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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2008년 선대인 소장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란 책을 통해, 당시 2000년대 초반의 집값 폭등은 가계 부채가 만들어낸 투기거품일 뿐이며, 인구구조와 맞물려 거품이 붕괴하면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을거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집값은 이를 비웃고 싶은만큼 올랐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어떤 정책에도 꿈쩍하지 않는 심리야말로 거품의 징후였단 생각이 듭니다.
그 후 2014년 지금, 선대인 소장의 예측은 맞았을까요?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방향은 맞았으나 대폭락이라 부르기엔 적절치 않습니다.
그의 예측이 잘못된 것일까요? 부동산이 미친 것일까요?
과거 실물경제에 기반한 경제 메커니즘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로 금융 자본의 놀이터가 됐습니다. 돈이 부족하면 찍어내고, 돈이 너무 풀렸다 싶으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금융을 쥐락펴락 했고, 풀려진 유동성(달러 약세)은 규제 완화를 만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품을 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산시장(주식,부동산)도 유동성 장세를 만나 호황을 누렸어요.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내재가치가 객관적이지 않아 경제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마련이고, 레버리지는 비율이 작더라도 금액이 커 여파가 큽니다. 인구 구조와 밀접하며, 수급 조절이 즉각적이지 않고 효과도 후행적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우리는 오랜 전통으로 부동산을 선호해 왔죠. 이러한 특징으로 부동산 거품은 훨씬 더 크게 형성됐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부동산 시장은 대폭락 수준...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를 선대인 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 보고 있습니다. 대출로 올라간 거품은 부채의 디레버지리를 통해 곪은 부분(건설사, 하우스푸어, 금융 회사..)을 과감히 도려내야 하는데, 폭락을 막아 작은 문제가 있을지언정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조율하려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지 않더라도 선소장이 인용한 일화를 보면 정부 당국의 인식 수준을 잘 알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직속 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교수는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관료들도 다 알고 있다. 다만 자기들 임기 안에 사고만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어쨋건 부동산은 자산의 한정성과 특성으로 정부의 정책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대폭락을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언제까지 유효하며, 가능할 수 있을까요?
선대인 소장은 지금 부동산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 말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은 대세하락과 함께 주택시장의 근본적 전환을 초래하는 ‘인구충격’이 맞닿을 공산이 크다 합니다. 실제 2002년 수도권 순전입자 수가 20.9만 명 늘었는데, 이후 매년 순전입자 수가 줄어 2012년에는 6900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는군요. 인구 증가 둔화와 수도권 인구 유입 둔화 흐름은 주택수요 감소의 시한폭탄이며, 게다가 은퇴자들이 기존 주택의 순공급자가 되면 이중 충격이 올거라 합니다.
또한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추산한 인구 감소 및 노령화에 따른 2030년경 전국 기준 부동산 구매력 총량 지수는 2000년 대비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이같은 사실로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하락을 유도해 거품을 제거한 스웨덴처럼 하든지, 부실채권 처리를 미루고 좀비 건설업체를 살린 일본처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만, 어느 쪽도 쉬운 답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3의 방법을 정부가 찾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국가 각계각층의 어려움과 고충을 조망하며 정책 진행을 한다면 좋겠습니다만, 조금이라도 기득권층을 고려한다면... 미래는 힘들 것입니다.
정부 고위관료가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하는지 참으로 알수 없군요.
최근 세월호 사건을 보면 볼수록 무기력한 마음만 그득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미련을 접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빚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보호막 입니다.
언제나 예외의 수(그럼에도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는)가 있지만, 힘없는 사람은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해야 생존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요.
읽은 날 2013. 12. 1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