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2005)

 

책소개

패션지 《바자》피처 에디터 김경의 인터뷰 모음집. 한대수, 주성치, 함민복, 김훈, 승효상, 양혜규 등 문인에서부터 건축가, 영화배우 및 젊은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22인의 인터뷰를 모았다. 인터뷰 대상들은 대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저자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인터뷰어로서 솔직하고 대담한 저자의 태도와 경쾌한 문체가 매력적이다.

인터뷰(interview) 「명」기자가 취재를 위하여 특정한 사람과 가지는 회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인터뷰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그러나 이런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인터뷰의 수많은 내용들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 터이다. 인터뷰 안에 담겨질 수 없는 그 예측 불가능하고 형용 불가능한 사람의 내면과 외연은, 그 수많은 내용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인터뷰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문 인터뷰 사이트 퍼슨웹(www.personweb.com)에서 우리가 바람직한 인터뷰를 정의하고 있어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시인의 언어는 정열과 예지 속에 때로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의 내밀한 주관적 심리 안으로 함몰되기 쉽다. 한편 지배하고 교화하는 데 익숙한 자들의 목소리는 일방적이고 고압적이기 마련이며, 자기반성이 지독하게 결여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언어들을 거부한다. 말하기만 하는 자와 듣기만 하는 자의 일방적 관계가 아닌, 말하는 자가 듣는 자이고 듣는 자가 말하는 자인 쌍방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그렇다고 어설픈 조화와 타협을 급조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언어적 대립 속에서 사회적 대립이 표출되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언어야말로 사회적이고 이념적이며, 계급적인 관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틈과 균열들 사이로 무수한 진정성의 떨림을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우리는 지배담론을 재생산하는 데 한몫하는, 선전과 교화에 치중하는 신문과 방송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을 따라서 ‘떠도는 말’을 주워 담는 것은 넝마주이나 할 일이다. 그보다 우리는 ‘사람’과 ‘현장’을 찾아 ‘목도’하고 ‘대면’해야 한다. 그리하여 낮은 목소리를 찾아야 하며, 희미하고 가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상적인 인터뷰라면 이쯤은 되어야 할 텐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뷰가 아직 그만한 대접도 못 받고 있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인터뷰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 약하다. 하여 지금 소개할 김경의 이 인터뷰집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인터뷰 대상들은 대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김경의 이 인터뷰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그들의 다른 면모를 소개한다. 소개하되 그것도 철저한 준비와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제대로 한다. 김경의 끝을 모르는 솔직함이나 튀는 글맛도 재미를 더한다.
우리가 지금껏 봐온 인터뷰는 솔직히 별로 재미없었다. 게다가 구태의연하기까지 한 것도 많았다. 이제 그런 인터뷰는 잊기 바란다. 김경의 이 인터뷰집은 인터뷰가 여전히 재미있고 유효하며, 나아가 문제적인 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인터뷰어를 인터뷰한다
독특한 김경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할까 고심하다가 김경이란 독특한 캐릭터를 인터뷰해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싶었다. 다음과 같이 인터뷰 내용을 옮긴다.

-김경이 생각하는 인터뷰란 무엇인가?
제가 생각하는 인터뷰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어딘지 잘나 보이거나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면을 인터뷰어의 눈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무리 잘나고 강해 보여도 누구나 나름대로 허물이 있고 편견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긁어대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거나 울게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인터뷰는 인류의 동정심을 일깨워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인터뷰하기 전에는 어떤 준비를 하는지?
대상과 만나기 전에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안고 갑니다. 보통 4페이지짜리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최소 100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읽고 가는데 그건 인터뷰어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어느 부분을 공략해야 할지 대충이라도 감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공을 많이 들일수록 인터뷰이에게 애정이 생깁니다. 인터뷰이를 향한 인터뷰어의 공격적거나 부정적인 시선도 그 애정을 바탕으로 하면 먹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인터뷰 대상을 고르는 기준은?
자기 영역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 관점과 세계가 분명하여 인터뷰에서 구태의연한 말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심지어 자기 허물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한 사람.

-인터뷰 할 때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질문은?(이를테면 인터뷰의 매뉴얼이라고나 할까)
제가 늘 하는 질문은 저조차 지겹고 식상해서 공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보니 대개 무슨 책을 읽는지 꼭 물어보는 것 같다. 좋아하는 저자나 책이 있나? 이 여름에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몇 권 추천해 달라.
내 인생의 책이라 할 정도로 좋아한 책은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소설과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만 평소에는 주로 연애소설을 즐겨 읽습니다. 올 여름 휴가 땐 집 앞에 있는 한강 야외 수영장에서 선탠을 하며 앤 타일러의 『우연한 여행자』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등짝에서 화상이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을 텐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뻘’처럼 별 볼 일 없고, 그러면서도 발목을 잡아끄는 신기한 힘을 가진 시인 함민복.

-인터뷰하면서 별의별 일을 다 당했을 줄로 안다. 들려줄 만한 얘기가 있는가?
얻은 게 많았지 별로 당한 일은 없습니다. 기껏 해봐야 몇 번 욕을 먹은 뿐인데 그게 뭐 대수인가요?

-지금껏 주로 기사를 써왔다면 자신만의 글을 따로 써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글'엔 관심도 없고 재능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글’을 고집하다간 굶어죽기 십상이라 더욱 싫습니다. 훗날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원고료 정도는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그때 고려해 보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질문은 콘서트 계획이 있는 가수한테만 해당 사항이 있을 듯 합니다(웃음). 다만 꿈은 있죠. 베를린이나 이스탄불, 프라하 같은 도시에서 장기 체류하며 그 도시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데 빚이 많아서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건 꿈이 아니라 환상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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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저 그런 인터뷰를 모은 책이라면 관심을 두기가 어려울텐데..저자의 이력이나 일부 내용을 접해보니 상당히 직설적이고 뻔한 질문들을 피해가서 정작 독자들이 궁금한점을 물어보는 흥미로운 인뷰터 모음집. 제목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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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 2005-08-1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김경의 새책이 나왔군요. 흥미로워요. 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