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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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장 피에르 라비의 사고나 그의 행적과 철학을 보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받은 신영복교수의 사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진보적인 사고, 넓고 깊고 사상이 같다고 느껴지는데 단순한 내 생각일까?
혹 이 글을 읽는 블로거 중에 두 사람의 책을 다 읽었다면 그 의견을 듣고 싶다."
[출처] [독서/100권 /365독서프로젝트]100권 째 -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작성자 빛살무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만 읽었지만, 덧글을 달기 위해 백만년 만에 기록 파일을 열어 봤다. 2009.12월 당시 대표 소감이 '감옥에서 쓴 글이라 이렇게 우울한 건가' 였었던 이 책을 말이다.  지금 그 글(발췌 기록한 글)을 보니 왜 우울했을까 싶다. 이렇게 주옥같은 글을 보면서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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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런다해서 뾰족하게 달라질 건 없을 줄 알았지.
그런데도 왜. 난. 용기라 했을까.
그렇지만,…그건 내게 용기였어.

 

법의 힘을 빌어 내가 원한 결과를 얻었지만… 너무나 씁쓸해. 
끝났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지.
그 앙금은 말야… 이런 식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아.
진심을 담은 사과. 그 사과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이야.
진작에 사과를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작은 원망…
진심을 담은 마음의 표현…그게 진정 화해의 기초가 되는거였어.

 

이 씁쓸하고 뭔가 개운치 않는 감정은…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지겠지.

 

일상의 매몰.
어찌보면 평범한. 그래서 더 부러운 일상의 행복을 가진 나는.
일상의 매몰에 묻혀버린 나, 더 묻혀져갈 내가 보이고
그런 나를 구원하기가 좀 더 어려워졌다는 직관에…
좀 많이 우울해.
게다가 말야. 책만 읽는 바보가 되가고 있쟎아!

 

뭔가 행동은 없으면서, 책은 열나게 읽고 있고
여기저기에 떠밀려 시간없다는 푸념만 늘어놓는…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저 한심할 따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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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 저자의 글(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은)에 감동받아 나도 모르게 쓴 글이었다. 지금 파일을 열어봐 그나마 알게 됐다. 그 당시 상황을 책의 독후감으로 혼동해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2009년 여름 회사일로 말도 안되게 성추행을 겪은 날, 밤을 하얗게 새운 뒤 그넘에게 요구를 했다.
"제대로 사과 받고 싶다"
정당한 나의 요구는 처참하게 묵살 당했다.
"법률구조공단의 자문을 얻은 뒤 사과여부를 검토하겠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벌금 2~300만원이라더라. 벌금 내고 말겠다."
"나는 딸들한테도 얘기했다. 거리낄 게 없다."
사과를 기다렸지만 1주일이 되도록 감감무소식, 고민과 갈등이 많았다. 
"선배, 나중에 선배 딸이 그런 일 겪으면 어떻게 할거야?" 이 말에  엄마의 마음으로 경찰서를 갔고, 그 해 12월 그넘이 벌금 300만원 받았다는 ARS 소리를 씁쓸하게 들었다.

 

그 당시 내가 처했던 상황으로 말도 안되게 이 책을 오해하고 있었다.
지금 다시, 이 책은 날 떠밀고 있다. 괴롭다.

 

"독서는 실천이 아니며 독서는 다리가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역시 한 발 걸음이었습니다.  더구나 독서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까닭은 그것이 한 발 걸음이라 더디다는 데에 있다기보다는 ‘인식 → 인식 → 인식…’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현실의 튼튼한 땅을 잃고 공중으로 공중으로 지극히 관념화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2009년 책만 읽어내다가 2011년 블로그를 시작했다.
오늘의 괴로움이 미래의 나를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읽은 날  2009. 12. 22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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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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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려라 아비, 김애란>

 

이 책을 2005년 초판으로 읽었었다. 역대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작이라 떠들썩했었다.
읽은 후 느낌은 머쓱함이었다.
사람들이 잘 쓴 글이라며 호들갑 떨고, 상도 받았다는데 내 느낌은 왜 이럴까.
괜찮네 라든가, 상 받을 만 하다 라든가, 하다못해 별로 라든가 해야할 거 아닌가.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 머쓱했다.

 

내 공간은 두 아이가 자라는 만큼 점점 줄어들었다. 생활의 무게는 '짐'이 되어 쌓아져만 갔다. 2008년 경 지금 집으로 이사오면서 그 짐을 버렸다. 안 입는(안 입을) 옷, 너덜너덜 해진 가구, 각종 장난감, 그리고 책까지. 20대 접어들면서 점점 책을 안 읽었어도 그 동안 쌓인 책이 제법 됐다. 매일 한 묶음의 책을 버렸다. 내 책과 이집 저집에서 들어와 안 읽혀진 아이들 전집까지.
이 책은 그러한 대량 도서방출 사태를 넘겼다.  갓 결혼한 새색시마냥 고운 자태를 뽐 낸 덕에.

 

이 책 <달려라, 아비>를 작년 8월경에 다시 읽게 됐다. 읽은 책을 또 읽는다는 건 재회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도 있지만, 내겐 다독의 열망을 꺽어야 하는, 조금 힘든 일이다.  여러 번 읽기의 미덕에 동의하면서도 쉽게 되지 않는 일이다.

 

세월과 비례하는 기억력 감소 덕에 “편의점…이 나왔던 거 같은데”가 이 책을 대표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려라, 아비” 글이 깔끔하게 잘 떨어졌단 느낌을 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맛, 신선한 20대 날 것의 맛으로 상을 받았나보다.
수상작 유명세에 독자의 느낌이 부합해야만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내 독후감과 심사위원들 생각과의 괴리는 극복하고픈 소망이었는데, 그 괴리가 줄어든 것 같아 만족스럽다.

 

再讀에 대한 좋은 느낌에도 여전히 새로운 책을 읽을 것 같다.   그  때가 결국 오겠지만, <두근 두근 내인생> (미지의 책)의 즐거움을 더 누릴 것이다.

 


다시 읽은 날   2011. 8. 1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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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 지식인,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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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죽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안 했다. 시간이 되면 하려 했으나,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 핑계,다.
굳이 변명한다. 선거 시즌에 떠오른 이 글이 갑자기 생긴 약속보다 힘이 셌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의 설명은 이렇다.  '지금 시민단체에 무슨 위원으로 명단 올린 사람들은 시민을 위해 일을 안합니다.  그냥 카메라 있는 세미나 같은 곳에만 얼굴을 내보일 뿐이죠.  경실련과 참여연대를 대표했던 박원순.이석연.서경석 같은 지식인들조차 돈벌이에 급급합니다.  시민사회에서는 돈 나올 구멍이 없어요.  모든 돈이 재벌이나 정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죠.  지식과 열정을 지닌 사람들은 이미 시민운동을 떠났습니다.  그나마 강준만.최장집.소호철 등이 시민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
 

그리고 나는 참여연대의 제법 오래된 회원이다. 최소한 11년 이상은 된 듯하다. 아주 잠깐 안국동으로 자원봉사도 갔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국 시민사회의 문제는 극단적인 위계 서열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여연대, 경실련 특히 경실련을 주도하는 층은 명망가층입니다.  말 그대로 상당한 권위와 권력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밑으로 갈수록 환경이 열악해요."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괜찮은 명분으로 일어나 목표 달성의 부산물로 권력을 잡는다. 차츰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꽤 어렵다. 참여연대도 지금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계속 참여연대 회원으로 있어야 하나? 정말 박원순이 그럴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에서 만든 이 책 <지식인의 죽음> 에, 김헌동(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이 대놓고 얘기할 정도라면?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겁먹은 동물보다 낫쟎아! ' 귀찮음이 물음표를 가렸다.

 

지식인이란 '엄격한 비판 정신과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자다. 우리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지식인은 김대중 정부시절(외환위기)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자가 되었다.
그대도 기억하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당신도 신지식인입니다" 의 말을.

 

2006년말 ICE 에 의하면 미국 내 외국인 학생 중 한국이 14.9%, 국가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지식인은 미국공장에서 대량생산 되어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 마감을 맞추고, 좋은 평가로 연구비 지원을 받아 먹고 사는 '논문 작성 노동자'를 뜻하게 됐다.
세계화 추세이기도 한 이 현상은, 많은 영역이 기업으로 중심이 맞춰져 지식인이 기업에 속하든가, 아니면 척을 지든가 둘 가운데 하나밖에 없기에 더 가속화 되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슬픈 현실에도 임헌영(아! 리영희 <대화>!), 김성보, 정이환 교수 등은 지식인 위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류 사회에 부패.부정과 평화 위협과 인권 탄압이 존재하는 한 지식인은 영원히 강력하게 부각될 것” 이라고.

 

그래도 이 말은 너무 막연하다. 여전히 위기같다.  대신, 최근의 진보 - '무리 지성' 에 더 희망이 보인다.
"인간의 뇌란 신경섬유 다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단지 그 연결만으로 우리 뇌는 창조적 지성이 된다.  그렇다면 그런 뇌들이 다시 연결된 네트워크로서 대중지성은 어떨 것인가."

 

개인으로 우리는 너무 약하다. 그러나 그 개인이 연결된다면, 그 힘은 그 넘들보다 세지 않을까!

 

 

읽은 날  2010. 6. 29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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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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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한 때 읽고 싶은 책을 구하느라 애 먹은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전혀 아니다)
'무슨 책을 살까? (읽을까?)'
몇 안되는, 읽은 책 구하기 소스를 뒤적거리다 한참 클릭 끝에 찾은 소설이, 이 책이다.
근데, 헐~ 1년에 한권 읽지 않는 후배도 몇 년전에 읽은,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랜다.

 

한 편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손을 놓지 못한다. 결국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된다.
재.미.있.다.
재.미.있.다.
이 말만이 유일하게 이 책 <구해줘> 를 대변한다. 매력에 흠뻑 빠져 단숨에 읽어내지만, '재미있다' 가 전부다.
독후감을 적을 게 없어, 인터넷의 책 정보를 복사해 붙이는 것으로 갈음한다.

 

깊이와 감동이 없어서 그럴까?
그렇다 해도 '재미있어' 기억되는 기욤 뮈소의 <구해줘>
초반 줄리에트와 샘이 만나는 장면을 들은 아들이, 몸을 배배 꼬면서 '아흐~~ 아흐~~' 했던 <구해줘>

 

한 편의 영화를 책으로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책 내용 소개 (인터넷 어디선가 복사한 내용)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은 채 뉴욕에 온 젊은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와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생의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난 의사 샘이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지난 생애의 한 지점에서비롯된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떠안고 있다. 과거의 어느 시간에 화인처럼 새겨진 그들의 상처는 생의 전반에 짙은 어두움을 드리우는 동시에 현재의 삶을 시름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마치 그들 모두는 이 소설의 제목처럼 ‘구해줘’라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읽은 날     2010.  12.  3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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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시대현실 - 염무웅 평론집
염무웅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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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시대현실, 염무웅>

 

'진정한 문학이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은 지하3층 창고에 갇힌 것 중 하나였다. 마침, [지식인의 서재] 이철수 목판화가 편에  이 책이 있길래 주저 없이 읽게 됐다. (정진영 편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_- )
책머리에 "이런 사회적 추세를 감안하면 나는 내 책이 그렇게 많은 독자에게 읽히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많지 않은 독자에게일망정 나는 내 글이 정독되기를 소망한다." 라는 노평론가의 글은 심금을 울렸다.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 나라의 문학사 - 1900년대 김광섭 시인을 시작으로 1950년대 전후 문학 시대, 1960년대 참여문학을 거쳐 1970년대 민중문학, 그리고 1990년대 글쓰기 정체성 시대까지 대표적 문인과 작품에 대한 평론이 순차적으로 실려 있다.
기껏해야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의 작품만 접해 왔기에 평론에서나마 문학사에 각인 된 여러 문인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김소월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되고 나서 불과 십수년 만에 <님의 침묵> <진달래꽃>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향수> 같은 모국어 걸작들이 태어난 것은 생각할수록 기적 같은 사건이다...
김소월은 창작기간이 짧고 문단현장에서 외롭게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생전에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모든 후대시인들에게 계승.극복의 대상이 된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 <문학과 시대현실> 내용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후일담' 에 관한 부분이었다.
"나는 ‘후일담’이란 말을 좋아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런 말을 들음직한 작품도 좋아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는 언제나 냉철한 반성의 대상이자 때로는 미화된 추억의 표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적 관점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에게 있어 후일담이란 한갓 감상주의의 소도구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과거의 '내'가 오버랩 되면서 아렸다.
2006년 경, 나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 변방의 설움을 딛고 중앙무대로 복귀해 몇 년치 조명을 한꺼번에 받았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까지 갔다. 현실감각이 떨어졌다. 급기야 정말 잘.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애정어린 충고도 들었다.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은 없는거야."
들리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두 발을 현실세계에 붙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 선배 말이 맞았음을.
이제는 '내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 류의 말을 싫어한다. 조심한다.  저자의 '후일담' 얘기를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긴다. 또 그런 실수를 하면 안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문인들은 왜 시를, 소설을, 수필을 쓰는 것일까? 왜 우리들은 그것을 읽을까? 좋은 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내게만 좋고 타인에게 안 좋은 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대현실을 직시하는 작가와 외면하는 작가, 문학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을 보자.

 

"이 시대의 시인과 소설가들이 누구나 자본과 외세에 관한 발언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닌 것은 아니다.  죽음과 같은 불행 속에서도 사람은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게 마련인데, 그 모든 일상으로부터 문학은 태어날 수 있다.  다만 진정한 문학에는 시대의 고통을 살아가는 자의 벅찬 숨결이 불가결하게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시대의 고통을 살아가는 자의 벅찬 숨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좋은 문학작품은 느껴지는 것이지만, 느낌의 기준이 나도 모르게 추가된 것 같아 기쁘다.

 

한국의 문학 역시 유신정권 시대를 거쳐 1990년 전후 자본권력의 공세에 날개를 단 세계사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문학의 빛나는 지도이념이었던 민족문학론은 역사적 사명의 소실점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의 문학이 민족문학론을 넘어 근본적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쉼 없이 이어가기를, 동 시대인으로 기원해 마지 않는다.

 


읽은 날   2011. 5. 2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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