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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 이후 - 신자유주의를 딛고 다른 사회를 상상하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신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리라는 희망이 팽배했었습니다. 마침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버락 오바마 당선은 희망을 넘어 믿음이 되게 했었지요.
U자형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L자형 침체일 것이다라는 전망이 커질수록 강력한 믿음을 가지기도 했던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현재를 버틸 재간이 없었으니까요.
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의 세월이 흘러, 경제는 내성을 가진거 같았어요. 많은 이가 예상했던 L자형 침체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죠. 한때 시장은 본격적인 상승을 점치기도 했었으니까요.
정말 시장이 상승할 건지, 상승한다는 믿음만 주고 된통 뒷통수를 내려칠지, 회복이 어렵다는 불황은 어떻게 되가는 건지...궁금했습니다.
제목으로 검색되는 여러 책 중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세계금융위기 이후>를 골랐습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2009년 9월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 2010년 2월 한국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수장작의 이력, 6부 44회로 구성된 일간지로선 보기 드문 초장기 특집기획이라는 점이 끌렸습니다.
1부에선 시장만능주의가 사라진 아이슬란드와 미국 상황에 이어 장벽이 없는 금융위협에 접속된 '나'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40년 만의 금융위기, 석유위기, 식량위기라는 세 먀녀가 동시 출현했고, 위기의 표적은 언제나 변함없이 저소득층이었단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2부에선 신자유주의 모델의 파국적 종말을 여러가지 챕터로 보여주고 있어요. 의료 민영화, 노동 유연화, 공공 파괴, 공공산업의 사유와, 빈곤의 심화와 양극화... 미국이나 우리나라 사례를 통해 익숙한 것들이죠.
혹시 아시나요?
미국이 전세계 국민 총소득 1위인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세계 2위! 라는 것을요.
이런 미국을 압도하는 나라가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네요. (이 책 발간 기준)
3부에선 이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존엄성, 실업, 비정규직, 교육, 노후, 보육, 주거, 의료, 장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상황과 북유럽 (핀란드, 스웨덴,네덜란드, 덴마크 등)의 현재를 비교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해줍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사항으로 국제사회 내 미국의 지위하락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 외 필요한 사항으로 국제기구 개혁, EU같은 한.중.일 지역연합 구축, 그리고 한국형 모델을 찾기 위해 필요한 노력, 그리고 정치 얘기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있어요.
인상깊었던 부분은, 파생상품의 근원지 월가에서 금융맨들이 소림사 무술 배우듯 3~4년 위험 헷지와 투자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짜는 기술을 도제식으로 전수하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은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는 파생상품을 얼기설기 엮어 마치 고급기술인냥 젠 채했고, 고액 연봉파티를 즐겼는데, 정작 피해자는 저소득층이었죠.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고 가진 것을 다 잃어야 했는데, 월가맨은 재기를 꿈꿀 수 있었단 점입니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1971년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 후 미국이 세계 자본주의 최종 소비자가 되고 중국와 일본을 위시한 신흥공업국들은 수출지향적 공업화를 추진해 거기서 발생하는 무역흑자로 미국 국채를 사주는 국제 달러 환류 시스템의 골격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그 글로벌 불균형이 다시 전반적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랍니다.
지금, 어떤 예측도 섣부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 미국 금융자본과 석유자본의 융합관계와 그들의 동향이다. JP모건과 합병해 JP모건체이스를 만들어낸 체이스맨해튼 은행의 회장이 존 데이비슨 록펠러라는 사실, 미국 구제금융 7000억 달러의 총괄수탁은행으로 선정된 뉴욕맬런은행을 소유한 멜런가문의 걸프석유 소유, 엑슨모델 주식의 73% 금융자본 소유 등에서 보듯 두 거대자본 블록은 사실상 한 몸이 되어 군수, 화학, 자동차, 농업 등 전 분야의 자본과 얽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해를 충실해 대변해 온 통화주의자들 - 가이트너, 버냉키, 로렌서머스 등-을 검은 루스벨트 오바마 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파견해놓고 있다. 비록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해도, 1970년대 초반처럼 식량와 석유를 이용한 압박과 지정학적 위기 조장, 전쟁으로 달러체제의 생명 연장, 경계 없는 금융투기체제의 복구가 재시도될 필요조건이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이러한 상황이 나아지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정치'를 꼽고 있습니다.
룰라로 브라질을 변화시킨 브라질 국민, 다른 삶을 선택한 스웨덴 국민...을 예로 들고 있어요. (이 책 발간이 2010년이라는 점을 참고해야 할 듯 싶어요)
앞으로 정말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위기는 약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상의 위기에, 시장만능론이라는 30년짜리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 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기가 겹쳐진 것이라는데 말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이며, '정치'의 당사자인 국민 생각은 어떻게 될런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거대흐름을 예측하기엔 우리의 이해와 분석 툴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L자형 침체도 잘 모르겠고, 시장 상승도 잘 모르겠고...
2008년 그때처럼 제 분수를 알고 위험에나 대비해야겠어요.
이러면서 자꾸 뒷통수 당할텐데 말이에요.
읽은 날 2013.3.1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