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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시민강좌 제37집
일조각 편집부 지음 / 일조각 / 2005년 8월
평점 :
이기백 선생의 추모 일주기가 되었다는 앞 뒷장의 소식을 들으면서 세월이 무상함을 느껴본다. 아울러 십여년전에 올랐던 책에 관한 특집을 책의 문화사로 엮게 되었다는 소식은 감회로왔다. 고대의 문자세계로 부터 고려시대의 불경 교육과 구결, 고려시대 불교자료의 서지학적 개관, 조선시대 문집 간행과 성리학, 조선시대 필사의 주체와 필사본 제작, 조선후기 실학자들의 서학서 읽기, 조선후기의 한글소설 바람, 서민들의 상업출판, 방각본, 근대적 앎의 형성과 잡지의 역할, 일제시대 출판계의 변화와 성장 등 열단원에 이르는 각각의 글 가운데 조선후기에 치중하여 다섯개의 글을 읽으면서도 성리학적 사고와 근대 문물의 수용으로 인해 서양의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 그리고 서민문화가 성장하면서 이루어지는 방각본의 인쇄물 등이 흥미로왔다.
조선 중종때만 하더라도 서점이랄 수 있는 書肆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선비들이 필요한 책을 가질 수 없어 빌려서라도 보려 하였으나 그마저 구하지 못하면 학업을 그만두는 자가 있을 정도였다고 하는데, 19세기로 오면 세책점이 서울에 생길 정도였고 특히 여성들이 한글소설을 즐겨 읽으며 방각본이 많이 간행되었다는 사실은 책의 문화를 말할 수 있게 한다. 특히 필사본과 인쇄본이 서로 자리를 대신 메워주기도 하면서 상호 작용을 해온 것은 서로 상대적인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고정관념을 넘게 해 주는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기도 하였다. 또한 실학자들이 서학서를 필독서로 인식하고 열독하면서 실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동안, 성리학의 과학적 이론은 수학적 합리론으로 무장된 서양의 과학이론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성리학은 심성론 내지 윤리학 분야에 한정되면서 축소됨으로써 오히려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었음은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운용하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조선시대 한글, 소설, 여성은 모두 소외된 것이란 사실이 눈에 띈다. 소설은 많이 읽혔으면서도 읽어서 좋을 것이 없는 물건으로 대접을 받았던 시절, 지금의 만화와 비슷한 대접이었을까? 풍속사범에 해당했던 설공찬전의 저자인 중종반정의 공신 채수의 탄핵에 얽힌 이유도 결국 한글로 번역되어 널리 읽혔다는 점에서 교수형에 처하라는 요구까지 했다니... 허망한 내용보다는 엄청난 영향력을 문제 삼은 셈이니 오늘날의 인터넷의 위력만큼 요란했던 것일까?
나머지의 글들은 야금야금 조금씩 맛볼 생각이다. 즐겁다. 책의 문화사를 뒤집어 본다는 것이...