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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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 엄밀한 의미에서 학생과 내가 공유할 수 있고 기억하는 현대의 기억들을 돌아볼수 있는 1980년대의  책의 부제는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었다. 아직도 광주를 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빚진자의 억눌림을 안고 사는 나로서는 책의 부제가 무거웠다. 그런데 다른 시대와는 달리 하루에 다 읽어냈다. 광주의 아픔과 호소할 수 없는 '관객의 부재'로 표현된 광주학살, 1950년대에서 박통시절을 빼고 건너왔다. 차례대로 보기보다는 광주를 먼저 바라보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도 1980년 5월에 광주폭동 혹은 난동을 전하는 신문을 살펴보면서 광주는 왜그러는 거야? 짜증나게 중얼거렸었다. 그리고 빠른 질서회복에 다행스러워하면서 잊어갔다. 그러나 바람결에 언뜻언뜻 들려오던 소문들을 들으면서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면서도 어떤 행동이나 실천을 하나도 못했던 부분에 얼마나 많이 자학하고 괴로와했던지... 벌써 20년도 넘는 오래된 시절의 역사의 한토막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근.현대사시간에 <5.18 민주화 운동>이란 부제로 한쪽 분량을 가르치면서 '군부 독재에 대항하하는 민중의 민주화 의지를 보여 주었으며,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로 맺는 말에 형해화된 듯한 건조한 느낌은 체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는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인간이하의 행동이었다.는 느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웬지 풀리지 않는 부담감을 내내 갖게 된다. 4.19혁명을 설명하면서 김주열의 주검을 올린 신문들이 없었더라면 4.19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저자의 판단은 광주와 맞물리게 되고... 젊은 지성들이 행동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으면서도 4.19는 촉발되었고 성공하게 되었던 반면, 광주는 전 시민이 온 몸으로 저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소외되고 외면당한 잃어버린 사건처럼 만들어졌던 것은 어찌 설명해야 할지...

  '사랑해 말순씨'란 영화에서 광주학살을 처리하는 부분은 서울로 상경하여 간호원의 꿈을 꾸고 있던 어여쁜 옆방 누나의 꿈과 삶을 빼앗아가는 - 전화 한 통을 받고 영화의 장면으로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처리된 것으로 가볍게 우리의 삶을 스쳐지나갔고 일상은 어김없이 반복되면서 가족애로 자리를 메꾸었다. 광주학살의 현장을 기억하고 시린 가슴을 쓰다듬을 수 있었던 것은 광주를 기억하고 경험한 세대여서 일 뿐이고 젊은 세대는 그에 대한 기억과 느낌이 전혀 없었다. 광주는 그리 쉽게 잊혀져도 좋은 역사의 한 토막일까?

  물리력을 가졌던 오만하기 그지없던 신군부, 서울대를 들어가지 못하였으나 서울대보다 자부심이 더 많았던 육사17기들 - 우리는 그들의 두목인 전두환을 '士官과 紳士'도 '토관과 신토'라고 읽는 무식한 *이라고 놀리는 것으로 답답함을 풀어냈다. - 은 그렇다 치자. 신군부의 등장을 도우며 그 그늘 속에서 성장한  조선일보의 권력지향적인 방자함은 왜 못 잡아내는 것인지 답답했다. 정권이 바뀌고 10년이 넘었는데 그들과의 싸움에서 정부는 끌려다니는 인상을 준다. 조금도 줄지 않은 그 영향력과 파워를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단지 조선일보를 제대로 알고 개인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가능해질까?  역사의 전환점에서 지식인들이 행했던 정의로운 행동은 손으로 꼽아볼래야 꼽을  게 거의 없는 형편이라면, 이런 구조를 알리고 행동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속으로 번진 열불을 이에 겨냥하여 한판 붙어볼 심사를 세워보지만 제풀에 겨워 스러진다.

  광주는 가끔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는 끝날 수 없는 슬픔과 죄책감의 근원이며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당위성의 출발지이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전하여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잠식당한 고정관념과 잘못을 바로잡고 바로 세워 민족의 삶이 바로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잊. 지. 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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