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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엔들 잊힐리야 - 상 ㅣ 박완서 소설전집 1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우연찮게 박완서 님의 소설을 다시 손대게 되었습니다. 그간에 전집이 출간되었고 태임이란 캐릭터외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3권의 "꿈엔들 잊힐리야"를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십수년도 더 전에 "미망"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은 삼포를 통해 개성상인의 정신을 근대화해보려는 태임의 노력과 인삼을 현대적인 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집안 일으키기, 그것은 곧 민족의 부활이나 역사 다시 살리기와도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남아있었는데... 좀 다른 느낌들이 나네요. 소설 속 주변 인물들이 훨씬 생동감있게 자기 몫을 다하게 되고 또 가보지 못한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애착과 향수를 갖게 됨은 어쩐 일인지.... 아마도 근대사에 대한 애정이 생긴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서울을 떠나 파주땅에 들어갈 때쯤 토지의 색깔이 한번 변하고 다시 개성땅으로 들어갈 즈음이면 은색의 빛깔로 반짝이는 느낌을 나는 언제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는지?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소설을 통해서 말이죠. 박경리 님의 토지에서 보던 서희의 모습을 개성도 빛깔도 다르지만 개성상인의 손녀딸 태임이 몰락해가는 집안 - 엄마의 우물 속 투신, 할아버지 전처만의 죽음, 이복 동생 태남과의 운명적인 매임, 스무살이 넘도록 댕기머리를 내두르며 괴괴한 집안을 홀로 지키고 운명처럼 만나는 종상을 기다리고 받아드리는 꼿꼿함과 욕심, 그리고 생을 유지하는 방법들을 통해 느끼게 되었고 그것은 농업과 연결되어있건 상업과 연결되어있건 우리 삶이 민족과 연결될 때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요. 진짜 우리 삶은 명료하게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활자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는 소설을 통해서도 가능함을 느끼게 되고, 소설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임을 느끼게 되네요. 일제치하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지금보다 쉽지않았을 그 시절을 상상해보면서 역사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기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않은 일일지를 생각해 봅니다.
한나라당의 압승이란 지방선거 결과가 나와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