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이네 엄마표 영어연수
이남수 지음 / 길벗스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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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 보고자 책을 읽건만 꼭 그래지는건 아니다. 준비하고 연마(?)해도 삶의 예측할 수 없는 작은 것들에 의해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기곤 한다. 자녀교육 분야가 그런 대표적 분야 중 하나이다. 한정된 자원과 책에서 얻은 지식, 그리고 나름의 철학으로 우리 아이들 영어교육을 시키고자 했으나, 그저 작은 우연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솔빛이네'는 이중언어구조 환경이 완벽하지 못하다면 영어는 '습득'이 아닌 '학습'을 해야하며, 학습이 가능한 시기는 초3~4년이고, 본인(그의 딸)의 경험 상 아이가 좋아하는 비디오(만!) 보는 것으로 영어의 달인이 되었다 한다.
영어 달인이 되는 과정은 터잡기, 소리잡기, 말하기, 읽기와 쓰기 과정을 거쳐, 영어를 넘어 꿈을 향해 간다는 아주 이상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일반적인 자녀교육 이론도 알 굵게 들어가 있다.

'잠수네'의 과정은 흘려듣기, 집중듣기, 책 읽기, 말하기, 쓰기 과정으로 진행되어 '솔빛이네'와 큰 차이 없으나, 아마 그들은 서로 다르다고 할 것이다.

이런 '엄마표 영어'에 혹하여 큰애한테 시도했다가 바로 포기한 적이 있다. '엄마표 영어'의 위험성은 부모의 경험이 미천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일단 조급심이 앞서고 아이에게 거는 기대감을 엄청나게 줄이기 힘들다. 그 기대를 줄였다해도 그것은 줄인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상황별, 아이 특성별, 진도 과정별 각각에 적합한 지도방식이 있을텐데, 그것을 부모가 저절로 깨우치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제법 오래전 읽은 '잠수네'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솔빛이네'의 단점은 초3이면 영어 말고도 해야할게 급속히 많아지는 시기라 솔빛이네처럼 영어에 올인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초3~4년에 비디오를 매일 3시간 이상 봐야한다는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엄마표 영어'에 실패한 후 의도치 않은 사립초교 합격에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영어백지인 채로 학교에 보내고 급기야 반에서 영어 제일 못하는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아이한테 책임을 떠 넘겼다.
"네가 영어 유치원 싫다고 했쟎아"
"엄마가 영어공부 하자고 했는데, 네가 너무 싫어했쟎아"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매우 나쁜 엄마였군. 

담임면담 때, 담임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OO 영어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이 한마디에 혹하여, 그리고 초1당시 소심한 큰애가 학원보다 선생님이 오는 것을 선호했기에 바로 사교육영어가 시작됐다.
그 사교육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며, 아주 가끔 아이에게 확인해보니 반에서 꼴찌는 아닌듯 하다. 초3 들어 시작된 학교 영어시험은 큰 준비없이 100점도 곧잘 받아오는 것이 이만하면 괜찮다 싶다. 이런저런 와중에 그나마 제일인 것은 아이가 영어를 생활화했다는 것이다.
"엄마, 난 이제 영어듣는게 생활이 된거 같아!"
끼야호! 이만하면 된 거 아닌가!

"영어 시작 시기보다는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보이고 동기 부여가 되었을 때 일정한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생애 전체에 걸쳐 ‘영어 사용 축적 시간’을 늘려가는 꾸준한 과정이 중요하다" ('아깝다, 학원비' 중)

윗글이 영어교육에 가장 이상적인 글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언.제. 영어에 흥미를 보일것인지, 동기 부여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자발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쩔 것인지, 자녀교육에 있어 이런 부분이 가장 딜레마이다. 이론은 자녀를 믿고 기다리는 것인데, 음.... 부모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엄마표 영어책 두권으로 어떻게 해보려 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엄마가 아니라면 힘들다는 뒤늦은 자체 경험을 안고, 우연히 시작된 OO영어가 '자발적 노력'이 생기기 전까지 흥미 잃지 않게, 재미있게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읽은 날 : 2009. 3. 2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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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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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별 성격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나, 무의식적으로 거르지 않고 수용하는 거 같다.
생각컨대, 어렸을 때 내 혈액형은  AA 형이었다가, 지금은 AO 로 바뀌었다. 물론 말이 안되지만 내 생각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금보다 더 소심하고 꽉 막힌, "A형 성격" 검색하면 촤르르 나오는 게 모두 내 얘기라고 생각하다가 최근엔 A형 안 같다, 쿨하다 라는 등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우리 두 아이 모두 O형이다. 과학적으로 내 혈액형은 변함없이 AO 지만, 심리적 혈액형은 AA 었다가 AO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바뀌는 데는 여러가지 복잡다난한 과정이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는 순간을 꼽자면,
고딩 때 대학생 고종사촌 언니와 한방을 쓰게 됐는데, 아.....! 그 언니가 외출한 뒤 방의 처참함이라니. 몇번 참다가 아마도 강하게 싫은 티를 냈더니, 언니 왈 "애, 방 더러운 거 못 참는 것 그거 성격 나쁜거다~!"

20대 초반 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어 안절부절하는 날 보고 그가 했던 말, "이미 늦어서 안절부절 해봐야 달라지는 거 없어."

20대 후반 어느 날,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 힘들어 하는 날 보고 그가 했던 말,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

그리고, 이 책. 

눈에 힘주고 머리 싸매며 고민하지 말고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만 하라며, 어찌나 명쾌하게 말하던지.
어렵게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이야기의 정곡을 콕콕 찍어 내지르듯 말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미덕인 듯 싶다. 거침없는 글을 읽고 나면 통쾌하고 시원하다.

"자기 선택이 곧 자신이란 거, 이거. 사실,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누구나 야비하고 몰염치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선택,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 뒤 대다수는 사연부터 구한다.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그리고 그 속에 숨는다.  그리고 공감해줄 사람 찾는다.  피치 못할 사연 있었단 거지.  자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란 거지.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객관화의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랬으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의 자신을, 덤덤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있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이거 절로 안 온다.  도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단한 분량의 용기가 지성과 함께 요구된다."

이 책을 읽은 후 비교적 매사에 쿨해졌고 명쾌해졌다. 다만, 후유증이라면....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아이들한테도 강요한다는 점이다.
큰 애는 남자아이라서 비교적 쉽게 수용을 하는데, 둘째인 딸은 "A도 싫다! B도 싫다! 다른 안도 없다! 그.러.면. 어.쩌.겠.따.는.거.니!!!!!!!!!!!!!"
아, 살짝 미안하다. 8살 짜리 아이에게 초이성적인 일을 내가 너무 요구한다.

주위에 "나꼼수" 를 열심히 청취하는 이들이 있어, 세삼스레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
뭐든지 잘 되시길. 우리도 모두 잘 되길. 



 

읽은 날 : 2009. 10. 1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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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 2019-09-1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신의 틀에 얽메이는 것이 A형입니다. 무언가 어긋나면 기분이 (몹시) 나빠서 식식거립니다.
눈에 거슬리는 무엇, 저건 아니다...하는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시비를 붙는다, 마음에 담는다, 당연히 뒤끝이 있다,
O형은 도덕, 양심에 신경을 안씁니다. 뭔지 모른다, 따라서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을 받거나 싸울때는 모든 것을
다 걸고, 저돌적이 되는 겁니다.
 

 

 

 

 

 

이 책은 언젠가 아이들과 얘기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으로 오해받은 책이다. (물론 이 책도 좋아하긴 하지만.)
딸아이가 엄마의 BEST 라고 오해를 할만큼 엄마의 평소생각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엘리자베스는 여느 공주보다 덜 이쁘지만, 궁전을 불태운 괘씸한 용을 물리치고 성에 갇힌 약혼자인 "왕자"를 구하는 아주 당찬 아가씨다. 근데, 이x의 왕자는 네 꼴이 뭐냐며, 다시 예쁘게 하고 오라며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다. 이에 모습만 구질구질한 엘리자베스는 "흥! 나도 너같은 애는 별로야" 하며 겁쟁이 왕자를 떠난다.

 

오호! 백마 탄 왕자 기다리는 것만이 배역의 전부였던 기존 공주와 확실히 다르다!
이 책뿐만 아니라, 요즘 엄마들은 딸아이의 의존성향을 줄이고자 다양한 노력과 방법을 시도한다.
나 역시 그렇고.
 

그런데, 무신경하게 주위에 널려있는 기존 "공주"의 이미지는 무시할 게 못되나 보다. 여아들 헤어밴드, 귀걸이, 반지 등 일상에 두루 퍼져 있는 "공주"이미지 탓인지, 초1 딸애가 기존 공주 책시리즈 full set 장착을 강력히 원하기에 사주게 되었다. 그것도 꼭 디즈니 버젼으로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의하면 여아들이 "공주시리즈"를 찾으면 성 정체성을 찾는 시기라 한다.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도 최근 "성"에 부쩍 관심이 많다. "why 사춘기와 성" 책을 수시로 보며 질문을 하고, 할머니께 "할머니! 할머니 사춘기 때 어땠어요?" 라며...성 정체성을 알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연년생 오빠와 자동차, 탱크 등등 남아 장난감으로 살아도 싫은 걸 모르더니, 유치원 들어가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의 다름을 배워가고 엄마의 BEST 가 "종이봉지공주"라고 알만큼 교육도 받았건만, 기존 "공주 시리즈"를 찾다니.
사람의 유전자에 깊숙히 박힌 프로그래밍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다시 중요해진 건 아이와의 "대화"이리라.
"종이봉지공주" 시리즈 책도 두어권 주문해야겠다.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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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한다 - 자기주도학습의 최고 권위자 송인섭 교수가 말하는
송인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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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은 관성비행이라 지구 주회(周回)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사고가 나도 지구까지 돌아오기는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로 재돌입할 때 재돌입 공간이란게 있어, 그것보다 작은 각도로는 우주 공간에 튕겨 나가고 그것보다 큰 각도로는 불타 버린다는, 살아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 좁은 범위를 말한다. 각도로 재면 불과 2도이다. 달에서 로켓을 분사하여 지구의 재돌입 공간에 정확히 들어가기 위해 로켓 분사시 초 단위의 각도로 자세 제어를 하고 속도 조절을 시속 10km로 해야 하는데, 이것은 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운 일이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과도 관계가 있다. 시간의 개념은 뉴턴의 절대시간 → 아인슈타인의 보완 → 세슘 원자가 발하는 전자파의 고유한 주파수로 재정의 됐으나, 1967년에 지구 자전.공전의 불규칙한 변동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다시 '세슘 133 원자가 기저 상태일 때 두 가지 초미세 준위사이의 천이에 대응하는 전자파 방사 주기의 9,192,631,770배'로 재정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엄밀한 원자의 진동을 기준으로 한 절대적 시간의 진행과, 다소 부정확한 천체의 운행을 기준으로 한 시간의 진행 사이에 오차가 생긴다고도 한다.

하여, 우주선을 중간 중간 바른 궤도로 올려 놓기 위해 "궤도 수정"을 해야만 한다.
 

첫 아이를 얻은 후 20 여권의 육아서적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얻고 자녀육아 & 교육이라는 기나긴 항해를 출발했다. 아직도 진행중인 이 기나긴 항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점에서 관성의 법칙을 적용받고, 때론 감정이 이성을 치고 드러나는 순간의 위험과 기술적으로 완벽할 수 없는 이론, 아이의 특성과 부모의 특성, 그 둘 특성 간의 마찰, 융합에서 오는 그 어떤것들, 어떠하든 생길 수 밖에 없는 오류와 오차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사회, 문화적으로(경제적 부분까지 욕심 낸다.) 독립에 성공한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 자기와 세상을 사랑하고 행복해질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 부모 자신과 자녀에게 궤도수정을 해야만 한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아이로부터 "엄만 우리한테 화 안 내잖아~" 소리도 들었던, 나름 괜찮은 엄마였다 생각했으나, 아이와 아이를 둘러싼 사소한 것들이 변하고 있었다. 그러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와 큰애는 덕분에 궤도수정을 했다.
 

우선, 이 책을 통해 이론으로 무장하고 협박을 가장한 "대화"를 통해 초3 아이 혼자 헤쳐나가볼 것을 권유한다. 그러기로 하.자.마.자. 아이의 행동과 내 기대치의 괴리로 모든 마음과 머리가 어지럽고 그저 화만 난다. 어렵사리 희박한 인내심으로 2주를 지켜본 후, 초3 아이한테 걍 맡기는 건 너무 무리라는 직장동료의 말 한마디에 전략이 순식간에 바뀐다.
순식간에 지나간 2주동안 길러진 평정심으로 아이와 대화를 해봤다.
처음엔 엄마가 정.말. 무관심할까 싶어 급습 점검에 대비해 아이는 그럭저럭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하루하루 지나도 엄마가 "무관심"해 보이자 사소한 작은 것들을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거 같다. 그러다 정말 편하게 생활하는 실천에 이르노니, 가끔 엄마가 "애야, 엄만 네가 잘하리라 믿는단다."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니?" "엄마가 도와주었음 하는 게 있니?" 라고 말 걸을때마다 살짝 살짝 불편한 마음만 남은 듯했다.
오, 이런~!
난 지금껏 아이에게 자발심을 키워주고자 고군분투하며, 손바닥만큼의 자발심이 있으리라 알았건만 사실은 손바닥을 뺀 나머지가 "엄마" 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과욕과 선심, 약간의 계산을 하며 말을 건넨다.
"엄마가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니? 너 혼자 해볼래? 아니면 예전 생활로 다시 돌아갈까?"
아이는 모든 게 귀찮은 듯한 억양으로 엄마가 원하는대로 합쇼, 하며 패잔병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나 그 전과 지금이 설.마. 똑같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헤프닝이 아이에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초3 아들과 초1 딸, 학교가 다르다. 어제, 딸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모범어린이 스탬프 200장 돌파기념 선물을 강.력. 요구하자 딱히 선물을 요구할 꺼리가 없던 아들이 긴장하며 본인의 억울함(난 어떻게 해야 선물을 받을수 있는지?)을 호소했다.
하여, 이러저러한 나와 아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주중 매일 세워야하는 계획표와 본인의 생활을 "양심"을 걸고 스스로 평가하여 매우 잘한 경우 스티커를 붙이기로, 그 속도는 여동생이 50장을(A4 한페이지에 50개가 최대다) 받는 속도와 비슷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 합.의.를 봤다.
이야. 올레~!
그 전과 달라진 것은 "스티커"와 "50개 달성 시 선물" 뿐이지만, 아이는 선물이라는 당근을, 나는 노심초사를 버릴 수 있어 win-win 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아이가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엄마! 우리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 이렇게 하면 엄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이쟎아~!"
오~! 이런 날도 있음에 무조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소소하고 작은, 여러가지 방법의 궤도수정으로 10 여년 후 좋은 부모, 좋은 아이(성인)의 목표를 향해 나는 오늘도 비행을 한다. 



 

읽은 날 : 2011. 9. 2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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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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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겨레기사에서 본 뉴스다.
부모 없이 살던 모씨와 연락이 끊긴 가족이 실종선고를 해 당시 교도소에 수감중이던 모씨는 졸지에 사망자가 됐다. 그 후 출소한 "사망자"인 모씨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도둑질로 경찰에 불잡힐 때마다 경찰, 구청, 법원을 들낙거렸으나 그 어느 곳도 잘못된 사망선고를 바로잡아주지 않아 16년동안 "사망자"로 살다가 아홉번째 법정에서 드디어 사망자의 족쇄를 벗었다 한다.

이 기사를 보고 며칠 전에 읽은 "생사불명 야사르"가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
호적과 공무원의 실수로 일찍이 사망자가 된 야사르는 학교, 유산상속 등 권리를 누려야 할 때는 주민증이 없어 "넌 죽었어!" 라며 거부당하고 군대, 세금등 의무를 져야할 때는 "넌 살아있어!" 라며 알토란같이 그의 것을 쏙쏙 빼앗아감을 당한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야샤르의 이야기는 네신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오스만'이라는 노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최성일,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에서 "내 책읽기 사상 최대의 요절복통이었다. 예의 네신의 다른 작품들처럼 웃음 뒤끝으로 서글픔이 밀려오지만, 여기선 즐거움이 주눅 들지 않는다" 는 평을 보고 읽게 된 책인데, 삐죽삐죽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어 실실거리다 급기야 빵빵 웃을 수 밖에 없다. 
 

행정 모든 곳에서 "넌 죽었어!" "넌 살았어!" 하며 야샤르가 당하는 일도 그렇지만, 그가 유산상속을 받기 위해 구청에서 당하는 일은 그.야.말.로. 책임 떠넘기기, 나 몰라라, 내 잘못 아니야의 초절정판이다. 그깟 "번호" 하나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야사르에게 지나가는 사람 왈,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냐, 나는 담당자 만나기 위해 일주일째 이러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 잘못 아니야, 내 탓만 아니면 돼, 이 잘못은 다른 이에게 넘기기만 하면 돼, 어렵다면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돼, 내 탓만 아니라면!"
내가 이런 끔찍한 관료주의를 만난 건 직장에서였다. 윗분이 나서서 책임을 아래직원에게 떠넘기는 모범을 보이사, 많은 직원들은 그를 따라 배우기 시작했고 배우지 않은 이들도 서서히 물들어 갔다.
그리고 "내 탓만 아니면 돼"의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 주위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확률은 낮아지고,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인데, 이렇듯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켜 심리학 용어로 '책임분산'이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그렇다고 "내 잘못 아니오" 를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개인의 문제도 있으나 사회적인 문제도 매우 크다. 오늘도 누구는 "내 잘못 아닐껄?" 하며 시종일관 같은 태도를 보이고, 과도하게 "네 탓이야" 책망받던 누구는 그리 되셨고.
책임지는 시대가 되기 위해선 맨 위부터 그래야 한다. 국가면 국가, 기업이면 기업, 가정이면 가정. 곳곳에서 최고인 "그"가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책임 지기 힘들다.
하여, "내 잘못 아니오" 그 말 뒤로 숨은 수많은 권력앞에 속절없이 희생당한 야샤르는 바로 우리,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읽은 날 : 2011. 10. 16.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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