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4

사람과 사람이 서로 통한다는 것......
그것도 진심으로 통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참으로 오랜만에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진실로 통하게 되는,
어느 순간 차가운 얼음이 녹듯 용해 점에 다다라
얼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따스하게 회복되는
그 소중한 체험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주말동안에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과 허심탄회하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마음을 열어주시고 저 또한 진심으로 다가가면서
그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입장 표명이 늦어져버리 게 된 것은,
저는 작가는 결국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보다는 침묵해야하며
글로써, 즉 제 작품으로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 와중에 제가 그 분을 오해했던 어떤 부분이 있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점 저의 생각이 미숙했던 것 같아
그 분과 또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로 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홈페이지도 블로그도 없고 겨우 이메일 정도나 할 줄 아는 저도
또 홀로 글을 쓰는 외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이지만,
세상사는 사람들 일에 관심 많은 작가로서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관심을 가지고 모여 있는
인터넷 세상에 들어가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곤 합니다.

취재나 소재를 구하는 데 현실적인 기동력 면에서 제약이 많은,
생활인으로서 주부이자 또 여성작가인 저는 인터넷이야말로
책과 더불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중의 하나입니다.

벤야민의 지적처럼 무제한 복제와 편집이 가능한 현시대를 살면서
사람들은 마치 화수분 같은 그 감당하기 어려울 만치 풍요로운 정보를
인터넷세상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공유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생활의 일부처럼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간과해서
벌어졌던 일련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곳에서 떠도는 작은 사연 하나가 한 개인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중한 글들이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존재’이며 아우라라는 걸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든 그런 것을 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작가인 사람이 어떤 소재를 인터넷 세상에서 취해 소설화할 경우,
반드시 글쓴이의 동의와 출처를 밝혀야 하며, 작가는 그것을 작품에 차용하고
구성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혹 생존인물이나 그 주인공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자기 문제처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작가의 세심한 인간적 배려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이기 전에 저는 제가 참으로
불완전한 인간인 것이 가슴 아픕니다.
이런 모든 인간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는 그 부족한 저의 존재를 걸어
홀로 외롭게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은 사회적 판단으로도 완전해야 하며
완전하지 못할 경우 비난을 감내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제 이름을 걸고 글쓰는 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번에 그 부분에서도 제 태도와 생각이
치열하게 미치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시대는 바뀌어도 작가는 여전히 시대와 사회를 대표하는
“양심”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 제 마음속에 깊이 각인하겠습니다.

왜 작가로 사는 것이 “천형(天刑)”인지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작가의 삶은 이렇듯 힘들고
고통받게 되어 있고 어쩌면 작가는 또 그통을
잉크삼아 또 쓸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자는 말합니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고.
작가도 인간적으로는 미약하고 불완전한 한 자연인입니다.
이제 저는 작가로서의 제 실수를 알고 또 고쳐나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부분 독자 여러분의 너그럽고 따뜻한 이해를 구합니다.

참으로 다행히 주말동안 그 분과 진심어린 대화를 했고
그분의 글을 보니 제가 내민 손을 잡아 주는 따스한 체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렇게 넘어지고 아파본 후에 많은 점들을 깨닫게 되었으니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해주신 매서운 충고와 질책, 동시에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주신 독자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보름 가까운 시간동안, 저는 한 번도 문밖을 나서보지 못했습니다.
이 가을이 어찌 지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홀로 가을을 맞고 견디는 나무처럼,
제 몸에 붙어있던 오만한 나뭇잎, 안일한 나뭇잎, 경솔한 나뭇잎,
모두 떨어뜨리며 나목으로 서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저 폭풍우처럼 휘몰아쳐왔던 이번 일이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제가 선 땅을 더욱 단단히 굳게 만들기를 바라며
이 고통과 상처가 오히려 훌륭한 양분과 약이 되어
미약한 저를 더욱 성숙하게 한다면 감히 더 바랄 바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일로 제게 실망하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다시 한 번 제 진심을 받아주시고
이해와 배려가 가득담긴 따스한 가슴으로
화해의 글을 써주신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께
글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또 평화로웠던 그의 이웃들께도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 일로 상처받은 모든 인연들께도
깊은 위로와 죄송한 마음을 두루 전합니다.

                                                            권지예 올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