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혼
김원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1974-5년의 이야기를 2005년에야 쓸 수 있다는 것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작가의 말'에서 김원일은 "민청학련사건으로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게 되었고 한국의 엄혹한 정치적 상황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관망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인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있겠지만, 박정희 군사정권 아래 인권이 철저히 유린당한 대표적 사례가 1975년 인혁당사건이었고, 많은 민주 인사들이 중앙정보부를 거치며 고난을 당했으나, 당국이 사건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인혁당에 연루되었던 여덟 분만큼 정신적 공황 상태의 극심한 공포와 미처 못 이룬 한을 삼킨 끝에 교수형으로 집행된 사례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였다.

  팔공산, 두 동무, 여의남 평전, 청맹과니, 투명한 푸른 얼굴, 임을 위한 진혼곡의 6편의 연작을 순서없이 읽어가면서 한숨이 나오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한 두통을 겪어가야 했던 이유들로 쉽게 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어떤 위장으로도 역사적 진실을 가리울수 없음을 집권자들은 명백히 알아야 할 것이고, 사건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 한 사람뿐 아니라 그런 체제를 공고히 하도록 밑에서 알아서 움직였던 많은 사람들과 조직들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지적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죽음 저편의 세상에서도 신인간으로 태어났을지라도이승에서의 그 시간대가 망각되지 않는 한, 그들에게 고통의 여운은 계속될 터(p.348)라는 작가의 말마따나 이 땅과 사람들을 사랑하다 죽어간 그분들의 넋이라도 위로하는 길은 우리들의 몫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을 여미게 하였다.

  if절의 가정법을 상상하면서 안타까움과 한스러움을 토로해본들 이미 일어났던 과거사가 치유될 수는 없겠지만, 풍요로움과 개인주의와 혹은 물질주의 등으로 인하여 불과 한 세대전에 쏟았던 그분들의 목숨을 건 헌신과 희생을 방기한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가 역사에 대하여 져야하는 의무의 방기요, 의당 짐져야 할 몫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도피하는 비겁한 짓일게다.

  평생을 한스러움과 고통의 구비구비를 넘나들며 죽음만큼이나 고통스러웠을 유가족들에게도 고개가 숙여진다. 아울러 대구라는 도시가 다른 각도로 보여졌고, 팔공산을 오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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