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페터 회, 마음산책)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온 대로 스밀라다. 이 주인공에 대해 작가 김연수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라고 칭했다. 그는 최근 자발적으로 이 소설의 홍보요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다. 한 인터넷서점의 독자서평에는 자신의 아이디를 `스밀라`로 정할 정도로 이 소설에 흠뻑 빠진 한 독자가 "흠모한다, 사랑한다"며 주인공에게 `연정`을 맘껏 털어놓고 있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초판이 매진되고 빠르게 베스트셀러 상위로 치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1996년에 이미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이란 제   목으로 한 번 출간됐던 책. 그때는 초판도 팔리지 않았지만 덴마크 원본을 참조해 번역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고 두 권을 한 권으로 바꾼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재출간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 100만부 가까이 팔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가 최초로 쓴 소설로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에디의 천국`(세종서적)은 국내에서 10만부 정도 팔렸다. 하지만 이 소설은 글로벌 시대 독자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더 익숙해 있다는 사실을 출판사가 뒤늦게 깨닫고 올 3월 원제인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으로 제목을 바꾼 뒤 종합 1위에 오르며 다시 20만부 이상 팔렸다. 사실 원제가 독자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만남과 이별의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청미래)는 원래 `로맨스-사랑에 대한 철학적 모험`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던 책. 이 책은 2002년에 재출간된 뒤 2만부쯤 팔리다가 올해 `TV, 책을 말하다`에 소개되면서 4만부가 더 팔려나갔다. 이 책의 성공은 그야말로 `보통`을 보통이 아닌 시대로 만들며 보통의 모든 저작을 시장으로 다시 끌어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때 인문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던 `조선왕 독살사건`(다산초당)의 원제는
`누가 왕을 죽였는가?`였다. 이덕일씨의 초기 저작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사료에 근거해서 조선왕의 독살 가능성을 추적한 책이다. 비록 사료에 근거했더라도 책의 성격상 저자의 상상력이 어느 정도 가미될 수밖에 없어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재출간하면서 글의 신빙성을 키우기 위해 관련 사진 60컷을 활용했다.

                          이처럼 제목을 바꾸거나 편집을 다시 해 성공한 사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해냄)를 비롯해 적지 않다. 더구나 최근에는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 책의 질을 독자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바로 외면 당한다. 그래서 지금 출판가는 `꺼진 불`을 다시 뒤적거리며 새로운 `성공`을 꿈꾸고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헤럴드경제 200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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