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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과학자의 서재 ㅣ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꿈을 갖고 계신가요?
그 꿈이 자신의 현실과 맞지 않아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 <과학자의 서재>를 추천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어 했어요. 그러나 육군장교였던 엄한 아버지와 장남으로서의 위치에서 '시인'은 언감생심이었죠. 이래저래 방황을 많이 했답니다.
그러나, 최교수는 시인이라는 꿈을 내쫓지 않고 가슴 한 켠에 자리잡도록 했어요. 꿈이 도망가버리면 '자기답지 않은 자신'만 남기 때문이었죠.
현실이 어떻든 가슴 속에 남아있던 꿈은 최재천 교수를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되게 해주었다죠.
가슴 속에 묵혀두었던 시인의 꿈이 과학자와 결합할 수 있게 한건 한 권의 책 덕분이랍니다.
바로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에요.
이 책은 최교수에게 생물학이 그저 흰 가운을 입고 세포나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 철학을 논할 수 있는 학문이란 걸 알려줬답니다. 이 책으로 최교수는 생물학에 몸바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는군요.
저도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세포 단위의 난해한 이야기는 '우연으로 보이지만, 그건 필연이다'란 인상을 강하게 남겨주었죠. 세월이 지나 불교의 연기론 (하나는 전체에 연루되어 있고, 전체는 하나 속에 침투하고 있다 / 자신의 행동이 수많은 인연 가운데 결정적 하나로 기여함을 아는 것)을 보며 이 책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낯선 과학과 불교의 얘기가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최교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훌쩍 유명인사가 되버린 그에게 인기욕이나 명예욕이 있을것만 같았거든요. 근거없이 말입니다. (그런 작가 중 한명이 이지성이기도 하구요)
그런 오해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다음의 문장은 제 마음을 울렸어요.
"내가 가야 할 길을 담담히,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가면 세상도 나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을 해보겠다고 욕심부리며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허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이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내가 하고자 한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시인의 꿈에서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된 최교수 이야기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좌표가 될 거 같습니다. 최교수는 책을 통해 꿈을 이어 나갔지만, (그래서 과학자의 서재로 제목을 지었나 봐요) 방법은 다양할 수 있겠지요. 꿈이 현실과 맞지 않더라도 내쫓지 말고 가슴 한 켠에 머무르게 한다면 언제고 분명 기회가 올 겁니다.
그 믿음을 갖기엔 우리의 현실이 빈곤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자체가 '할 수 있다' 란 가능성의 반증일 테니까요.

읽은 날 2013. 5. 3 by 책과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