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시대현실 - 염무웅 평론집
염무웅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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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시대현실, 염무웅>

 

'진정한 문학이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은 지하3층 창고에 갇힌 것 중 하나였다. 마침, [지식인의 서재] 이철수 목판화가 편에  이 책이 있길래 주저 없이 읽게 됐다. (정진영 편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_- )
책머리에 "이런 사회적 추세를 감안하면 나는 내 책이 그렇게 많은 독자에게 읽히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많지 않은 독자에게일망정 나는 내 글이 정독되기를 소망한다." 라는 노평론가의 글은 심금을 울렸다.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 나라의 문학사 - 1900년대 김광섭 시인을 시작으로 1950년대 전후 문학 시대, 1960년대 참여문학을 거쳐 1970년대 민중문학, 그리고 1990년대 글쓰기 정체성 시대까지 대표적 문인과 작품에 대한 평론이 순차적으로 실려 있다.
기껏해야 최근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의 작품만 접해 왔기에 평론에서나마 문학사에 각인 된 여러 문인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김소월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되고 나서 불과 십수년 만에 <님의 침묵> <진달래꽃>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향수> 같은 모국어 걸작들이 태어난 것은 생각할수록 기적 같은 사건이다...
김소월은 창작기간이 짧고 문단현장에서 외롭게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생전에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고 모든 후대시인들에게 계승.극복의 대상이 된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 <문학과 시대현실> 내용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후일담' 에 관한 부분이었다.
"나는 ‘후일담’이란 말을 좋아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런 말을 들음직한 작품도 좋아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는 언제나 냉철한 반성의 대상이자 때로는 미화된 추억의 표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적 관점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에게 있어 후일담이란 한갓 감상주의의 소도구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과거의 '내'가 오버랩 되면서 아렸다.
2006년 경, 나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 변방의 설움을 딛고 중앙무대로 복귀해 몇 년치 조명을 한꺼번에 받았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까지 갔다. 현실감각이 떨어졌다. 급기야 정말 잘.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애정어린 충고도 들었다.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은 없는거야."
들리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두 발을 현실세계에 붙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 선배 말이 맞았음을.
이제는 '내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 류의 말을 싫어한다. 조심한다.  저자의 '후일담' 얘기를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긴다. 또 그런 실수를 하면 안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문인들은 왜 시를, 소설을, 수필을 쓰는 것일까? 왜 우리들은 그것을 읽을까? 좋은 문학이란 어떤 것일까? 내게만 좋고 타인에게 안 좋은 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대현실을 직시하는 작가와 외면하는 작가, 문학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에 대한 저자의 답을 보자.

 

"이 시대의 시인과 소설가들이 누구나 자본과 외세에 관한 발언을 해야 할 의무를 지닌 것은 아니다.  죽음과 같은 불행 속에서도 사람은 음식을 먹고 사랑을 나누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게 마련인데, 그 모든 일상으로부터 문학은 태어날 수 있다.  다만 진정한 문학에는 시대의 고통을 살아가는 자의 벅찬 숨결이 불가결하게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시대의 고통을 살아가는 자의 벅찬 숨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좋은 문학작품은 느껴지는 것이지만, 느낌의 기준이 나도 모르게 추가된 것 같아 기쁘다.

 

한국의 문학 역시 유신정권 시대를 거쳐 1990년 전후 자본권력의 공세에 날개를 단 세계사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문학의 빛나는 지도이념이었던 민족문학론은 역사적 사명의 소실점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의 문학이 민족문학론을 넘어 근본적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이 시대의 현실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쉼 없이 이어가기를, 동 시대인으로 기원해 마지 않는다.

 


읽은 날   2011. 5. 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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