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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ur of Law (Paperback)
Gimenez, Mark / Sphere / 2013년 2월
평점 :
뭔가 따지고 분석하는 일에는 크게 재주가 없다보니 이런 글을 누군가 가 보이기 위해 쓸 때는 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애를 먹게 됩니다. 특히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 해야할 지 막막할 경우가 태반인데요, 이 책의 경 우엔 이전과 달리 몇개의 아이디어가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그 중의 하 나가 이런겁니다…
만약, 저에게 9살된 딸이 있고 그 딸이 “아빠, ‘정의’가 뭐예요?” 라고 묻 는다면 아마 저는 잠깐 고민한뒤 “그보다 혹시 애가 어떻게 생기는 지가 더 궁금하지 않니?”라고 되물을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섹스에 관한 올바른 지식이 필요한 시기가 돈이 ‘정의’고 권력이 ‘정의’라는 개 념이 필요한 시기보다 훨씬 더 빨리 그녀에게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 다.
타임지가 ‘차세대 (존)그리샴’ 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이 작가의 데뷔 작은 그 정의가(그런게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어떤식으로 지켜지고 또 어떻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동화’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동안 읽은 존 그리샴의 책이라곤 ‘펠리컨 브리프’랑 ‘톱니바퀴’ 달랑 두 권뿐이라 각각을 비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여튼 ‘톱니바퀴’를 읽 고난 뒤에 마치 ‘솜사탕’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던게 떠오릅니다. 먹을 땐 달싹하니 맛있는데 막상 끝내고나니 허탈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할 까…그리고는 ‘아! 나랑은 안맞는구나…다시 읽게되는 일은 없을것 같 아…’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턴가 그런 달짝지근한 책이 그리워지더군요. 그렇다 고 내심 오랫동안 지켜온(?) 그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고…그러던 차에 눈에 띈게 바로 이 책입니다. 뭐, 첫장을 펼치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 았습니다. 책 머리에 붙은 입에 발린 찬사들은 가끔 안 보느니만 못한 때도 있고 해서…그런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영어로 읽는 것이기도 해서 페이지 넘기는 손에 속도가 붙으리라고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 데요…암튼 그 정도로 흡인력 있는 소설인것 만큼은 틀림이 없다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아마도 작가가 오랫동 안의 변호사로 일해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법에대해 큰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들도 알기쉽게 자세히, 때론 마치 자신의 지난 생활을 반성 하듯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있는 장면들인데요, 특히 주인공 ‘스콧 페니’가 초반부에 자신이 앞으로 변호하게 될 피고인과 관련해 자신의 9살난 딸 ‘부’와 나누는 대화는 제 두손을 자석처럼 이 책에 들러붙게 만 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구나.’ 책 을 누비는동안 줄곧 따라다닌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이 야기를 축으로 거기에 영화같은 구성을 붙여 독자들의 눈을 붙잡는데 비교적 성공한 것 처럼 보입니다. 중간중간 너무 나간듯한 드라마틱한 장면이나 조금 지나친 듯해 보이는 동화적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옥의 티일 수도, 혹은 부실 공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뭐 이 정도면 전체적 인 완성도에 빗대어 볼때 그냥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 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적어도 제 눈엔 작가가 자신의 데뷔작 에서 굉장히 많은걸 털어놓은 것 처럼 보인다는 건데요, 과연 ‘인 사이 더’로서의 그 ‘폭로(?)’를 빼고 나면 앞으로도 다른 여타 작품들과의 차 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게 사실입니다. 대놓고 이야기하면 ‘롱런’할 수 있을 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는건데요…아뭏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쩌면 현재 네번째 작품까지 나와있는 이 작가의 책을 계속 찾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