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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ㅣ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한 작가의 책을 질릴만큼 읽어가다 보니 독후감조차 올렸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책을 정리하기 위해 펼쳐보면서, 소설을 쓰되 논문을 쓰듯이 준비하고 정리하는 작가의 치밀함으로 인하여 역시 괜찮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나야 약간의 불순한 의도를 품고 아이들에게 영.정조의 시대를 흥미있게 풀어나갈 한 방도를 구할까 싶어 들러본 소설이지만... 열아홉의 나이에 김진이 가지고 있는 무궁한 열린 세계를 바라보면서 한 인간에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새겨본다. 어떤 것에도 구애됨이 없고 또 무엇에나 치밀하며 열린 사고를 갖는 다는 것은 과연 현실속에서는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가능한 일이 될까? 그리고 도대체 몇 사람에게서나 가능한 것일까?
역사 추리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현대로 건너온 느낌이 부쩍드는 그의 소설들을 바라보면서 풍경만 18세기가 아니라, 그들의 의식도 그에 맞물려 있음을 느끼게 되었음 싶은 소망이 든다. 이명방이나 박제가 혹은 이덕무에게서 느끼는 감정에는 별 저항이 없는데 거의 주인공처럼 소설의 실마리를 쥐고 풀어가는 절대적 존재 김진에게서는 저항감이 많이 생긴다.
박제가의 글 중에서, 고을 현감이 되어 백성들의 삶을 관찰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것 만큼 조선의 18세기는 그리 풍요롭지 않았으며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다. 서얼의 허통이 이제 이루어지는 마당에 그들이 중심선에 서는 세계를 상상을 해본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과장이 아닌지... 상상력과 적당한 진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소설의 풍요로움도 즐거운 것임엔 틀림이 없지만, 역사 속으로 좀더 사실로 접근해 가기를 바라는 심정은 그런 재미를 적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의 과욕이다. 나는 이 소설 속에서 그걸 구할 것이 아니라 다른 노력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것이건만, 너무 편안하게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지나친 욕심이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