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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봐도 상당히 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었다. 거기다가 책 뒤에는 다른 2명의 소설가의 칭찬글 또한 가득하다. 책 제목을 보면 추리소설 혹은 엽기잔혹소설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단순하고 전혀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소설이 아니며 클론이나 리플리컨트는 그냥 하나의 책속 인물일 뿐이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복제인간, 클론이 등장하고 80년대 고문기술자가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거기뿐인 것이다. 전당포 살인사건의 범인을 하나하나 땀을쥐게 추적해가는 이야기 전개가 전혀 아니며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이 되어 주인공이 전당포 노인을 살해하는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독자는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에서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80년대 고문기술자인 전형근, 즉 전당포 주인을 죽여서 그에게서 고통을 겪언던 사람들의 원수를 값는 목적 이외에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그 이면에는 물론 80년대 사회의 현실을 되새기고 날카롭게 비판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있었겠지만 그렇다면 좀 더 치밀한 스토리와 설득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클론이나 리플리컨트 등장은 참신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색할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전 어릴때 방송에서 봤던 환상특급 이라는 외화 시리즈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문단이 바뀌면서 가끔 과거와 현재시점을 넘나드는것도 책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이며, 이 책이 양장본으로 출간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의 뒷표지를 보면 무서운 신예 작가 한차현의 21세기적 재미와 충격 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혀 동의할수가 없다. 제목이 아까운 소설이다.
인용:
영광전당포, 걸음을 멈추었다. 약국 안쪽. 개량 한복 가게 몇 집이 연달아 늘어선 골목 끝이다. 구멍가게와 꽃집이 있는 건물 3층에 붉은 글씨의 아크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가슴을 더듬어본다. 손도끼의 견고한 감촉이 놀란 심장처럼 파닥거린다.거리 위로 느린 오후가 내려앉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읺다. 길모퉁이에 선 차연은 거무튀튀한 벽돌 길이 멀리 뻗은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외롭구나,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중얼거려본다.
- p.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