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한창훈의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을 읽은 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내 머리의 한계를 아는지라 물고기, 생선, 비린내 등과 관련된 페이퍼 하나 쓰고 싶어 이 아침부터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자판을 두드립니다. 아 배고파~~ 회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싶은 아침이죠. 자고로 술은 새벽에 마시는게 제일인데, 새벽술에 불콰하진 몸을 뉘이고 한 낮쯤에 일어나 바라보는 세상은 색다른 맛이 있죠.(너 그러고 살면 월급은 누가 주니?)
비린것을 매우 좋아하는(전생에 물고기였나? 헤엄은 전혀 못치는데? 아 어부였구나!)습성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몰라도, 아마 어렸을때 강가로 놀러가서(천렵이라고 하죠?)먹어본 모래무지(정확하지 않습니다. 대충 그놈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물이 매우 깨끗하고,모래가 무지 많았고(그래서 모래무지?), 거기에 한 뼘 좀 안되는 물고기가 아주 날렵하게 헤엄치고 있었지요.)가 시작일것 같습니다.
(모래무지)
그 때 먹었던 놈이 대충 위 사진과 비슷하게 생긴 것인데 이 목/과(잉어)가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수십 종에 달할 겁니다. 흔한 미꾸라지, 미꾸리도 이 계열이지요. 제 기억엔 내장도 따지 않고 거의 통째 매운탕으로 끓여서 냠냠했던 것 같습니다. 맛이 참 달았던 기억이 있지요.(무슨 애가 달다라는 맛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겠어요. 지가 장금이도 아니고,,,)소주 생각이 날 만큼 맛이 있었다는,,,ㅎㅎ
물고기, 특히 민물고기에 대한 연구는 최기철 선생이 많이 하셨던 듯합니다. 몇 종류의 책이 있는데 제가 본것 으로는,
대표적인 우리 민물고기의 종류, 생태를 소개하고 직접 잡아서 키우는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고 있습니다. 지금은 물고기도 많이 없거니와 함부로 잡아서도 안되죠. 그만큼 환경이 많이 상했죠.
한국의 민물고기를 종류별로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현암사의 <쉽게 찾는~>시리즈 중 하나죠. 좋습니다. 올 칼라예요. ㅎㅎ
다른 선생들 책도 있습니다.
황소걸음 출판사의 주머니 속 시리즈 이지요. 아기자기하게 민물고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그마해서 휴대하기 좋은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금강(정확히는 지류인 적벽강)에서 순전히 식용을 목적으로 투망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안되죠. 잡혀갑니다. 그 때 주로 잡았던 물고기가 배쪽이 파르스름한 피라미이지요. 한 열 마리 잡아서 라면에 넣어 끓여 먹고 술에 취해 대낫부터 뒤집어 잤다는, 사내 놈 셋이서,,, 이제는 추억이죠.
아무래도 제가 살았던 곳이나 사는 곳이 바다하고는 거리상 먼 곳이라 민물고기랑 먼저 친해졌던 것 같아요. (그 놈들 입장에서는 아니겠죠? 먹자고 덤벼드는 놈이었으니) 그렇다고 자주 천렵을 가거나 낚시를 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낚시나 천렵을 한 것은 통털어서 열 번 내외 일겁니다. 그렇죠, 생계형 어로 행위는 아닌 거죠.
생계형 낚시의 전형을 창출했다고 보는(사실 생계형 낚시의 뭔 전형이 있을라구요, ㅎㅎ)한창훈의 <인생이~>를 보면 작가의 낚시 이력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죠.
아름 다운 표지입니다. 생선의 비닐은 여러가지를 함축합니다. 오죽했으면 예전 갑옷의 겉에 비늘을 달았을까요. 어른 팔뚝만한 잉어는 요동치면 손톱만한 비닐이 뚝뚝 떨어집니다. 그 가 흘렸던 눈물처럼,,,
한창훈 작가의 책은 오랜만입니다. 소설이 아닌것으로는 처음인 것 같아요. <나는 여기가 좋다>를 아직 다 읽진 못했는데, <가던 새 본다>,<홍합>,<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등은 참 좋았지요. 저는 아직도 작가의 신춘문예 등단작이 제일 좋아요. <인생이~>가 작가의 생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아요. 그가 했던 포장마차의 추억(많이 가본지 못했지만, 또는 알콜성 치매로 잊어버린 것일수도 있지만), 그가 기타 치며 부르던 '의연한 산하' 등이 떠오릅니다. 그때, 최민수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조금은 닮은것 같습니다.
바다는 너무 멀고, 가봤자, 수영도 못해, 낚시도 못해, 암것도 못하는 저는 횟집으로 갑니다. (그것도 자주 갈 수 없지요.) 횟집가서도 아는 척 좀 할려면 사전에 공부하면 좋습니다. 한국에 "생선회협회" 있는 것 아시나요? 그곳의 회장님이 지은신 책이 있습니다.
생선회에 대한 유래. 종류, 먹는 법에 대해 잘 나와 있습니다. 일본은 선어, 한국은 활어를 선호하는 이유, 그 차이점에 대해서 알 수 있고요. 회의 종류별로 찍어 먹는 장(와사비(고추냉이), 된장, 고추장)의 종류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회 먹을때 다른 사람이 무조건 초고추장에만 몰입한다면 간장에 고추냉이를 적신 장의 참맛과 회 종류에 따른 장 활용법에 대해서 알려 줄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한귀로 듣고 흘려버릴 지언정,,,,
생선회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생선회학"을 보시길, 생선학도 아니고 생선회학 이라,, 살짝 "학"을 떼고 싶은 생각도,,,
만화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선의 향연입니다. 어시장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30권까지 나온것 같고, 15권까지 읽었는데 생선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이 너무 착한게 흠이랄까요? 좀 지루하죠.
<인생이~>에 보면 매장 마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를 짧게 인용하고 있습니다. 자산어보는 대단한 책이죠. 200년 전에 그런 관찰을 통해 물고기 책을 완성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실학의 진면목이랄까요. 그런것, 특히 백과전서나 농서 등에 그런 류의 책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도 한글번역하고 있는 책이 상당하죠.
이 책은 정문기 선생이라는 분이 번역한 책인데요. 그분의 자산어보와의 인연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자산어보의 원문(한문)도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산어보의 한글판 인거죠. 아쉽게도 아마 절판 되었을 겁니다. 다행이 저는 사방천지를 뒤져 구했습죠.
요것도 지으신 분이죠. 물경 13만원
자산어보가 아니라 왜 현산어보 나구요? 머릿말에서 지은이가 그 사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산어보의 현대적 해석이랄 수 있는 책이죠. 저자는 최기철 선생에게서 배웠습니다.
흑산도를 수 년간 방문하여 직접 실피고,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하여 현대판 자산어보를 완성한 책이죠. 실학의 맥, 정약전 선생의 학문하는 법을 잇는 다는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1권~5권)
비린내 나는 책들 입니다. 이 책들을 일별하고 오늘도 도시의 한복판에서 숨을 크게 들여 마셔봅니다. 약간 비릿한 내가 나는 것도 같아요. 횟집 앞을 지날때면 멈칫합니다. 요즘 팔팔한 전어가 지천이지요. 그들의 비린내가 삶의 활기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