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3대 추리소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세계3대 추리소설은 다음의 세 작품을 말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 <환상의 여인>

이 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Y의 비극>을 읽었는데요, 두 권을 읽고 마지막 <환상의 여인>은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더군요. 재밌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해 <Y의 비극>은 실망이 컸습니다. 고작 이런 작품이 '세계3대 추리소설'로 불리다니..... 곧 호기심이 생겼어요. '세계3대 추리소설'이란 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세계3대'란 권위를 누가 부여했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봤으나 알 수 없었습니다. (혹,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어디에도 믿을만한 자료는 없더군요.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세계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이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정말 누가 언제 세계3대 추리소설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지 미스테리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1939년 작입니다. 그의 전 작품 중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나다 인정받는 작품이라네요. '세계 3대 추리소설'이란 수식어와 함께 높은 기대를 안고 이 책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역시'란 마음을 감출수 없더군요.
소설 시작부터 명성의 아우라가 듬뿍 느껴집니다. 읽은지 5페이지도 안되 긴장감과 스릴이 잔뜩 느껴지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은 짜릿한 기대로 흥분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래서 세계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구나...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1939년 작품이다 보니 소설 내용은 어디선가 본듯 합니다. 수많은 공포.스릴러 영화에 영감을 줬음직한 (예전에 많이 무서워했던 '13일밤의 금요일'이란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스포일러란 생각이 들더군요.
인디언 섬이라는 무인도(공간의 제한)에 여덟 명의 남녀가 정체 불명의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고, 초대에 응한 그들은 섬에 도착한 뒤 한 사람씩 죽습니다. 결국 8명 모두 죽고 섬에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초대받은 8명 모두 고의인지 실수인지 알수 없는 의도로 사람을 죽였다는 겁니다. 즉, 법이 손댈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초대를 받고,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된 거죠.

 

 

 

 

이에 반해 <Y의 비극>은 복잡합니다.
13살 소년이 실제인물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읽고 '어린 마음속의 사악한 피'로 말미암아 엄마의 원수이기도 한 할머니를 실제로 살해합니다. 소년의 돌출행동을 본 소설 속 추리소설의 작가는 소년에게 충분한 교정의 기회를 줬으나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해 선도할 방법이 없다 판단합니다. 이대로 두면 두고두고 사회의 위협이 된다 여겨 소년을 고발(사건 예방)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소년의 죄를 알리지도 않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습니다. 

소설은 고작 13살 소년에게 살인자의 피, 고약한 피...운운하고, 연재소설처럼 이어지는 추리소설을 읽고 모방하는 소년을 몰래 혼자 지켜보며 아이를 테스트 합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불분명할 수 있는 소년이 저지르는 행동을 '고약한 유전적 소양' 이라 물아 붙이고, 이를 Y의 비극이라니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

이 소설이 씌여진 1939년 영국의 사회배경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우생학적 진화론'이란 괴물의 영향이 컸으리라 짐작만 갑니다. 그 시대에 잘못된 인식이 유행해 이런 소설이 씌여진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도 세계3대 추리소설이란 명목으로 읽힌다는 것은....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상으로 알 수 없는 '세계 3대 추리소설'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설마 추리소설이라 이 모든 게 미스테리한 건 아니겠...지요.


1. <Y의 비극> 엘러리 퀸
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3. <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4.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5.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6. <야행관람차> 미나토 가나에
7.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8. <이유> 미야베 미유키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9-08-0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의 비극- 손에 땀을 쥐고 읽었는데.. 님의 독단적인 생각....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2008년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란 책을 통해, 당시 2000년대 초반의 집값 폭등은 가계 부채가 만들어낸 투기거품일 뿐이며, 인구구조와 맞물려 거품이 붕괴하면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을거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집값은 이를 비웃고 싶은만큼 올랐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어떤 정책에도 꿈쩍하지 않는 심리야말로 거품의 징후였단 생각이 듭니다.
그 후 2014년 지금, 선대인 소장의 예측은 맞았을까요?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방향은 맞았으나 대폭락이라 부르기엔 적절치 않습니다.
그의 예측이 잘못된 것일까요? 부동산이 미친 것일까요?

과거 실물경제에 기반한 경제 메커니즘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로 금융 자본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찍어내고, 돈이 너무 풀렸다 싶으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금융을 쥐락펴락 했고, 풀려진 유동성(달러 약세)은 규제 완화를 만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품을 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산시장(주식,부동산)도 유동성 장세를 만나 호황을 누렸어요.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내재가치가 객관적이지 않아 경제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마련이고, 레버리지는 비율이 작더라도 금액이 커 여파가 큽니다. 인구 구조와 밀접하며, 수급 조절이 즉각적이지 않고 효과도 후행적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우리는 오랜 전통으로 부동산을 선호해 왔죠. 이러한 특징으로 부동산 거품은 훨씬 더 크게 형성됐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부동산 시장은 대폭락 수준...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를 선대인 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 보고 있습니다. 대출로 올라간 거품은 부채의 디레버지리를 통해 곪은 부분(건설사, 하우스푸어, 금융 회사..)을 과감히 도려내야 하는데, 폭락을 막아 작은 문제가 있을지언정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조율하려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지 않더라도 선소장이 인용한 일화를 보면 정부 당국의 인식 수준을 잘 알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직속 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교수는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관료들도 다 알고 있다. 다만 자기들 임기 안에 사고만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어쨋건 부동산은 자산의 한정성과 특성으로 정부의 정책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대폭락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언제까지 유효하며, 가능할 수 있을까요?

선대인 소장은 지금 부동산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 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은 대세하락과 함께 주택시장의 근본적 전환을 초래하는 ‘인구충격’이 맞닿을 공산이 크다 합니다. 실제 2002년 수도권 순전입자 수가 20.9만 명 늘었는데, 이후 매년 순전입자 수가 줄어 2012년에는 6900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는군요. 인구 증가 둔화와 수도권 인구 유입 둔화 흐름은 주택수요 감소의 시한폭탄이며, 게다가 은퇴자들이 기존 주택의 순공급자가 되면 이중 충격이 올거라 합니다.
또한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2030년경 전국 기준 부동산 구매력 총량 지수는 2000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이같은 사실로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하락을 유도해 거품을 제거한 스웨덴처럼 하든지, 부실채권 처리를 미루고 좀비 건설업체를 살린 일본처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만, 어느 쪽도 쉬운 답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3의 방법을 정부가 찾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국가 각계각층의 어려움과 고충을 조망하며 정책 진행을 한다면 좋겠습니다만, 조금이라도 기득권층을 고려한다면... 미래는 힘들 것입니다.
정부 고위관료가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하는지 참으로 알수 없군요.
최근 세월호 사건을 보면 볼수록 무기력한 마음만 그득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미련을 접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빚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보호막 입니다.
언제나 예외의 수(그럼에도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는)가 있지만, 힘없는 사람은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해야 생존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읽은 날 2013. 12. 1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회사에서 책을 구입해 몇 권 읽어보게 됐습니다. 그 책들은 제 돈이라면 사서 읽지 않을 책들이었어요. 그만큼 평소 취향과 맞지 않는 분야인데, 빌려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게 되니 읽어지게 되더군요.

그 중 한 권이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14> 입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책인데, 저는 처음 읽게 됐습니다.
트렌드라는 게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모르는 내용도 아닐 것 같아 별 기대없이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10가지 키워드로 뽑아낸 내용이야 그렇다쳐도, 키워드를 채우는 컨텐츠가 알차고 다양한 각도의 많은 이야기가 있어 좋았어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뽑아 낸 2013년 소비자의 키워드 입니다.


1. 날 선 사람들의 도시 - '미안하다' 한마디면 해결가능한 문제지만, 날카롭고 예민해진 사람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틈도 없이 분노를 쏟아내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2. 난센스의 시대 - 각박한 세상에서 차라리 나를 한 번 웃겨준다면 그게 더 낫다.
3.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스칸디대디) -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뿐. 아기를 엄마에게 맞추라는 제언
4. 소유냐 향유냐 - 렌탈, 셰어의 확대 및 증가
5. 나홀로 라운징 - 심부름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대신 그만큼 자유로운 시간을 얻는 싱글족의 증가
6. 미각의 제국(먹방, 먹송, 요리) - 먹는 모습은 지극히 원초적인 행위이고, 이를 나누고자 하는 경향 역시 본능인데, 이를 공유할 기회가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에 먹방 영상으로 대체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즉, 개인화 시대의 또다른 얼굴인 셈
7. 시즌의 상실 -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
8.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 웰빙에서 힐링으로, 그리고 다시 디톡스로.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잘 살고 싶다'는 열망
9. 소진사회 - 불금으로 표현되는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사정 아래 즉흥적이고 현재지향적인 태도.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불가능은 없다, 무조건 할 수 있다..와 같은 불굴의 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결국 개인의 탈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10. 적절한 불편 - 편의과잉 시대, 기다릴수록 더 사고 싶고, 부족할수록 더 재밌으며, 무심할수록 더 끌린다

이상이 트렌드 코리아가 뽑은 2013년 키워드입니다.
이 중 '날 선 사람들의 도시'와 '미각의 제국' 키워드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상황 아래 끝장을 봐야 해결될까 말까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문제에도 날을 세우며, 분노를 쏟아내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장과 아이들 교육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날을 세우며 소진하는 자신이 투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소이해 먹방을 보며 위안을 받는게 아닐까...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김난도 교수의 '먹는 행위는 원초적이고 이를 나누는 행위도 본능인데 공유의 기회가 메말라가고 있다. 개인화시대의 또다른 얼굴'이란 설명이 없어도 TV 먹방을 틀어놓고 혼자 식사하는 1인가구 모습이 절로 투영되네요.

다음은 <트렌드 코리아 2014>가 뽑은 전망입니다.


1. 스웨그 : 스스로 만족하는 멋, 본능적인 자유로움, 기성의 것과 선긋기
2. 몸이 답이다 : 높아진 정신적 스트레스, 성취를 직접 눈으로 확인, 관계회복의 욕구 (목공예 작업실, 공방 등에 향하는 사람 수의 증가)
3.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가능성
4. 어른아이 40대 : 중위세대의 영향력
5.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 허물어지는 산업 간의 경계
6. '판'을 펼쳐라 : 전문가의 시대에서 일반인의 시대로의 이행,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7. 해석의 재해석
8. 예정된 우연 :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예정된 우연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심리
9.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10. 돌직구로 말해요

스웨그와 예정된 우연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예측가능한 재미를 추구하는, 2013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다(스웨그)... 일탈 속에서 찾는 예기치 않은 기쁨...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형화되고 고착화 되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몰 브라더스(작은 감시자들)' 이었습니다.

미니홈피 =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사진공유 SNS) =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 스토리 = 내 자랑 + 애 자랑 + 개 자랑

 

'자랑과 과시'란 단어가 아프게 박혔습니다. 진정 이 단어를 넘어 소통을 원하는지 자신할 수 없었어요. 때마침 아이들 교육과 맞물려 불가피한 시간 조절로 예전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 속에 자랑과 과시가 단어가 소통이란 말로 대체될 때까지 제 블로그의 덧글은 닫혀있을 겁니다.

원래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라 기대 없이 읽었지만, 재미와 생각지 않게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꼭 책을 사서 볼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읽은 것 같은 흐뭇함이 만족스럽습니다.

 

 

 

 

 

 

읽은 날  2014. 2. 17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 서로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시차 극복하기
손동우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부모 공부를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은 바로 이 책이었어요. 책 내용에 제 모습이 투영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여유를 찾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도움받은 순간이 잠시라는게 문제지만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부모 말을 잘 듣습니다. 이런 부모의 통제력은 막강한 힘을 발휘해 책임감과 애정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하는 착각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켜 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아이, 내가 만족할만한 아이가 되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사회의 불평등, 불균형과 출구없는 답답한 미궁같은 현실이 더해져 부모는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바랬던 부모는 과거의 소박한 소망을 당연시하고 많은 요구와 욕심을 냅니다.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로의 바램과 희망은 당장 내 눈 앞의 현실인 자녀를 향하게 되지요. 이것이 부모만의 잘못이라 할 순 없습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자가 된 부모, 결과를 내야 인정받는 자녀'가 우리의 현실이 되버렸고, 급기야 '사랑을 준 사람은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안타까운 상황' 이 되버렸어요.
가정이 기업이 아닌데, 자녀는 결과를 내야 하고 부모는 자녀의 결과를 위해 관리합니다. 이마저도 순탄치 않은 관리과정은 '다 널 위한 일이야!' 란 이유로 '사랑'으로 둔갑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과정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자녀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한 예리한 현실에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뭐라 반박할 수 없었어요.
저 또한 관리랍시고 아이를 옭아매지 않았나, 관리를 사랑이라 여기지 않았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시각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 부모는 이래야 하는 걸까요?
부모 각각의 욕심과 불안한 사회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주어진 좌표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돌아봐야 할 것은 '자녀의 마음'입니다. 저자는, 자녀의 마음은 느긋할 수 밖에 없고, 부모는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간 차이'로 설명하고 있어요. 이러한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2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관계 회복입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 느끼는 감정보다 자녀가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며, 이것이 보통의 부모와 성공(?)한 부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비결이라는군요. 감정의 키워드는 '고마움'과 '미안함'이랍니다. 부모에게서 항상 '다 널 위해서야~'란 말을 듣는 자녀라면...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지 못할것입니다.
자녀가 '미안함'을 느끼게 하려면 부모가 많이 참아야 하는거 같아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참는 게 한계가 있고, 아니면 화나는 일을 보고도 화 자체를 내지 않는 건데... 이게 가능할까요?
'고마움'은 또한... 막연한데요, 언젠가 아이들에게 '언제 엄마한테 가장 고맙니?' 란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대답 중 하나가 '엄마가 자기 마음을 잘 알아줄때' 가 있었습니다. 자녀의 마음에 주목해야 된다는 반복에,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부모가 자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저자가 이 말을 하면서 예시한 사례가 와닿아 인용합니다.

"아이가 선택지 하나하나를 마음 편히 즐겁게 탐색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려 주면 된다. 판매원이 고객의 마음을 유도하기 위해 가벼운 추임새를 넣듯 아이의 반응에 따라 즐겁게 맞장구를 쳐 주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제일 마음에 들고 만만한 것을 골라잡을 것이다.
그런데 이 괘씸한 녀석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고를 생각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화가 치밀며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신이 추천한 가방을 고르지 않는다고 손님에게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판매원은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막장 점원인 거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울화병 걸려 죽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 나는 “이게 바로 교육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을 읽는다해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풍부한 이론을 머리에 담고 있어도 부모도 감정을 지녔기에 순간 순간의 위기가 언제나 들이닥치죠. 그럼에도 꾸준히 반복 학습하며 마음을 쌓아간다면, 지금보다 분명 나아질테고 그게 옳은 교육의 길이 될겁니다.

이 책을 제 아이도 읽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란 무언의 메세지를 보냈는데, 아이가 어떻게 받았는진 모르겠습니다. '읽을만 하다'란 짧은 대답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각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을 거라 여깁니다.     

 

 

 

 

 

아이와 함께

1. <어쩌다 중학생이 되었을까>, 쿠로노 신이치 : ★★★★★
2. <10대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 ★★★★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 ★★★★
4.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 어렵다고 포기
5. <우주 속으로 걷다>, 메리 에블린 터커 : 재미없다고 포기

6.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 재미없다고 포기

7.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 캐런 쿠시먼 : 재미없다고 포기​
8.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박홍순 : ★★★★

 

 

 

 

읽은 날  2014. 2. 1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오리진>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물질, 반물질, 플랑크 시기, 암흑에너지, 절대온도....등 생소한 언어로 씌여진 우주에 관한 많은 내용이 있습니다. 덕분에 우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주에 대해 알게 되었음이, 익숙치 않은 물리학 용어를 알게 되었음이.... 우주와 상관없을 거 같은 대한민국, 서울.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주 속으로 걷다>란 책을 읽게 된 것은 아이 때문입니다. 아이가 우주와 진화에 관심이 있다길래 읽기 적당한 책을 주려고 먼저 읽게 되었는데요,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용어와 내용이 전문적이지 않고 적당한(?)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우주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은 이러한 것이었어요.

우주의 중심은 어디인가? 중심은 좋은 것일까? 안전한 장소일까?
별이 붕괴되도록 짓누르는 중력과 내부를 팽창하게 하는 핵융합 사이의 아슬아슬한 불안정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의 작은 몸이 죽어 거대한 우주 자체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열정과 꿈뿐만 아니라 우리의 괴로움과 상실도 우주의 뼈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책이 던지는 질문 중 제가 선택한 것은 '우주 질서 속의 나' 와 '내 안에 있는 우주' 입니다.

(1조분의 1에 다시 1조분의 1, 그리고 다시 1조분의 1, 그리고 다시 천만분의 1)초란 시간에 대폭발이 있었어요. 양과 음, 남과 여, 하늘과 땅...처럼 대폭발 잔해도 물질과 반물질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은 만나면 에너지(빛)로 변하는데, 알 수 없는 우연으로 물질과 반물질의 균형이 깨져 질량을 가진 양성자가 출현하게 되었대요. 이 양성자는 원자가 되고 별이 되는 시작점인데, 만약 물질과 반물질이 균형있게 존재했었다면, 우주는 '빛'밖에 없었고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가 없었을 거라니,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 후 38만 년이란 시간이 흘러 우주 온도가 1억 도 이하로 내려가서야 인력이 작용해 원자가 형성됐고, 원자가 모여있는 구름에서 별이 만들어졌습니다. 별은 내부로 폭발하려는 성질(중력)과 밖으로 팽창하려는 핵융합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상태로 살다가 핵 융합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고 나면, 폭발합니다. 별이 폭발할 때,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져 튕겨져 나왔는데, 이것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별이 만들어지고 폭발하지 않았다면, 우주는 탄생 때처럼 수소와 헬륨만 가득했을 거랍니다. 이러한 내용이  원소주기율표에 은유적으로 표현되있다는 사실도 신기했습니다.

대폭발 후 양성자가 원자로, 원자가 분자로, 분자가 세포로, 세포가 모여 생명체로....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가 지금 존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원이 우주와 별이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에도 이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어릴 적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밤하늘을 보며 '저 별은 나의 별...'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단순한 여흥이었을까... 저릿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 셀 수 없이 많은 은하군, 그 중 하나의 은하, 그 속의 태양계, 태양계 속 지구라는 행성..... 그리고 나. 이런 시각으로 생각하면 내가 별볼일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나, 태초의 대폭발 후 우연의 일치로 양성자가 만들어져 별이 탄생하고, 폭발하고...그 덕에 내가 존재한다는 시각으로 생각하니, 나는 당당한 우주의 일원이자 우주의 오랜 진화의 살아있는 증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알 수 없는 불균형(물질과 반물질의 10억분의 1이란 비대칭) 속에서 반대되는 입자 사이의 끌림에서 시작됐습니다. 비록 양성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모르지만, 양성자가 전자를 끌어당기듯 우리는 누군가를, 무엇을 끌어당기고, 끌려하는 건 우리가 그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주의 진화에 나타난, 여러 개체가 모여 단순한 합 이상의 '하나'가 출현했다는 신비로운 사실이 무척 감동스러웠습니다. 원자가 모여 별이 됐지만, 원자와 별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세포는 분자가 모여 출현했지만 세포와 분자를 무척 달라요. 이러한 지적 깨달음이 '우주 질서 속의 나'임을 알려주고, 내 안에 우주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우주 속으로 걷다>는 우주의 탄생부터 생명의 출현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를 스토리로 엮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저자는 행성의 지배자가 된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지구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침으로 삼아야 할까?
우리는 단순히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우주의 인간이다.
우주의 에너지가 우리를 꿰뚫고 일깨운다.
다른 생명체와 인류가 공영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지역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여러 형태의 지구 문명을 출현시켜야 한다.
이를 보증할 수 있는가? 없다. 그러나.
단지 쿼크와 렙톤으로 구성된 우주가 별이 되고 다랑어가 됐듯, 이것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우주에 관한 상세한 지식은 <오리진>이란 책에 비해 떨어지지만, 우주와 나를 연결하는 선을 발견하는데 이 책<우주 속으로 걷다>은 더할나위 없습니다.
우주적 지식을 넘어 우주적 인간관의 깨우침은, 150억 년 전 원리가 지금도 관통하고 있으며,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함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비록 유한한 삶이라 희망의 크기가 적을수 밖에 없지만, 우주적 규모로 배포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참 재밌는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1. <어쩌다 중학생이 되었을까>, 쿠로노 신이치 : ★★★★★
2. <10대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 ★★★★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 ★★★★
4.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 어렵다고 포기
5. <우주 속으로 걷다>, 메리 에블린 터커 : 재미없다고 포기
6.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박홍순 : ★★★★
     

 

 

읽은 날  2014. 3. 2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