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윤영무 지음 / 명진출판사 / 2004년 6월
절판


그러던 어느 날, 건너편에 트럭을 세워두었던 운전사 한 명이 성큼성큼 아버지에게 다가와 모자를 벗으며 반색을 했다. "저 아무개 선생님 아니십니까?....!"

순간 아버지는 당황했다......중략....

나는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귀밑까지 빨갛게 물드는 것을. 온몸이 떨리면서 말을 더듬는 것을. 아버지가 그렇게 당황해하시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점잖은 교편을 잡던 시골 마을의 유유자적한 선비가 아니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제자 앞에서 아버지는 ' 그림자도 밝지 못했던' 과거의 그 말쑥한 양복차림의 선생님이 아니라 허름한 작업복에 털털거리는 트럭을 운전하는 일용직 화물 노동자였던 것이다.

-37~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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