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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스스로 공부한다 - 자기주도학습의 최고 권위자 송인섭 교수가 말하는
송인섭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우주비행은 관성비행이라 지구 주회(周回)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사고가 나도 지구까지 돌아오기는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로 재돌입할 때 재돌입 공간이란게 있어, 그것보다 작은 각도로는 우주 공간에 튕겨 나가고 그것보다 큰 각도로는 불타 버린다는, 살아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 좁은 범위를 말한다. 각도로 재면 불과 2도이다. 달에서 로켓을 분사하여 지구의 재돌입 공간에 정확히 들어가기 위해 로켓 분사시 초 단위의 각도로 자세 제어를 하고 속도 조절을 시속 10km로 해야 하는데, 이것은 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운 일이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시간'과도 관계가 있다. 시간의 개념은 뉴턴의 절대시간 → 아인슈타인의 보완 → 세슘 원자가 발하는 전자파의 고유한 주파수로 재정의 됐으나, 1967년에 지구 자전.공전의 불규칙한 변동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다시 '세슘 133 원자가 기저 상태일 때 두 가지 초미세 준위사이의 천이에 대응하는 전자파 방사 주기의 9,192,631,770배'로 재정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엄밀한 원자의 진동을 기준으로 한 절대적 시간의 진행과, 다소 부정확한 천체의 운행을 기준으로 한 시간의 진행 사이에 오차가 생긴다고도 한다.
하여, 우주선을 중간 중간 바른 궤도로 올려 놓기 위해 "궤도 수정"을 해야만 한다.
첫 아이를 얻은 후 20 여권의 육아서적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을 얻고 자녀육아 & 교육이라는 기나긴 항해를 출발했다. 아직도 진행중인 이 기나긴 항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점에서 관성의 법칙을 적용받고, 때론 감정이 이성을 치고 드러나는 순간의 위험과 기술적으로 완벽할 수 없는 이론, 아이의 특성과 부모의 특성, 그 둘 특성 간의 마찰, 융합에서 오는 그 어떤것들, 어떠하든 생길 수 밖에 없는 오류와 오차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사회, 문화적으로(경제적 부분까지 욕심 낸다.) 독립에 성공한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 자기와 세상을 사랑하고 행복해질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 부모 자신과 자녀에게 궤도수정을 해야만 한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아이로부터 "엄만 우리한테 화 안 내잖아~" 소리도 들었던, 나름 괜찮은 엄마였다 생각했으나, 아이와 아이를 둘러싼 사소한 것들이 변하고 있었다. 그러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와 큰애는 덕분에 궤도수정을 했다.
우선, 이 책을 통해 이론으로 무장하고 협박을 가장한 "대화"를 통해 초3 아이 혼자 헤쳐나가볼 것을 권유한다. 그러기로 하.자.마.자. 아이의 행동과 내 기대치의 괴리로 모든 마음과 머리가 어지럽고 그저 화만 난다. 어렵사리 희박한 인내심으로 2주를 지켜본 후, 초3 아이한테 걍 맡기는 건 너무 무리라는 직장동료의 말 한마디에 전략이 순식간에 바뀐다.
순식간에 지나간 2주동안 길러진 평정심으로 아이와 대화를 해봤다.
처음엔 엄마가 정.말. 무관심할까 싶어 급습 점검에 대비해 아이는 그럭저럭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하루하루 지나도 엄마가 "무관심"해 보이자 사소한 작은 것들을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거 같다. 그러다 정말 편하게 생활하는 실천에 이르노니, 가끔 엄마가 "애야, 엄만 네가 잘하리라 믿는단다."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니?" "엄마가 도와주었음 하는 게 있니?" 라고 말 걸을때마다 살짝 살짝 불편한 마음만 남은 듯했다.
오, 이런~!
난 지금껏 아이에게 자발심을 키워주고자 고군분투하며, 손바닥만큼의 자발심이 있으리라 알았건만 사실은 손바닥을 뺀 나머지가 "엄마" 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과욕과 선심, 약간의 계산을 하며 말을 건넨다.
"엄마가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니? 너 혼자 해볼래? 아니면 예전 생활로 다시 돌아갈까?"
아이는 모든 게 귀찮은 듯한 억양으로 엄마가 원하는대로 합쇼, 하며 패잔병의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갔으나 그 전과 지금이 설.마. 똑같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헤프닝이 아이에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초3 아들과 초1 딸, 학교가 다르다. 어제, 딸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모범어린이 스탬프 200장 돌파기념 선물을 강.력. 요구하자 딱히 선물을 요구할 꺼리가 없던 아들이 긴장하며 본인의 억울함(난 어떻게 해야 선물을 받을수 있는지?)을 호소했다.
하여, 이러저러한 나와 아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주중 매일 세워야하는 계획표와 본인의 생활을 "양심"을 걸고 스스로 평가하여 매우 잘한 경우 스티커를 붙이기로, 그 속도는 여동생이 50장을(A4 한페이지에 50개가 최대다) 받는 속도와 비슷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 합.의.를 봤다.
이야. 올레~!
그 전과 달라진 것은 "스티커"와 "50개 달성 시 선물" 뿐이지만, 아이는 선물이라는 당근을, 나는 노심초사를 버릴 수 있어 win-win 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아이가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엄마! 우리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지? 이렇게 하면 엄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이쟎아~!"
오~! 이런 날도 있음에 무조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소소하고 작은, 여러가지 방법의 궤도수정으로 10 여년 후 좋은 부모, 좋은 아이(성인)의 목표를 향해 나는 오늘도 비행을 한다.

읽은 날 : 2011. 9. 24. by 책과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