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김창완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브라운관에서 만나게 되는 몇 몇 연예인들중 자꾸 정이가고 친근하고 이웃처럼 느껴지는 편안한 이들이 있다. 영원한 순돌이 아빠 임현식이 있고,  항상 너무 착해서 손해보고 사는 달수시리즈의 강남길, 그리고 오늘 리뷰를 쓸 책의 저자이자 가수이자, 배우이자, DJ 이기도 한 팔방미인 김창완이 있다. 이 책은 사실 크게 기대하고 본 건 아니다. 연예인들이 쓴 책이라는게 전문작가가 아니다 보니 덜 다듬어지고 감동을 주려고 약간의 오버도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서전이나 성공담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냥 그런 산문집이라고 하기도 어중간하다. 그냥 그때 그때 잠시 잠시 김창완 본인의 생각들이 이것 저것 정리되지 않고 생각을 그때 그 때 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책 내용중에도 매니저와 잡지책에 기고할 글을 쓰냐 마냐에 대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냥 김창완의 하루하루 일과를 엿보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예전 사진들과 추억들을 김창완이 얘기할때도 감동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들만이 걸러지지 않은체 그냥 그냥 담담히 그리고 있다. 

그냥 평소에 김창완 이라는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시절 같은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은 담담한(밋밋히다고 볼 수도 있다)  글모음 정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기식없이 손 가는 대로 쓴 그런 느낌이다. 
옛날 사진들이 책 속 중간 중간에 삽입이 되어 있는데 설명이 없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쉽고, 신곡과 책 속 내용을 저자의 목소리로 직접 읽어주는 오디오북 cd가 같이 들어있다.


인용:

내 나이 스물둘, 대학 졸업하고 방위 소집해제된 두어 달이 지난 한 여름, 유난히 취업이 힘들었던 해. 흑석 2동 침수지구. 하늘색 페인트로 덧칠이 된 진초록색 대문의 아래쪽 반은 지난해 물이 찼었기 때문에 칠이 다 일어나 있었다. 그 대문이 유독 기억에 선명한 것은 그 대문을 안에서 열 때는 언제나 희망이었지만 들어와 빗장을 걸때마다 절망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문 앞에서 얼마나 망설였던가. 술냄새 나는 숨을 푹푹 몰아쉬고 잡은 문고리. 그 문고리를 잡고 늘 되뇌는 소리는  "나는 얼마나 무력한 인간인가." 였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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