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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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이 106개 있다.... 어떻게 간추리나 ㅠㅠ

위로는 깨달음에서 온다. 이 위로가 몸에 습관이 되어 독서의 즐거움에 중독되면 다른 일에는 흥미가 떨어진다 - P8

내 글이 어렵다는 불평과 비판 세례를 받을 때, "쉬운 글은 익숙한 글일 뿐"이라는 스피박의 통찰은 나를 자유롭게 해준다. "우리가 비판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역사를 채우겠는가."라고 한 나혜석은, 나를 나대로 살게 하는 용기를 준다. - P9

언어는 본질적으로 권력 지향적이다....자유주의적, 기능주의적 사고 체계에서는 입장, 관점, 시각 같은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향한다. 이런 탈정치적 주장이 가장 정치적인 법이다. 게다가 정치성을 표방하는 경우보다 정치적 효과도 크다. - P27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 P33

분노와 평화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누구의 분노, 누구의 평화인가가 의미를 결정한다. 따라서 나는 용서가 저주보다 바람직한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해자의 권력은 자기 회개와 피해자의 용서를 같은 의무로 간주하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 P61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암묵적으로든 노골적으로든 용서를 강요하는 상황은 낯선 일이 아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 분노, 고통, 복수에 비해 용서, 화해, 평화는 우월한 가치로 간주된다. ... 고통은 감정의 물질이다. 달리 해석될지라도, 크기가 작아질지라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몸에 있다. 가해자의 몸은 고통 경험이 없으므로 온갖 절대자의 이름으로 자기 마음대로 구원, 용서, 평화라는 관념의 향연을 주관할 수 있다. 초월(超越 dis/embodiment)은 득도가 아니다. 경험 없는 몸은 현실과 무관하므로 구원도 마음의 평화도 쉽다. - P64

분노는 개인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구조적 권력 관계다.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피해자의 분노는 관리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타인에 대한 헤아림, 깊이 있는 지성의 영역에 놓여져야 한다. 나는 용서와 평화를 당연시하는 사회에 두려움을 느낀다. 2차 폭력의 주된 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 P65

문학평론가 환현산의 표현대로,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천해도 그 고통까지 마비시키지는 못한다." 고통이 아픈것이 아니라 마비된 고통이 불러올 고통이 끔찍한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 P72

차별 경험을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을 배려한다. 그래서 경험한 자아와 말하는 자아는 분열된다. 또 분열되어야만 한다. 모든 말하기, 글쓰기가 협상인 이유다. 원래 이 자아 분열 개념은 나치 학살의 생존자들이 자기 경험을 믿어주지 않을 것을 걱정하여 자아를 조정하는 고통에서 발전했다. 지금은 모든 담론 행위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P83

내가 지지하는 평화는 이런 진술들과 통한다. "폭력, 나는 그것을 지성이라 부른다" (마틴 루서킹), "평화는 (여성성이 아니라) 여성이 주로 해왔던 돌봄 노동이 공적 영역의 가치로 전환될 때 가능하다."(사라 러딕), "열려 있다는 것은 항쟁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며 폭력은 인간의 뛰어난 공존 양식이다."(사카이 나오키), "평화학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존 학문 틀의 문화적인 폭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요한 갈퉁)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자학이 아니다. 인간은 ‘낳아지는‘것이지, 누구도 ‘태어나지‘ 않는다. 문법과 무관하게 탄생은 능동태일 수 없다. 자기 생명을 스스로 생산하는 사람이 있나? 우리는 동의 없이 태어났다. 살기 싫은 사람에게 이만큼 열받는 일도 없다. 의지로 가능한 것은 자살뿐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놀랐다. ‘자기가 태어났고‘ 그래서 ‘죄송하다‘니.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에 죄송하다는 메시아적 죄책감. 이 어마어마한 자의식와 이를 따르지 못하는 자식. - P100

백번 양보해서 ‘생각하는 동물‘이면 뭐하나. 문제는 무엇을 생각하느냐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찰나를 사는 먼지다. - P108

어머니 숭배와 ‘창녀‘ 혐오는 모두 남성 사회의 판타지다. 섹슈얼리티를 기준으로 여성을 이분하여 시민권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남성은 ‘아버지와 남창‘, ‘곰과 여우‘로 구분되지 않는다. - P112

구조와 개별 남성이 변해야 하는데, 남성성으로 조직된 가족, 사회, 국가, 시민사회가 먼저 변할리 없다. - P147

관습은 정당성을 갖는다. 과거에 받아들여졌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권위를 갖는다 - P186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적대하거나 논쟁하는 세력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 건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되 방법이 다를 뿐이다. 공통점은 성 차별과 주류 지향이고, 차이는 ‘종북‘이라는 기이한 용어에서 보듯 제대로 된 국가을 만드는 일에 통일을 포함하는가 여부와 그 방식일 것이다. - P206

민족이 성찰과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피해의 기억으로만 한정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누가 이득을 볼까. 나는 한국이 일본에게 좀 무관심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가해자는 뻔뻔한데 한쪽의 지나친 ‘피해의식‘은 좌절, 절망, 원한을 순환하는 나르시시즘으로 추락하기 쉽다. - P310

평화는 평화로운 상태여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문제가 공유되고 약자의 고통이 가시화, 공감, 분담되는 ‘시끄러운‘ 상황이 평화다. 지원병제는 특수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조용한 무관심을 조성한다. 징병제보다 무서운 것은 그것이다. - P321

평화에 대한 욕망은 반反평화적이다. 평화를 둘러싼 경합이 평화다. ‘모든 이(平)가 사이좋은 상태(和)‘는 존재할 수 없다. 이 불가능한 상태를 약자가 인내함으로써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 평화다. 강자의 양보로 평화가 실현된 경우는 없다. 양보했더라도 그것은 정의이지, 관용이나 배려가 아니다. - P331

평화는 가장 당파적인 개념인데 보편적인 가치처럼 인식된다. 일단,‘평(平)‘자체가 일반화의 폭력을 뜻하는 글자다. 평등도 마찬가지. 평등 실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등의 기준이다. - P328

지구상 인구가 70억 명이라면 70억 개의 당파성이 있지만, 대개 사람들은 객관성으로 간주되는 강자의 당파성과 동일시하며 살아간다. - P339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은 일종의 집단 우울증 현상이다. 암의 증상이 암 자체가 아닌 것처럼,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우울이라기보다는 기운 없음과 인간 혐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약물과 사랑이라는 ‘영적인 치료(상담 요법)‘를 병행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 회복이 몸을 낫게 하는 것이다. - P343

사상가는 그 자신이 사유의 도구이며, 개인의 감정은 연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개는 약점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자서전과 과학의 뒤엉킴‘이 정신분석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지식은 결국은 한 개인의 이야기다. 백인 중산층 남성의 경험이 보편적 이론으로 여거진 것은 권력의 작동 때문이다. 그들의 이론이 역사가 아니라, 그들의 이론이 역사가 된 과정이 익셔다. - P349

우리가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보고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태도, 입장을 드러내는 행위다. (투사!) 모든 발화는 객관적일 수 없다. 지식은 인식자의 렌즈를 통해 우리 앞에 재현(‘再‘現)된 것이다. 공부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인식자가 자기에 대해 아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다. - P350

도그마, 관점, 당파성은 사유의 본질적인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종합과 객관화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무지의 결과다. 지성의 반대말은 절충, 균형, 원칙...... 이런 사고들이다. 정론(正論)은 정론(定論)이 아니라 정론(政論)이다. 정론은 당위가 아니라 경합과 갈등으로 획득하는 가치다. - P355

약자의 대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객관을 향한 욕망을 접고 자기 입장을 더 깊이 있게 전개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당신 입장은 뭐냐?"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들 뜻대로 균형 감각과 중도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하다. 균형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성은 가자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 - P357

여성주의는 ‘전쟁과 평화‘가 국가 주권 단위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일상과 무관한 구별이라고 비판해 왔다. 폭력 피해 여성,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성 산업 종사 여성,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 난민 여성은 사는 게 전쟁이다. 베냐민의 테제가 바로 이것이다. 고통받는 사람에겐 인생의 시시각각이 비상이고, 민중의 고통으로 품위를 유지하는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민중의 각성이 비상이다. ‘베냐민과 우리‘는 진정한 비상 사태, 즉 억눌린 자를 위한 봉기를 일으켜야 하는데, 지배자와 역사관을 공유한 진보 진영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 P360

여성주의나 마르크스주의는 당파적이지만 인간 해방을 위한 ‘계몽‘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모든 사유는 경합하는 운동이지 그것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 집단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남성 페미니스트는 가능하고 또 절실하게 필요하다. - P440

여자는 자기를 잘 아냐고? 인종 차별 사회에서 유색 인종은 자기 처지를 알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 - P443

무지는 약자를 무시하는 권력에서 나온다. 자신을 ‘남성‘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여성‘과 ‘흑인‘의 목소리를 공부하지 않는다. 주체가 타자를 모르면 자기를 알 수 없다. 간단한 이치다. - P445

몸은 자원이 아니라 행위자다.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몸은 교환, 사용, 묘사당하는 객체가 아니라 사고와 생활을 체현하는 사람 자체다. 몸은 사회이며 정신(mindful body)이다. 몸에 대해 쓰는 것은 인물을 쓰는 것이고 인생에 대해 쓰는 것이다. - P467

여성주의 심리학에서는 분노를 힘(empowering)으로 본다. 분노는 타인의 공감,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복수‘로만 ‘해결‘된다. ‘마음의 독‘인 화는 문명의 동력이기도 한다. 분노 조절보다 누구이 분노인가가 더 중요한 의제다. - P471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나는 내 행동의 결과를 피할 길이 없다. 내 행동만이 내가 이 세상에 서 있는 토대다. - P473

이해(理解)는 읽는 이의 이해(利害)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니 이해는 난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영역이다. 이해의 영어표현(under/standing)이 좋다. 이해하려는 대상 아래 서 있으려는 겸손한 마음, 이것이 첫 번째 자세다. 이해는 사랑과 지식을 아우른다. 사랑은 수용이다. 상대를 수용할 때 이해는 따라온다. - P509

전국 각지의 맛집을 소개하는 책들이 봇물을 이루지만, 음식을 만들고 처리하고 치우는 과정에서 노동의 구체성을 말한 책은 거의 없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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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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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팔로어하고 있는 트위터 유저들은 재밌게 읽은 책들을 많이 소개 해 준다. 이 책도 그 중에 하나인데, 그분들 덕분에 책을 골라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고 재밌는 책을 바로 찾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 등장하는 내담자들은 모두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다시 만나서 느낀 심리치료사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란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어빈 얄롬 이후 남성 심리치료사가 쓴 책은 오랜만에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당신이 섹스해서 학교가 위태롭다고 그러더군요.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충동에 죄책감이 들어 불안했던 거죠. 당신은 모든 중년 남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 즉 진정으로 성생활을 좋아하는 여자로 인식되었어요. 그 점 때문에 그들이 겁을 먹은 거예요. 하긴 나도 겁이 났어요. 우리 모두 당신 같은 여자를 못 다룰까봐, 당신이 우리를 웃음거리로 만들까봐 두려워하죠. 그래서 우리는 당신을 길들이려고 애써요. 그것이 나의 임무였어요. 당신을 길들이는 것 - P139

58퍼센트가 동성애를 정신병에 넣지 않는다는 내용에 찬성을 했고, 38퍼센트는 반대, 4퍼센트는 기권했습니다. 민주주의란 참 놀랍지 않은가요? - P189

분석가는 내담자를 분석한다. 그러나 내담자 역시 분석가를 분석한다. 왜냐하면 분석가는 내담자의 무의식 세계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무의식 세계가 명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석가는 내담자를 치료할 뿐 아니라 내담자에 의해 자신도 치유된다. - P303

프롬 박사는 정신분석은 ‘치료가 아니라 자아를 이해하는 도구...... 삶의 기술에 쓰이는 도구‘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썼다. - P726

다른 누군가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철학이다. - P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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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진실의 그래픽 3
오드 메르미오 지음, 이민경 옮김 / 롤러코스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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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내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다면 어떨까?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섭고 막막할까. 피임을 제대로 했어도 애초에 섹스를 한 내 자신을 엄청나게 원망하며 극도의 우울증에 빠질 것 같다.

이 작가는 프랑스어권에서 생활하는 벨기에 출신 여성이다. 자궁안에 루프를 넣었는데 그럼에도 5퍼센트 정도 임신 확률이 있다고 한다. 그 5퍼센트 확률에 운 나쁘게 당첨되었다. 수술 받는 장면,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장면,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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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한길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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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데, 성폭행 피해자였던 저자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건 어떤 의미였을까? 너무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서른살의 여성이 혼자 하이킹을 하다가 10대 미성년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데, 가해자인 피고측 변호사는 이 여성이 여행지에서 로맨스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려 할때, 나도 같이 피가 거꾸로 솟는줄 알았다. 피해자는 사람들이 가득한 법정에서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2차가해 발언들을 잘 방어해냈다. 영국에서 성폭행을 당하면 어떤식으로 조사를 받는지,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료를 하는지, 법정에서는 피해자를 어떤식으로 보호하려 하는지 등을 엿볼수 있다.

이제는 그녀에게 시간이란 아무것도 아닌 것, 지루하게 이어지는 날들과 주들,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쁨 하나 없는 여생을 의미할 뿐이다. - P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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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지 마, 당신
김현진 지음 / 루아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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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님의 글을 좋아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 서사 중에 김현진님의 에세이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내 몸을 누가 함부로 할 때의 모욕감과 고통의 기억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캄캄하고 슬픈 길인지 안다면 감히 ‘미투는 공작‘같은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찌르는 듯한 고통을 꺼내 전시하며 공작 행위를 할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이 고통 앞에는 진영이 없다. 진보도 보수도 없다.

미투는 절대 섹스의 기억이 아니다. 미투를 섹스, 그리고 섹스 스캔들로 이해할 때 미투 피해자는 다시 한 번 고립된다. 그것은 섹스가 아니라 고통의 기억이다. - P109

그들에게 록산의 몸은 인간이 아닌 ‘여자의 살과 여자의 뼈가 있는, 갖고 놀 수 있는 하나의 물건‘이었다. - P116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 당신의 후회는 무엇인가? 그것들은 당신의 삶을 바꾸었는가? 그것들 때문에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는가? 당신의 고통은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변화시켰는가?

후회와 고통 때문에 일그러진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속죄하기 위해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런 깨달음이 이 게임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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