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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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건의 개요가 설명되는 길다면 긴 전반부가 끝나고 '배심 법정'을 타이틀로 하는 2부의 첫장을 열었을 때, 멀게는 '유다의 창'에서 가까이는 '제이콥을 위하여'가 보여준 긴박감 넘치는 법정씬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치가 컸던 탓도 있겠지만- 후반부의 내용은 함량 미달이라고 깍아내릴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만족스러웠다고 추켜세우기에도 좀 어정쩡한 수준이었다.

 

과욕. 계몽. 줄곧 드는 생각이었다. 배심원 제도의 당위성과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글이 딱딱해졌다. 극적 재미가 오히려 전반부보다 오히려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깜짝 반전은 있지만 -법정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약하다. 아마도 이는 검사측과 변호인측 증인의 증언보다 '배심 법정'의 분위기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구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위에서 이야기한 '과욕'과 '계몽'을 작가의 '오기'로 인정해 줄 수 있다면 배심원 제도에 대한 훌륭한 텍스트로도 읽힐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해 '다쓰미 마사아키'라는 분이 쓴 해설이 말미에 실려있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그 결과 소설 안에서는 기괴하고 인위적인 무대에서 인공의 극치를 추구하려고 하는 지향과 현실 측에 착지시키는 데에 대한 집착이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경합'이 결합'으로 이어졌더라면 조금은 덜 어중띵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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