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걸린 ‘책세상’ 전집 21권
20세기를 코 앞에 두고 타계한 독일 출신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21세기 세계에서 부활하고 있다. 19세기의 한 복판을 살았던 그는 21세기를 앞서 사유했기 때문이다. 그의 선진성은 광기(狂氣)로 폄하돼기도 했으며, 나치즘을 예비한 철학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 프랑스 현대철학자들에 의해서였다. 들뢰즈, 데리다, 푸코 등은 니체를 탈근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의 기반을 놓은 현대 철학자로 재평가했다.
'니체 다시 읽기'는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됐다. 한국 학계와 출판계도 이런 흐름에 뒤지지 않는다. 최근 책세상 출판사가 내놓은 '니체 전집'의 경우 21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니체 관련 저작 출판의 결정판이라할 만한 작업이다. 이 전집은 니체 정본으로 평가받는 독일 발터 데 그루이터사가 펴낸 '니체비평전집'을 완역했다. 그동안 번역된 적이 없던 니체의 유고집이 12권이나 포함된 것도 자연스럽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대표작은 재번역했다.
국내에는 니체 전집이 두 차례 출판돼 니체 붐을 이끈 바 있다.
1969년 휘문출판사가 국내 처음으로 니체전집(전5권)을 출간했고, 이어 82년에 청하출판사에서 두 번째로 니체전집(전10권)을 펴냈다. 순서로 보면 3번째인 책세상판은 기존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국내 니체 번역의 가장 큰 오류는 '초인'(超人)이란 용어. 모더니즘이 절대성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대성과 차이를 내세운다. 절대성의 정점엔 서양의 하느님(神)이 존재한다. 니체는 그 신을 부정했다. 그것은 2000년 넘게 쌓여온 서양 형이상학 전통을 부수는 망치질이었다. 나아가 신으로 대표되는 기성 체제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다.
책세상판은 '초인'의 원어였던 독일어'위버멘쉬'(?bermensch)를 그대로 사용했다. 신을 부정한 니체에게 초월성의 의미가 강한 '초인'은 부적절한 언사였기 때문이다. '위버멘쉬'는 형이상학적 미몽에 쌓인 기존의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형이라는 뜻으로 니체가 만든 말이다. '권력에의 의지'라 했던 기존의 번역도 '힘에의 의지'로 수정했다. 독일어 '마흐트'(Macht)는 니체에게 자연 전체를 지배하는 힘을 가리키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편집위원으로 정동호(충북대, 위원장).이진우(계명대).김정현(원광대) 교수와 백승영(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박사가 참여해 5년 넘게 진행된 완역 작업을 이끌었다.
배영대 기자/ 중앙일보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