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지문 - 전2권 세트 - 법의학 스릴러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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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하게도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출판사에서 아직 회수 해가지 않은 초판 2쇄본입니다. (2줄을 똑같이 더 쓴건 이해 할 수 있지만 2줄을 빼먹은건 용서가 안됩니다.)

<사형수의 지문>은 적어도 앞서 나온 세 작품보다는 잘 읽 힙니다. 무엇보다 '스카페타'가 부검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폭 줄었고, 지리한 법의학 강의도 두장면 (깃털 박사의 '숨 은 깃털 찾기'씬과 스카페타와 두남자가 벌이는 '숨은 혈흔 찾기'쇼) 정도를 제외하곤 눈에 띄게 거슬리는 곳은 잘 보이 질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속도감도 빠르고 (역시 이전 세 작품에 비해) 플 롯의 전개가 굉장히 변화무쌍하며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 중에 특히 깜짝 놀랐던 장면은, 폭설이 쏟아지는 오후 차를 몰고 집을 나간 조카 루시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닿질 않자 극도로 초조해진 '스카페타'가, 마침내 벨 이 울린 전화기를 집어드는 순간까지의 묘사였는데요. 이 부분은 마치 '콘웰'이 독자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이야기를 쓰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명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 <하트잭>과 마찬가지로 결말이 전혀 엉뚱 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한가득 담겨있 는 색색깔의 스티로폼 속에 볼펜 한자루 달랑 들어있는 선 물상자를 열었을 때의 기분처럼 뭔가가 썩 개운치를 않았습 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결말이 나름대로 열심히 쓰긴 썼는데 정작 끝에가서 신통한 결말이 생각나질 않자 생각나 는 대로 짜 맞춘 것이 아니라, 작가의 진짜 의도된 끝맺음이 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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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농장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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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체 농장>은 앞선 4작품들과 비교해볼 때 가장 무시무시 한 반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예측불허 의 반전을 향해 가기까지 너무 많은 '페인트 모션'이 사용되 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은 추리 소설 리뷰에서 종종 쓰는 표현인 - 고만 고만한 꼭대기와 골짜기가 반복되는 - '롤러코스터'를 타는 정도의 재미를 줄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완만한 등산코스 를 차근차근 올라가 정상이 거의 다다른 지점에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메어리 히긴스 클라크'여사 의 <나는 기억한다.>를 읽었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에 찾아오는 짜릿함 쾌감을 주지는 못한 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캐릭터가 전형적이라는 점 역시 기대에 못미쳤던 부분입니 다. '마리노'나 '벤턴' '도로시' 모두 이전 작품에 비해 개성이 훨씬 짙게 묻어나오긴 하지만 헐리웃 영화나 TV시리즈 에 서 흔히 접할수 있는 - 갈등 구조를 생성시키기에 용이하게 만들어진 - 인물들에 매우 근접해 있는것처럼 보입니다. 자 기자신을 완전히 드러낼 수 있는 '스카페타'와 아직 소녀의 티가 아직은 남아있고 격변의 시기를 거쳐야 할 '루시'만이 앞으로도 진화의 과정을 더 밟을 수 있을 것 처럼 생각되기 에 앞으로의 시리즈가 자칫 지루해 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 려가 들기도 합니다.

한가지 더 불만인 점은 '스카페타'가 점점 '수퍼 우먼'화 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탐정 소설의 주인공이 조금씩은 수 퍼 히어로 적인 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때, 이 자체만으로 는 문제가 안되지만, 문제는 작가가 이전 까지의 시리즈에 서 극적 긴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스카페타'를 종종 곤경 에 빠뜨리는 방법으로 재미를 봐왔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수술비가 모자라 자신이 죽인 여자 시신의 껍데기를 재단해 성전환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살인마의 집에 '조디 포스터'가 아닌 '시고니 위버'가 투입됐다면 어땠을까요?)

액션 활극은 기분 전환용으로 종종 보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스카페타' 시리즈 5권을 읽고나서 '콘웰'이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기는 하나 탁월한 추리작가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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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울 1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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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앞 부분은 '시드니 셀던'이나 '존 그리샴' 소설의 주 된 서술 방식인 "누군가 이러이러해서 그러그러했더라."의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만약, 끝까지 이런 톤으로 갔더라면 아마 "쳇 '하드보일드'나 '스파이 소설'인줄 알았더니 속았잖 아! 뭐 그래도 나름의 재미는 있었어."하고 용서하는(?) 마음 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작가는 '하드 보일드' '스파이 소 설' '써스 펜스'에 '경찰 소설' 그리고 가끔은 '코미디'까지... 온갖 장르의 기교를 구사하며 마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무리수를 둡니다. 그러나 요리라는 것 이 재료에 갖은 양념만 듬뿍 친다고 해서 훌륭한 음식이 나 오는 것이 아니듯, <와일드 소울>은 갖가지 양념이 들어가 기만 했지 재료와는 충분히 버무려지지 않은, 간이 맞지 않 은 음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뭐 여기까지도 애교로 보아 넘겨줄 수 있습니다. 하 지만 군데군데 흐름을 툭툭 끊어놓는 단조롭고도 지리한 상 황 묘사는 정말 참기 힘듭니다. 추측해 보건대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절대로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혹시, 작가가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 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설은 독자에 대한 정보 전달이 영화처럼 용이하지가 않습 니다. 예를 들어 영화 <석양의 건맨>에서 '리 반 클리프'는 그 생김새 하나만으로도 등장하는 그 순간, 누가 뭐라지 않 아도 관객들이 자연스레 '악당'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하지만 소설의 경우엔 제 아무리 치밀하게 묘사한다 해도 영화처럼 확실하게- 그것도 단 몇줄만으로는 - 독자들에게 각인 시키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와일드 소울>의 작가는 주인공 '마쓰오'가 시가 중심부와 주변도로를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때로 는 추격전이 되기도 하고) 장면을 마치 자신의 상관에게 브 리핑이라도 하듯 하나하나 빠뜨림없이 상세하게 묘사합니 다. 자신이 참고자료로 던져준 3장의 시가지 안내도만 충분 히 숙지한다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머리속에 주인공 '마쓰 오'와 영화 '프렌치 커넥션'에서 범인인 탄 차를 쫓기위해 고 가도로 아래를 질주하는 '진 해크만'이 오버랩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듯이 말입니다.

더 나아가 마지막 부분쯤, 자신이 지휘하는 경찰 병력의 이 동 경로를 지정해주는 상관의 명령을 한 페이지 가득 숫자 만 다를 뿐 똑같이 반복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이 작가가 '편 집증' 증세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추리작가 협회상을 포함)3개 부분의 상을 거머쥔 소설이라 는 기대감으로 첫페이지를 열었던 것에 비해 또한, 스케일 의 크기나 내용의 무게감으로 비쳐볼 때도 여러가지로 아쉬 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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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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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단을 올려가며 속도를 내던 페달이 어느 순간 체인이 빠지면서 헛돌기 시작하고, 좌우로 비틀거리던 자전거는 결국 이상한 모양새로 멈춘다. 뛰어난 전개와 훌륭한 캐릭터 설정은 돋보이지만 난감한 마무리는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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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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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가 설명되는 길다면 긴 전반부가 끝나고 '배심 법정'을 타이틀로 하는 2부의 첫장을 열었을 때, 멀게는 '유다의 창'에서 가까이는 '제이콥을 위하여'가 보여준 긴박감 넘치는 법정씬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치가 컸던 탓도 있겠지만- 후반부의 내용은 함량 미달이라고 깍아내릴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다고 추켜세우기에도 좀 어정쩡한 수준이었다.

 

과욕. 계몽. 줄곧 드는 생각이었다. 배심원 제도의 당위성과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글이 딱딱해졌다. 극적 재미가 오히려 전반부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깜짝 반전은 있지만 -법정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약하다. 아마도 이는 검사측과 변호인측 증인의 증언보다 '배심 법정'의 분위기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구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위에서 이야기한 '과욕'과 '계몽'을 작가의 '오기'로 인정해 줄 수 있다면 배심원 제도에 대한 훌륭한 텍스트로도 읽힐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해 '다쓰미 마사아키'라는 분이 쓴 해설이 말미에 실려있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그 결과 소설 안에서는 기괴하고 인위적인 무대에서 인공의 극치를 추구하려고 하는 지향과 현실 측에 착지시키는 데에 대한 집착이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경합'이 결합'으로 이어졌더라면 조금은 덜 어중띵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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