전(古典)이,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좀 많이 생략하긴 했다) 문장의 각을 세운 뒤 시공(時空)의 좌표를 드러내는 편집을 통해 새 모습을 갖추게 됐다.
낡았다고? 천만에! 정녕 이것이 이천몇백년 전을 살았던 인간들의 모습일까 경악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그들의 일대기는 인류의 보편 정서에 맞닿아 있다. 사마천은 첫 장 백이열전(伯夷列傳)부터 “이런 착한 이들이 굶어죽는데도 무도한 인간들이 천수를 누리는 이 세상에서 도대체 하늘의 도는 옳은가 그른가”라며 절규한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라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탄식,
“나를 보통 사람으로 대한 자에게는 보통 사람으로 섬겼으나, 사(士)로 대한 자에겐 사로서 보답한다”고 일갈한 예양, 굴욕을 참고 뜻을 이뤘으면서도 토사구팽(兎死狗烹)의 희생양이 된 한신, 그리고 그 수많은 자객(刺客)과 유협(遊俠)들….
온몸으로 난세를 맞닥뜨린 그들의 다채로운 모습에서 거대한 역사를 움직여 온 정치·사회적 역학의 원리를 읽을 수 있다. 사람은 금세 사라져도 그들이 이룩한 청사(靑史)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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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년 꾸준히 번역되어 오는 책이 사마천의 '사기열전' 인 것 같다. 완역을 찾는 사람이 아니거나 딱딱한 문체가 아닌 쉽게 풀어쓴 책을 찾는 분이라면 이 책이 맞을 것 같다. 사진자료로 제법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