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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 서로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시차 극복하기
손동우 지음 / 명진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부모 공부를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은 바로 이 책이었어요. 책 내용에 제 모습이 투영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여유를 찾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도움받은 순간이 잠시라는게 문제지만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부모 말을 잘 듣습니다. 이런 부모의 통제력은 막강한 힘을 발휘해 책임감과 애정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하는 착각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켜 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아이, 내가 만족할만한 아이가 되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착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사회의 불평등, 불균형과 출구없는 답답한 미궁같은 현실이 더해져 부모는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바랬던 부모는 과거의 소박한 소망을 당연시하고 많은 요구와 욕심을 냅니다.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로의 바램과 희망은 당장 내 눈 앞의 현실인 자녀를 향하게 되지요. 이것이 부모만의 잘못이라 할 순 없습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자가 된 부모, 결과를 내야 인정받는 자녀'가 우리의 현실이 되버렸고, 급기야 '사랑을 준 사람은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안타까운 상황' 이 되버렸어요.
가정이 기업이 아닌데, 자녀는 결과를 내야 하고 부모는 자녀의 결과를 위해 관리합니다. 이마저도 순탄치 않은 관리과정은 '다 널 위한 일이야!' 란 이유로 '사랑'으로 둔갑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과정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자녀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한 예리한 현실에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뭐라 반박할 수 없었어요.
저 또한 관리랍시고 아이를 옭아매지 않았나, 관리를 사랑이라 여기지 않았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시각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 부모는 이래야 하는 걸까요?
부모 각각의 욕심과 불안한 사회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주어진 좌표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돌아봐야 할 것은 '자녀의 마음'입니다. 저자는, 자녀의 마음은 느긋할 수 밖에 없고, 부모는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간 차이'로 설명하고 있어요. 이러한 시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2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관계 회복입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 느끼는 감정보다 자녀가 부모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며, 이것이 보통의 부모와 성공(?)한 부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비결이라는군요. 감정의 키워드는 '고마움'과 '미안함'이랍니다. 부모에게서 항상 '다 널 위해서야~'란 말을 듣는 자녀라면...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지 못할것입니다.
자녀가 '미안함'을 느끼게 하려면 부모가 많이 참아야 하는거 같아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참는 게 한계가 있고, 아니면 화나는 일을 보고도 화 자체를 내지 않는 건데... 이게 가능할까요?
'고마움'은 또한... 막연한데요, 언젠가 아이들에게 '언제 엄마한테 가장 고맙니?' 란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대답 중 하나가 '엄마가 자기 마음을 잘 알아줄때' 가 있었습니다. 자녀의 마음에 주목해야 된다는 반복에,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또 다른 방법은 부모가 자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저자가 이 말을 하면서 예시한 사례가 와닿아 인용합니다.
"아이가 선택지 하나하나를 마음 편히 즐겁게 탐색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려 주면 된다. 판매원이 고객의 마음을 유도하기 위해 가벼운 추임새를 넣듯 아이의 반응에 따라 즐겁게 맞장구를 쳐 주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아이 스스로 제일 마음에 들고 만만한 것을 골라잡을 것이다.
그런데 이 괘씸한 녀석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고를 생각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화가 치밀며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신이 추천한 가방을 고르지 않는다고 손님에게 화를 내며 소리 지르는 판매원은 없다. 있다면 그야말로 막장 점원인 거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울화병 걸려 죽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 나는 “이게 바로 교육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책을 읽는다해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풍부한 이론을 머리에 담고 있어도 부모도 감정을 지녔기에 순간 순간의 위기가 언제나 들이닥치죠. 그럼에도 꾸준히 반복 학습하며 마음을 쌓아간다면, 지금보다 분명 나아질테고 그게 옳은 교육의 길이 될겁니다.
이 책을 제 아이도 읽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란 무언의 메세지를 보냈는데, 아이가 어떻게 받았는진 모르겠습니다. '읽을만 하다'란 짧은 대답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각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을 거라 여깁니다.
아이와 함께
1. <어쩌다 중학생이 되었을까>, 쿠로노 신이치 : ★★★★★
2. <10대의 시계는 엄마의 시계보다 느리다>, 손동우 : ★★★★
3.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 ★★★★
4.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 어렵다고 포기
5. <우주 속으로 걷다>, 메리 에블린 터커 : 재미없다고 포기
6. <오래된 연장통>, 전중환 : 재미없다고 포기
7. <프랜신의 학교 습격 사건>, 캐런 쿠시먼 : 재미없다고 포기
8.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 박홍순 : ★★★★
읽은 날 2014. 2. 19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