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5-12-30

[한겨레] 출판유통계의 ‘고질병’과도 같은 불법 사재기가 또 다시 불거졌다.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혜경)는 27일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리브로 등 대형 온오프 서점 7곳에 공문을 보내 5개 출판사의 책 5종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빼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 등은 12월 넷째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부터 문제가 된 책들을 뺀 목록을 발표했다.

출판인회의의 한 관계자는 29일 “올 초부터 몇몇 출판사들의 불법 사재기가 유통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현장 확인과 대형 서점들의 판매자료 검토 등 자체 조사 결과 5종의 책이 사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출판사쪽에 확인 작업을 거쳐 이번 조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는 이미 9월 회원사 등에 공문을 보내 사재기를 뿌리뽑기 위한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그래도 사재기가 없어지지 않을 경우 상응하는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사재기는 공정거래법과 출판진흥법에 위반된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출판사들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빼기로 서로 양해한 것”이라며 “이번처럼 눈에 보이는 수법 외에 또 다른 사재기 수법이 있을 수도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판인회의 쪽은 해당 책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의 경우 셋째 주에 각각 종합 4위와 5위였던 <세계 명화 비밀>(생각의나무 펴냄)과 <쏘주 한잔 합시다>(큰나 펴냄)가 넷째 주 순위에서 아예 빠져 있는 등,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라 있던 책 몇 종의 순위에 ‘이상 징후’가 보였다.

이와 관련해 출판사 큰나의 최명애 대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빼는 데 대해 출판인회의 쪽에 양해를 해준 적이 없다”면서 “출판인회의가 하필 10월1일~11월30일 기간을 정해서 조사를 한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처는 출판인회의의 전체 의견을 물어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출판사는 사재기를 한 적이 없으며, 출판사를 접을 각오를 하고 30일 이번 일과 관련된 전모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생각의나무 박광성 대표는 “우리 책의 경우 영업자가 친구에게 부탁해 24권을 한꺼번에 주문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이걸 사재기로 봐야 할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인은 “이번 사재기 조사를 주도한 출판인회의 핵심 출판사들 역시 사재기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해 이번 파동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출판계의 사재기 파동은 1997년과 200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
중앙일보 2005-12-31

[문화노트] 출판계 사재기 파문 또 번지나

새해 첫날부터 출판계가 시끄럽다. 사재기 파동 때문이다. 사재기란 특정 출판사가 특정 도서를 베스트셀러에 올리기 위해 사람을 동원해 해당 도서를 집중 구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현행 출판진흥법에 따르면 형사고발도 가능하다.

사태는 12월 마지막 주 국내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이 베스트셀러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교보문고.영풍문고.서울문고.예스24.인터파크.알라딘.리브로 7개 서점에서 매주 발표하는 베스트셀러에서 전 주까지 목록에 들어있던 5종의 책이 갑자기 사라졌다.










해당 도서는 '쏘주 한 잔 합시다'(큰나), '세계명화 비밀'(생각의나무), '위트 상식사전'(보누스),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밝은세상), '오 메시아 NO'(아루이프로덕션)로 알려졌다.

이들 책이 베스트셀러에서 빠진 것은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와 주요 서점들의 합의 아래 이뤄졌다. 출판인회의가 지난 연말 각 서점에 해당 도서들을 베스트셀러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고, 서점들이 이를 수용한 것. 출판인회의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서점 판매현황, 현장 조사 등을 걸쳐 사재기 혐의가 유력한 책들을 찾아냈고, 관련 출판사도 이에 수긍했다"며 "일단 법적 대응보다 베스트셀러에서 문제가 된 책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는 사재기로 지목한 책과 출판사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출판계 자정 차원에서 일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업계의 반성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장이 커지면서 관련 출판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큰나출판사 최명애 대표는 출판인회의의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사재기를 한 적이 없다, 출판인회의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생각의나무 박광성 대표도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한 적이 없다.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타까운 건 이번 논란이 출판계 전반의 '고질'이 도진 데 있다. 출판계는 1997년, 2001년에도 사재기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한국의 많은 출판사는 사재기에서 떳떳할 수 없다. 때론 서점에서 이를 권유하곤 한다"고까지 말했다.

또 다른 대표는 "누군가 솔직히 '제가 잘못했습니다'며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문화의 지킴이인 출판계가 '지적 사기'를 반복해선 곤란하다는 것. "사재기를 한다고 안 나갈 책이 팔리는 건 아니다. 어차피 승부는 기획에서 갈라진다"는 그의 말이 '공자님 훈수'가 아닌 '실천적 윤리'로 자리 잡는 2006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