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영웅들의 삶을 그린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이 국내 출간 35년째를 맞은 올해에도 초(超)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정치인들이 가장 애독하는 책으로 언급될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대출 1위에 오를 정도로 성인층의 나이와 직업을 뛰어넘어 열풍을 몰아가고 있다. 특히 1970년 처음으로 대망(20권)을 출판한 동서문화사가 지난 3월 이 책을 휴간한 지 25년 만에 복간에 나서면서 국내 출판사들 간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 책은 지난 35년간 모두 합쳐 비공식적으로 2천만권 이상 팔려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1907~1978)가 17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15~16세기 일본의 난세를 잠재우고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세 영웅의 치세 과정을 극적으로 그린 역작이다.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에도막부 정권을 탄생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인생과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스무살 때쯤 읽었다는 대망을 필독서로 권했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추천했으며, 김창준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장은 틈틈이 이 책을 즐겨 읽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여러 CEO들이 가장 폭넓게 곁을 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일본 고단샤 출판사와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고 2000년부터 ‘도쿠가와 이에야스’(총 32권)라는 제목으로 출판 중인 솔출판사는 지난 5년간 약 1백만부(약 3만여질)를 팔았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약 4만5천부. 이 출판사는 3년 전 우리 홈쇼핑을 통해 위탁판매해 30분 만에 350질을 팔았던 적도 있다. 이번에는 “CJ몰에 의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이 책을 복간한 동서문화사에 대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임양묵 대표는 “동서문화사에서 출간한 ‘대망’은 복장과 계급에 대한 표기를 임의로 다 바꾼 것으로 번역의 질을 보증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망에 대한 출판권은 솔출판사에 있으며 우리 측에 어떠한 허락도 받지 않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은 동서문화사에 대해 곧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동서문화사측은 “우리나라가 ‘베른조약’에 가입한 1987년 이전의 작품에 대해서는 기존에 출판하던 출판사에 ‘회복저작권’이 부여되므로 동서문화사가 대망을 펴내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다만 원작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인세를 주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출판사는 전면 신문광고를 하는 등 오히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대망은 70년대 가정용 응접실 장식장을 차지하던 품목 1위였다. 이후 브리태니커 영문대백과 사전에 그 자리를 내주긴 했으나 최근 몇 년 간 전집류 시장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동서문화사 이용 주간은 “고전 작품이면서도 전술, 전략, 처세, 인간 경영 측면에서는 다분히 현대적인 요소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5.08.01 최근 만화로도 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